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말론, 리버티 미디어·리버티 글로벌 이사회 의장직 사임…‘케이블 카우보이’의 시대 마침표

【뉴욕】 ‘케이블 TV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존 말론(John Malone)리버티 미디어(Liberty Media)리버티 글로벌(Liberty Global)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명예의장(chairman emeritus)으로 추대된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 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말론 의장이 수십 년에 걸친 거래 및 인수·합병(M&A)의 역사를 뒤로하고 공식 의사결정 라인에서 한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리버티 미디어는 부의장인 로버트 베넷(Robert Bennett)을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으며, 리버티 글로벌은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프리스(Mike Fries)가 의장직을 겸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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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시장의 ‘합종연횡’ 달인

올해 84세인 말론은 복잡한 금융 구조를 활용해 미국 유료 방송(pay-TV) 회사를 ‘롤업(roll-up)’ 방식으로 빠르게 통합하며 ‘케이블 카우보이(Cable Cowboy)’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1970년대 초반 작은 케이블 업체 텔리커뮤니케이션스(TCI)를 인수한 뒤, 30여 년 만에 2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FWONK(리버티 미디어의 클래스 C 주식)로 대표되는 포뮬러 원(Formula 1)과 모토GP 모터스포츠 자산은 6~24개월 내 매각될 것이라는 우리의 기존 전망이 이번 인사로 더욱 확고해졌다.” — 피터 수피노(Wolfe Research 전무)

말론은 2022년 워너미디어(WarnerMedia)디스커버리(Discovery)의 합병에도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성장으로 전통 케이블 수익성이 약화되자, 그는 두 회사를 결합해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현재 WBD)라는 통합 플랫폼을 탄생시켰다.


최근 행보와 전략적 지각변동

리버티 미디어는 올해 스핀오프(spin-off)를 통해 비핵심 자산을 분리하고 모터스포츠 중심 포트폴리오에 집중했다. 이는 F1·모토GP 경기 중계권, 경기장 운영, 라이선스 사업을 포함한 ‘스포츠 미디어 벨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편 리버티 글로벌영국 버진미디어 O2, 네덜란드 보다폰지고(VodafoneZiggo) 등 유럽 전역에 걸쳐 광대역,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의장 교체로 프리스 CEO가 ‘지휘봉’을 모두 거머쥐면서 이사회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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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배경 설명

1 명예의장(Chairman Emeritus)은 물러난 이사회 의장이 회사의 역사적 공헌을 인정받아 자문 역할을 이어가는 직위다. 의결권은 없지만 상징성과 네트워크를 통해 전략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스핀오프(Spin-off)란 기업이 특정 사업 부문을 분리해 독립 법인으로 상장시키는 구조조정 기법이다. 모회사는 자산 가치를 재평가받고, 분리된 회사는 성장 투자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3 롤업(Roll-up)은 동일 업종의 기업을 다수 인수·합병해 규모의 경제와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말론은 이 방식을 통해 TCI를 성장시켰다.


전문가 해설 및 향후 관전 포인트

① 매각 가능성: 월프리서치 분석처럼 F1·모토GP 자산이 투자 회수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략적 투자자 또는 사모펀드의 인수 대상으로 부상할 수 있다.

② 구조조정: 말론의 퇴진은 단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할인 요인’으로 지적된 복잡한 추적주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③ 시장 파급력: 리버티 글로벌이 집중하는 유럽 통신·미디어 시장은 5G·광케이블 투자 경쟁이 치열하다. 프리스 의장은 공격적 배당·자사주 매입 정책으로 투자자 신뢰를 높여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④ 투자자 전략: 글로벌 금리 피크아웃(정점 통과) 국면에서 방어적이면서 현금흐름이 견조한 미디어·통신주는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다만 스포츠 중계권료 인플레이션과 OTT 경쟁 심화는 유념해야 할 변수다.


마지막까지 ‘케이블 카우보이’로 남다

말론은 워런 버핏, 루퍼트 머독과 함께 미디어·통신 업계 3대 대가로 불렸다. “규모가 곧 힘”이라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 스트리밍·통신 융합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이번 의장직 사임은 바통을 차세대 경영진에게 넘겨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러나 명예의장으로서 말론이 여전히 넓은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