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전 재산을 다 쓰는 데 걸리는 시간…챗GPT의 가상 시뮬레이션

2140억 달러—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추정 순자산1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가 제시한 이 금액은, 숫자가 너무 커 실감조차 나지 않는 수준이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기자는 이 천문학적 재산이 실제로 ‘다 써버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에게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베이조스가 보유한 모든 돈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릴까?”

물론 현실에서 그의 자산 대부분은 아마존 주식과 비상장 투자를 포함한 유가증권 형태로 묶여 있다. 실제로 현금화하려면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시장 변동성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서는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세금·거래 비용·유동성 제약을 모두 무시하고 ‘전 재산이 곧바로 현금화돼 있다’는 전제를 채택했다.


시나리오 1: 하루 1,000달러 지출

ChatGPT의 첫 계산은 다소 황당하다. 매일 1,000달러만 쓴다면 약 68만 5,000년이 지나야 잔고가 0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 종이 지구에 등장한 30만 년보다 두 배 이상 긴 시간이다. 다른 표현으로, 그는 앞으로 60만 년 동안 매일 새 아이폰을 구매하고도 저녁식사를 해결할 현금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시나리오 2: 하루 100만 달러 지출

지출 규모를 하루 100만 달러로 끌어올리면 어떨까. 전용기, 금도금 가구, 대륙별 초호화 별장을 매일 한 채씩 사들이는 수준이다. 그 경우에도 잔고 소진까지 685년이 걸린다고 AI는 답했다. 지금부터 계산해도 2710년까지 돈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시나리오 3: 연간 10억 달러 기부

이제는 자선 활동 관점이다. 베이조스가 매년 10억 달러를 꾸준히 내놓는다면 약 250년 동안 기부를 지속할 수 있다. 참고로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의 2022년 지출액은 70억 달러였다. 베이조스는 같은 규모의 기부를 매년 두세 세기 동안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나리오 4: 하루아침에 2,500억 달러 전액 기부

만약 그가 모든 자산을 현금화해 내일 당장 2,500억 달러를 풀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ChatGPT는 첫째, 세계식량계획(WFP)이 추산한 연간 330억 달러 규모의 세계 기아 해결 비용을 7.5년 동안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2023년 미국 전체 가계의 본인부담 의료비(5050억 달러 상당)를 상당 부분 보전하거나, 미국 1억 4,300만 가구에 가구당 1,750달러씩 지급할 수도 있다. 셋째, 공립대학 재학생 2,200만 명에게 1년 치 평균 학비를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빈털터리가 될 수 있을까?’

ChatGPT는 결론적으로 “베이조스가 망하려면 본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재산 규모가 아니라 증식 속도다. 2023년 아마존 주가는 클라우드·광고·AI 사업 호조에 힘입어 약 80% 상승했다. 이처럼 시가총액이 급증하면 보유 지분 가치도 자동으로 뛰어오른다.

간단한 산술을 적용해 보자. 총자산 2,000억 달러가 연 7%의 ‘평균적’ 주식 수익률을 기록하면 한 해 140억 달러의 자본이득이 발생한다. 그가 매년 10억 달러를 써도 순자산은 오히려 130억 달러 증가한다. 따라서 ‘전 재산 소진’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해설: ‘유동성(liquidity)’과 ‘복리(compound)’의 힘

기사에서 가정한 ‘전액 현금화’는 현실적으로 유동성 위험시장 충격을 수반한다. 대규모 주식 매각은 주가 하락을 불러와 실제 수취액이 줄어드는 슬리피지(slippage)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연방세법상 장기 보유 주식 매각에는 최대 23.8%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대로 복리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폭발적으로 커진다. 자산이 연 7%씩 증가할 때, 10년 후에는 약 1.97배, 30년 후에는 약 7.61배로 불어난다. 이는 엄청난 지출마저 상쇄하는 구조적 ‘자산 자가증식’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베이조스가 빈털터리가 되는 유일한 길은 고의적·지속적 가치 파괴와 포트폴리오 악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셈이다. 현실성은 낮지만, 이 같은 가상 실험은 초고액 자산가의 부(富) 지속성재분배 정책에 대한 공공적 논의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큰돈을 모으는 것보다, 큰돈을 ‘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 — AI ChatGPT의 요약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