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엔지니어링·기술 서비스 기업 존 우드 그룹(John Wood Group PLC)이 자회사 JWG 인베스트먼츠 Ltd.를 통해 터빈 정비 합작사 RWG(Repair & Overhauls) Ltd. 지분 50%를 지멘스 에너지 글로벌 GmbH & Co. KG에 현금 1억3,500만 달러(약 1,86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에 종결될 예정이며, 최종 종결 시한(long stop date)은 2027년 1월 25일로 설정됐다. 1
회사 측은 “순매각 대금은 부채 감소에 우선 활용하고, 남은 자금은 일반적인 기업 목적(general corporate purposes)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거래는
2025년 한 해 동안 1억5,000만~2억 달러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그룹의 목표
를 지원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 매각 배경과 전략적 의미
존 우드 그룹은 최근 포트폴리오 재검토를 통해 RWG를 “비핵심 자산(non-core)”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핵심 성장 분야에 자본을 집중하고 사업 구조를 간소화(simplify)하기 위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후 존 우드는 RWG와의 지배·관리 관계가 완전히 종료돼 지분법(equity method) 반영, 배당 수령, 연간 900만 달러 수준의 관리 수수료 인식이 모두 사라진다.
지분법이란 공동기업 또는 관계기업 투자에서 투자기업의 순자산 변동분을 투자자의 손익에 반영하는 회계 방식이다. 존 우드는 Turbines 합작벤처로 분류된 RWG 실적을 이 방식으로 계상해 왔다.
RWG는 합작 파트너 지멘스 에너지와 함께 가스터빈·증기터빈에 대한 정비(Repair)·분해 및 오버홀(Overhauls)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가스터빈은 발전소나 천연가스 플랜트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로, 정비·오버홀 시장은 장주기(long cycle)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 재무적 영향
존 우드는 거래 완료 후 RWG 지분, 배당, 연간 900만 달러 관리 수수료를 더 이상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순현금 유입을 통해 순차입금(Net Debt)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연간 감사 종료 이후 자세한 재무 영향치를 공시하겠지만, RWG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계속사업(continuing operations)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25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XETRA)에서 지멘스 에너지 주가는 전일 대비 0.82% 하락한 96.36유로에 거래됐고,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존 우드 그룹 주가는 1.76% 내린 18.44펜스로 마감했다.
◆ 용어·개념 설명
Long stop date란 M&A 거래가 일정 기한 내에 완료되지 않을 경우 어느 한쪽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해둔 최종 시한을 뜻한다. 국제 거래에서 통상 12~24개월 뒤로 설정되나, 이번 계약은 복잡한 규제 승인 절차를 감안해 2027년 1월 25일로 넉넉히 잡혔다.
또한 관리 수수료(Management Charge)는 합작사에 대한 회계·재무·IT·법무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모회사(존 우드)가 합작사(RWG)로부터 연간 고정적으로 받던 금액이다. 이번 매각으로 해당 수익원이 사라지지만, 그룹 차원의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점이 보다 긍정적인 효과로 평가된다.
◆ 기자 시각
글로벌 오일·가스 EPC(설계·조달·시공) 업계가 탈탄소 트렌드에 직면하면서, 존 우드 그룹처럼 포커스 사업과 비핵심 사업을 명확히 구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RWG는 수익성이 양호했지만 성장 한계가 뚜렷했고, 존 우드 입장에선 에너지 전환·디지털 엔지니어링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투자를 돌리는 편이 장기적으로 수익 개선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지멘스 에너지는 기존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애프터마켓(after-market)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가스터빈 정비 시장은 신규 터빈 판매보다 변동성이 낮고 마진이 높은 편이라 안정적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발전·설비 기업에는 매력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이번 인수를 통해 지멘스 에너지는 자사 터빈뿐 아니라 타사 구형 터빈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혀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향후 관전 포인트
1) 규제 승인: 영국·독일 경쟁당국 및 국가안보 심사를 포함해 다수의 규제 절차를 통과해야 하므로, 종결 시점이 2026년 초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2) 우드 그룹 재무개선 속도: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비율이 얼마나 빨리 하향 안정화되는지가 향후 신용등급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 지멘스 에너지 시너지: 독점적 정비데이터 및 원격모니터링 기술을 자사 플랫폼에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거래는 양사 모두 전략적 이익을 도모하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존 우드는 자본 효율을 제고하고, 지멘스 에너지는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수익 기반을 다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