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상승이 소비자 심리를 떠받치고 있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 완화가 이 낙관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25년 11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의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11월에 6% 이상 하락해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고 전년 대비로는 약 30% 감소했다. 조사 책임자인 조앤 쉬(Joanne Hsu)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장기화되는 연방정부 셧다운이 경제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집단은 부정적 분위기에서 예외를 보였다. 바로 주식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가구다. 이들은 심리가 11% 개선됐다고 응답했는데, 쉬는 이를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최근 주가 랠리와 연결 지었다.
통상적으로 부유층 소비자는 자신들의 재정상태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자산가치 상승이 지속되는 한 지출을 유지해 경제와 기업이익을 지지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여러 경제학자들은 연방 정부 통계가 셧다운 종료 후 재개되면 경제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그에 따른 주식시장 급락이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노동시장이 관건이다. 고용 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하면, 게임은 끝난다.”
— 루크 틸리(Luke Tilley), M&T 뱅크 겸 윌밍턴 트러스트 수석이코노미스트
‘K-자형’ 경제: 상위는 번창, 하위는 정체
경제학자들은 현재 주식시장이 경제를 K-자형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즉, 상위 소득·자산 계층은 호조를 누리는 반면, 하위 계층은 어려움이 지속되는 양극화된 국면이라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이른바 ‘K’의 상단에 있는 소비층이 재량소비를 지속할 것이라는 가정에 베팅하고 있다. 올해의 높은 관세와 4월의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이 집단이 보여준 지출 탄력은 당분간 침체 확률을 낮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Joe Brusuelas)는 최상위 소비층이 무너져 침체를 야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미시간대 조사 결과는 주식을 보유하지 못했고 AI 랠리의 혜택에서 소외된 하위 소비층에 ‘심각한 시장 스트레스’가 존재함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은 전통 산업 종사자에게 불리한, 경제 하부의 구조 전환을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다. 이는 당신이 속한 경제적 분위(decile)에 따라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고도로 분절된 경제를 시사한다.”
— 조 브루수엘라스, RSM
주택자산 효과도 받쳐준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로치(Jeffrey Roach)는 상위 소비층이 보유한 주택가격 상승과 팬데믹 시기에 확정한 낮은 모기지 금리의 혜택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요인이 올해 주식 랠리가 둔화되더라도 상위 계층의 낙관을 유지하게 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 지수인 S&P 500은 2025년 들어 16% 이상 상승(배당 제외)하며 3년 연속 상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스닥 종합은 22% 내외 급등해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지속됨을 보여준다.
로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이 기업에 가져올 정책적 수혜가 일부 밸류에이션 과열을 정당화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I가 창출할 이익에 대한 기대는 투자자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매수하도록 이끈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노동: ‘톱 소비층’ 의존은 언제까지인가
로치는 경제가 상위 소비층의 지출에 얼마나 더 의존할 수 있을지는 결국 노동시장 여건에 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민 유입이 감소한 상황에서는, 수요가 유지되는 한 구직과 재취업이 다소 용이해질 수 있다. 이는 가계소득을 끌어올려 경기 침체를 비켜갈 여지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M&T 뱅크 겸 윌밍턴 트러스트의 틸리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고 본다. 그는 소규모 기업의 급여 총액 축소를 가리키는 지표들을 거론하며, 정부 셧다운으로 최신 고용보고서 발표가 중단되기 이전부터 비농업부문 고용은 약세 조짐을 보였다고 말했다.
고용이 눈에 띄게 둔화하면, 투자자들이 ‘K의 상단’만으로 수요를 지탱할 것이라는 기대는 힘을 잃을 수 있다. 틸리는 부유층 소비가 혼자서 수요를 떠받친다는 발상은 오히려 주가의 사상 최고 경신을 설명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짜 맞춘 논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에서 약 6년간 경제자문을 지낸 뒤 윌밍턴 트러스트에 합류했다.
“역사가 말해준다. 고용 증가가 음(-)으로 돌아서면 그 뒤를 실물경제와 시장이 곧바로 따라온다. 우리는 지금 노동시장에 100% 집중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갑옷의 틈(chinks in the armor)을 여럿 보고 있다.”
— 루크 틸리, M&T 뱅크·윌밍턴 트러스트
용어 한눈에 보기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가계의 현재·향후 경기, 소득, 물가 등에 대한 기대를 설문으로 측정하는 지표다. 전월 대비와 전년 대비 변화를 함께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번 보도에서 언급된 ‘11월 6% 이상 하락, 전년 대비 약 30% 하락’이 그 변화폭이다.자료: 미시간대 조사국
K-자형 경제: 경기 회복·확장 국면에서 상위 소득·자산층은 급속히 개선되는 반면, 하위 계층은 정체 혹은 악화되는 양극화 현상을 뜻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상단의 소비층이 주가 상승과 자산효과에 힘입어 지출을 유지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비농업부문 고용: 농업을 제외한 미국 경제 전반의 고용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월간 일자리 증감이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틸리가 강조했듯, 마이너스 고용은 경기 둔화와 주가 조정의 방아쇠가 되기 쉽다.
연방정부 셧다운: 의회의 예산안 미통과로 정부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다. 이번 사안에서는 주요 경제통계 발표가 중단되면서, 노동시장에 대한 정보 공백이 커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자 해설: 시나리오 점검과 리스크 지표
본 보도가 전하는 핵심은 자산시장 견조와 노동시장 불확실성의 엇박자다. 상위 자산가계는 주식과 주택에서 동시의 자산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정책 기대(“빅 뷰티풀 빌”)와 AI 수익 기대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떠받치고 있다. 반면, 하위 소득층의 스트레스와 소기업 급여 축소 신호는 내수의 저변이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의 분기점은 고용지표 방향성이다. 만약 셧다운 종료 후 재개될 비농업부문 고용이 뚜렷한 둔화를 보이거나 일시적으로라도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상단 소비층 의존’ 내러티브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고용이 완만히 확장하는 흐름을 이어간다면, S&P 500(연초 이후 16%+배당 제외)과 나스닥(22% 내외)이 암시하는 성장 프리미엄이 일정 부분 유지될 여지도 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이 주목할 리스크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기업 고용의 추가 위축 여부. 둘째, 소비자심리지수의 저점 재확인과 구성 항목 분해(현재·기대). 셋째, 관세가 저소득층 실질소득에 미치는 영향 지속성. 넷째, AI 랠리의 이익 현실화 경로가 평가 대비 속도와 폭을 확보하는지 여부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악화될 경우, 틸리가 경고한 주가-고용 연쇄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자산 주도형 낙관은 견고한 고용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본문이 전하듯 “고용이 꺾이면 시장도 따라온다”는 경험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셧다운에 따른 통계 공백이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키울 수 있으며, 데이터가 재개되는 시점의 첫 인상이 향후 위험선호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