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WTI 원유 선물은 전일 대비 -0.33달러(-0.51%) 하락한 반면, 9월물 RBOB 휘발유는 +0.0112달러(+0.54%) 상승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 강세와 주간 미 에너지정보청(EIA) 재고 통계가 엇갈리면서 원유와 휘발유 가격이 혼조를 보였다.
달러화 강세는 달러 표시 원유의 상대적 가격 부담을 높여 원유 선물가를 눌렀다. 특히 오클라호마주 커싱(Cushing) 허브 재고가 3주 연속 증가(+45만5천 배럴)했다는 점이 하락압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전국 원유 재고는 -317만 배럴로 시장 예상치(-150만 배럴)보다 큰 폭으로 줄어 낙폭을 제한했고, 휘발유 재고 역시 -170만 배럴 감소해 휘발유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무역 협정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교역 둔화 우려가 완화돼 에너지 수요 전망을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2.7% 감소하며 9개월 만의 최저치(393만 건)를 기록, 예상치(-0.7%)를 밑돌았다. 주택 시장 냉각은 난방유·휘발유 등 석유 제품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어 원유 수요 전망에 부정적이다.
정제 마진을 나타내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매도 요인이다. 크랙 스프레드가 축소되면 정유사가 원유를 매입해 휘발유·디젤로 전환할 유인이 줄어든다.
중동발 공급 측면에서도 변수가 존재한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구 북부 유전에서 튀르키예 지중해 제이한(Ceyhan) 항구로 이어지는 송유관 재가동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생산국으로 해당 물량이 실제 시장에 유입될 경우 가격 하방 압력이 예상된다.
한편 지난 18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석유에 대한 추가 제재를 승인했다. 새 패키지는 러시아 은행 20곳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배제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재정제한 제품에 대한 규제를 포함했다. 인도 대형 정유사 Nayara Energy(러시아 Rosneft 지분 보유)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한 105척의 러시아 섀도플릿(제재 회피 선단)을 추가 제재해 총 400척 이상으로 늘렸다.
공급 과잉 우려도 시장을 압박한다. OPEC+는 7월 5일 월간회의에서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을 결정,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유사 규모의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초과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OPEC+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팬데믹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회복할 계획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10월부터 증산 중단(pause)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월 이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글로벌 수급이 소비 대비 1.5% 과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박 저장유 동향은 상승 요인이다. 해상 물류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7일 이상 움직이지 않은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는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번 주간 EIA 보고서는 요소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디스틸레이트(경유·항공유) 재고는 +290만 배럴 늘어나 시장 예상(-125만 배럴 감소)과 달리 증가했다. 반면 전미 원유 재고와 휘발유 재고는 각각 -317만 배럴, -170만 배럴 감소해 수급 타이트닝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재고 수준을 5년 평균과 비교하면, 원유는 -8.6% 낮고, 휘발유는 +0.2% 높으며, 디스틸레이트는 -18.5% 낮다. 주간 미 원유 생산량은 1327만3천 배럴로 전주 대비 -0.8% 감소했으나,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 2024년 12월 첫째 주)와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시추 활동도 둔화세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7월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원유 시추기는 422기로 2기 줄어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200기 이상 감소한 수치다.
용어 설명※
• WTI: 미국 서부 텍사스산 경질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
• RBOB 휘발유: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 여름철 환경 규제를 충족하도록 제조된 무연휘발유 선물.
• 크랙 스프레드: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디젤로 생산할 때 얻는 마진 지표.
• 커싱 허브: 오클라호마주 커싱에 위치한 WTI 인도지점으로 미국 내 주요 원유 파이프라인이 교차.
• 디스틸레이트: 경유·항공유 등 중간유분을 통칭.
• 섀도플릿: 제재 회피를 위해 국적·위성추적을 숨긴 선박 집단.
전망: 달러 흐름과 OPEC+ 결정, 그리고 북반구 정유 성수기 수요에 따라 단기 가격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