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앞두고 런던에서 스타머 총리와 조율

【런던】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을 찾아 케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난다.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알래스카에서 개최할 예정인 첫 양자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이뤄져 국제사회가 주목한다.

2025년 8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화상 정상회의를 마친 직후 런던으로 이동해 영국 정부와 최종 입장 조율에 들어갔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을 훼손하는 어떤 타협도 용인하지 않도록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스타머 회동은 15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0830 GMT)에 총리 관저인 10 다우닝가에서 시작된다. ▲젤렌스키가 구상하는 ‘레드라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조건 ▲러시아의 철군·보상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전날(14일) 독일 총리실 주재 화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참여했다. 참가국들은 ‘Coalition of the Willing’(자발적 동맹) 명의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즉각적 휴전→러시아군 단계적 철수→국제 감시단 파견’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 뒤 “푸틴 대통령이 ‘신속한 평화’를 원한다는 주장은 허세”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를 분명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이번에도 시간을 끌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밝히지 않았지만 “회담이 결실 없이 끝날 경우 경제·외교적 ‘가혹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측 고위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회담이 테이블 세팅 단계’라고 표현한 만큼, 1차 회담 이후 젤렌스키·푸틴·트럼프 3자 회담이 곧바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모호한 표현 ‘테이블 세팅’은 본 회담 전 핵심 의제·조건을 대략적으로 맞춰보는 외교 관용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첫 만남이 순조롭게 끝나면 곧장 두 번째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언급했다.


‘Coalition of the Willing’이란?

일반적으로 공식 동맹조약 대신 자발적 의지에 기반해 형성된 느슨한 국제 협의체를 말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안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이 공동 의장국을 맡아, 무기 지원·재건 자금·전후 협상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런던 외교가에선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외교적 존재감’ 회복을 위해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유럽–미국 간 연결 고리”를 자임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를 강화해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을 앞두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현실적인 안보 보장과 제재 해제를 원한다”는 짤막한 논평만 남겼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회담 결과가 에너지 가격·식량 가격·신흥시장 통화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유가·곡물 선물 가격이 이미 협상 기대감으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와 ‘러시아의 안보 우려’라는 두 축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진전 없는 채 무산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푸틴 간 직접 대화 재개’ 자체가 2024년 2월 전면 침공 이후 가장 큰 진전이라는 평가도 병존한다.

외교 소식통은 “젤렌스키의 영국 방문이 트럼프에게 ‘동맹의 결속’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만약 알래스카 회담이 무산되더라도 유럽 측이 제재·지원 공조를 지속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다”고 짚었다.

결국 트럼프의 선택이 향후 전황과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 속에, 런던에서 열릴 젤렌스키–스타머 회담은 사실상 ‘전초전’ 성격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