미국 주식시장이 수십 년 만에 본격적인 경고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최근 분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물가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내용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25년 12월 3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S&P 500 지수는 12월 23일 장 마감 기준으로 17% 상승해 3년 연속 두 자릿수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에 놓여 있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시장을 이끌었으며 기술, 에너지, 산업 섹터가 지수를 신장시켰다.

주요 지표가 가리키는 현재 시장의 위치
시장 가치평가와 관련해 눈에 띄는 수치는 S&P 500의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 500의 선행 P/E는 21.8배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지수의 최근 5년 평균보다 약 10% 높고, 10년 평균보다는 약 18% 높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이와 유사한 수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와 닷컴 버블 정점에서 관찰되었고, 당시에는 정상화 과정에서 급격한 하락이 뒤따랐다.

평가 지표를 보완하는 또 다른 척도는 셰일러 사이클 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Shiller CAPE)이다. 이 지표는 과거 10년간의 실질 이익을 현재 주가와 비교해 장기적 과대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현재 CAPE는 40.7로 집계되며, 유사한 수준은 2000년 인터넷 거품 정점 때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의 관계 — 연준의 분석
인플레이션은 지난 몇 년간 경제 관찰자들이 가장 주목한 지표였다. 2022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9.1%로 40여 년 만의 최고치에 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 취임 후 관세 확대를 통해 물가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주장했고, 2025년 4월에는 대규모 관세 패키지를 발표하며 공약을 이행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준(Fed San Francisco)이 11월에 발간한 보고서는 관세의 효과가 단기와 장기로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키므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반면,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하향(디스인플레이션)과 함께 실업률 상승이 동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보고서의 분석을 반영한다. 2025년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됐지만, 미국 실업률은 4.6%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즉각적으로 낮추기보다는 기업의 마진 압박과 수요 위축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물가 하향과 실업률 상승을 동시에 초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편하고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즉,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또는 디스인플레이션)과 고용 악화’를 동시에 낳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높은 관세비용이 경제의 가격구조에 영구적으로 반영되어 장기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용어 설명 — 선행 P/E, 셰일러 CAPE, 관세
선행 P/E(Forward P/E)는 향후 12개월 또는 기업이 발표한 예상 실적(이익)을 기준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현재 시장이 미래 수익에 대해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적으로 선행 P/E가 높으면 미래 성장 기대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셰일러 CAPE(Shiller CAPE)는 실질 이익(물가를 고려한 이익)을 10년 평균으로 환산해 현재 주가와 비교하는 지표다. 순환적 이익 변동을 완화해 장기적 가치평가를 판단하는 데 쓰이며, 역사적 고평가의 신호로 자주 인용된다.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 품목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자국 산업 보호 또는 무역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관세는 즉각적으로 수입품 가격을 높여 물가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으나, 소비자 수요 감소와 기업의 비용 재조정이라는 간접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복합적 영향을 미친다.
향후 시나리오와 투자전략적 함의
시장 가치평가 지표들이 역사적 고점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연준의 관세 분석을 종합하면, 향후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첫째, 단기적으론 기업 수익성 둔화와 수요 약화로 인해 주식시장의 조정(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관세의 구조적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 물가가 다시 가속화하면 인플레이션 재가속 →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자산가격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셋째, 정책적 완화(관세 철회나 재정·통화정책의 적극적 대응)가 병행되면 충격은 완화될 수 있다.
섹터별 영향도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재·소비자재량섹터는 소비심리 위축에 민감해 조정 위험이 크고, 제조업·산업 섹터는 관세와 공급망 재편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비용구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견고한 현금흐름과 높은 가격결정력을 가진 대형 기술주나 필수소비재주는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실무적 권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변동성이 큰 투기성 포지션의 비중을 축소하고 경제 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있는 기업에 초점을 맞출 것. 둘째, 현금 비중을 일정 수준 확보해 시장 조정 시 매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 셋째, 관세·무역정책 변화와 연준의 통화정책 신호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포지션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
결론
요약하면, S&P 500의 선행 P/E와 셰일러 CAPE 등 핵심 밸류에이션 지표는 역사적 고평가 구간을 가리키고 있고,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연구는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낮추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실업률 상승을 동반하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재가속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은 2026년 주식시장에 조정 가능성과 함께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따른 금리 리스크를 동시에 제기한다. 투자자는 섹터·종목 선택을 신중히 하고, 현금 확보와 방어적 포지션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 기사에 인용된 수치들은 팩트셋과 연방준비은행의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한 보도 내용임을 밝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