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IDIA, 나스닥 종목코드 NVDA)가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일 길을 찾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회사는 미 정부의 규제로 사실상 중국 판매가 막혔던 AI 칩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왔다. 최근에는 매출의 13%를 차지했던 중국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익 공유 방식과 성능 제한형 신형 칩이라는 다각적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미 행정부와의 15% 매출 공유 합의로 기존 H20 칩의 중국 판매를 재개했으며, 동시에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의 B30A라는 성능 제한 버전을 추가로 설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조치는 ‘중국 리스크’로 지적돼 온 매출 변동성을 완화할 열쇠로 평가된다.
변동성의 한복판에서 빛난 주가 탄력
2025년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37%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해, 기사 작성일 기준으로 고점 대비 불과 4% 아래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관세, 중국 수출 제한이라는 삼중 악재가 얽히며 기록적 변동성이 연출됐지만, 시장은 황 CEO의 정·관계 로비와 공급망 재조정 능력에 점차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중국 시장 복귀 — “H20” 칩 사태의 전말
미국 정부는 올해 초 엔비디아의 H20 GPU 판매를 돌연 중단시켰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는 원래 영상 렌더링용 칩이지만, 병렬 연산에 특화돼 있어 AI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각광받는다. 엔비디아는 수출 규정에 맞춰 성능을 낮춘 H20을 별도 설계했음에도 판매 금지가 내려지자 1분기에 45억 달러(약 6조1,000억 원) 규모의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을 반영해야 했다.
H20을 포함한 중국 전용 AI 칩 매출은 2025 회계연도(2024년 1월 27일 종료) 기준 17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했다. 월가 컨센서스가 추정한 2026 회계연도(2025년 1월 26일 종료) 매출 2,020억 달러를 적용하면, 중국 판매 중단 시 260억 달러 규모의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황 CEO는 미국 정부에 ‘매출의 15%를 공유’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H20 판매 재개를 이끌어 냈다.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 AI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회복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B30A — 블랙웰 아키텍처의 절반짜리 힘
“30%에서 50% 정도 성능을 낮춘 블랙웰 칩이라면 거래가 가능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025년 8월 기자회견)
로이터통신은 정부 관계자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B30A라는 ‘절반 성능’ 칩을 설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최신 B300 대비 연산 능력을 50% 수준으로 제한한 모델이며, 미 정부의 수출 통제 기준을 충족하는 동시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학습 수요를 충족할 제품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상업적·선의의 용도만을 위한 제품 로드맵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사양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업계는 “블랙웰 기반 제품은 성능·에너지 효율 모두 현존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성능을 절반으로 낮춰도 타사 제품 대비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투자자에 미치는 의미
황 CEO는 5월 인터뷰에서 “향후 몇 년 내 중국 AI 칩 시장 규모가 연간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 예상 매출(2026 ~ 2028 회계연도 합계 7,590억 달러)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중국 매출은 같은 기간 최대 99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여기에 블랙웰 아키텍처 프리미엄이 반영되면, 제한형 칩이라도 단가가 높아지면서 매출 기여도가 더 확대될 여지가 크다.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내년 예상 매출 대비 주가비율(PSR) 30배 이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과거 대비 완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단기적 가격 조정에 개의치 않는 장기 투자자는 향후 중국 매출 회복·확대라는 잠재적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변동성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15% 매출 공유로 인한 순이익률 희석과 미·중 관계가 재차 경색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특히 선거 일정이나 추가 규제가 변수로 남아 있어,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알아두면 좋은 기술 용어
GPU: 중앙처리장치(CPU)와 달리 수천 개 코어를 통해 대규모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칩. 이미지·영상 처리뿐 아니라 딥러닝 모델 학습·추론에 주로 사용된다.
AI 칩: AI 전용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반도체. GPU, ASIC, FPGA 등이 포함된다.
블랙웰 아키텍처: 엔비디아가 2024년 공개한 차세대 AI 칩 설계. 트랜지스터 밀도와 에너지 효율이 대폭 개선됐다.
*본 기사에는 저자의 투자 의견이 일부 포함돼 있으나, 특정 종목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투자 결정과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 (기고자: Danny Vena, 원문 출처: The Motley F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