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피해자들이 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가 보유한 남은 수사 파일의 전면 공개를 의회가 강제하도록 하는 하원 조치안 통과를 촉구하는 전국 공익광고(PSA)를 공개했다. 이 광고는 트럼프 행정부의 수개월간의 공개 거부 기조 이후 나왔다고 전했다.
광고 말미에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피해 당시 소녀 혹은 청년기였을 때의 사진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이 이어지며, “다섯 개 행정부가 지나도록 우리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어 “자신의 지역구 연방 하원의원에게 전화해 모든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달라”는 메시지가 강조된다.
2025년 11월 1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광고는 하원 표결을 이틀 앞두고 공개됐다. 광고는 WorldWithoutExploitation.org가 배포했으며, 피해자들은 의회가 법무부에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조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주 일요일 밤 입장을 선회해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해당 조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 의원들에게 표결을 강제하는 청원에 동참하지 말라고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나아가 상원에서도 이 조치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는 그동안 파일 공개 압박에 수개월간 저항해 왔다. 이는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이 해당 문서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한 뒤 촉발된 흐름과 맞물린다.
피해자 증언: “도움을 약속하고 협박했다”
광고에 등장한 피해자 다니엘 벤스키(Danielle Bensky)는 성명에서 “나는 17세에 제프리 엡스타인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무용수(발레리나)를 꿈꾸며 뇌종양과 싸우던 어머니를 돕고 훈련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벤스키는 “한 여성이 나에게 유력한 자선가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레슨비를 마련할 기회로 시작한 일은 수개월에 걸친 학대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엡스타인은 어머니의 병을 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는 도움을 약속하고, 내가 말을 하면 그 도움을 빼앗겠다고 협박했다. 진실을 말하기까지 수년이 걸렸고, 지금 말하는 이유는 여전히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가 숨겨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애니 파머(Annie Farmer)는 “내가 16세였을 때, 나를 성공하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 어른들을 신뢰했다. 그 신뢰는 내 인생의 궤적을 바꿀 정도로 악용됐다”라고 성명에서 말했다. 파머는 “엡스타인을 비호한 사람들은 수십 년간 보호를 받았고, 생존자들은 수십 년 동안 답을 얻지 못했다. 남아 있는 문서를 공유하는 일은 그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입장 선회와 하원 표결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게시글에서 “하원 공화당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숨길 것이 없으며, 민주당의 ‘속임수(Hoax)’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최근 공화당의 ‘민주당 셧다운’ 승리를 언급했다.
“House Republicans should vote to release the Epstein files. Because we have nothing to hide, and it’s time to move on from this Democrat Hoax perpetrated by Radical Left Lunatics in order to deflect from the Great Success of the Republican Party, including our recent Victory on the Democrat ‘Shutdown.’” —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 소셜 게시글
그러나 트럼프가 민주당 책임을 거론했음에도, 이번 조치안은 켄터키주의 공화당 하원의원 토머스 매시(Thomas Massie)가 주도해왔다. 매시는 하원에서 10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 보도·맥락: 이메일 공개와 조사 지시
트럼프의 게시글은 하원 위원회가 엡스타인이 작성한 이메일을 공개한 직후 나왔다. 해당 이메일은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오랜 친분이 틀어진 지 수년 후 작성된 것이다. 또한 불과 며칠 전, 팸 본디는 트럼프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가 엡스타인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리드 호프먼 등과의 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4월(트럼프의 첫 임기 중 엡스타인 체포 석 달 전), 엡스타인은 작가 마이클 울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는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썼다. 이메일은 그 표현의 구체적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다. 엡스타인은 2019년 8월 뉴욕 맨해튼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 12월에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 트럼프에 대한 ‘테이크다운(take down)’ 가능성을 언급하자, 엡스타인은 “정말 말도 안 된다. 왜냐하면 나야말로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 2011년 4월, 엡스타인은 현재 20년 징역형을 복역 중인 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직 짖지 않은 개는 트럼프다”라고 썼다. 그는 구체적 의미를 밝히지 않은 채, 자신에게 피해자라고 지목된 한 여성이 “트럼프와 함께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이며 “그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House Oversight and Government Reform Committee)는 엡스타인 유산 관리단(his estate)에 발부한 소환장을 통해 이 이메일들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행각을 친구 사이였던 당시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으며, 엡스타인의 범죄와 관련해 기소된 적은 없다.
현장 및 자료 화면
2025년 11월 17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는 Home of the Brave가 게재한 빌보드 광고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해당 광고는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엡스타인의 언급을 강조했다(사진: Adam Gray | Getty Images).

NBC 아카이브 영상에는 1992년 트럼프가 엡스타인과 함께 파티를 즐기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은 사건의 오랜 배경 관계를 보여주는 참조 자료로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관련 보도CNBC
– 트럼프 경제 보좌관 케빈 해셋: AI가 노동시장에 ‘조용한 시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
– 트럼프, 엡스타인 기록 공개 입장 선회… 공화당에 공개 지지 촉구
– 전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 재직 중 거래 규정 위반—윤리 보고서
– 여성, 우주정거장에서의 은행 계좌 접근 진술 거짓 인정—유죄 인정
핵심 쟁점과 파급효과 정리
이번 사안의 핵심은 미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타인 관련 수사 문서’의 공개 범위와 시점이다. 하원 표결을 통해 법적·정치적 정당성이 부여될 경우, 문서 공개 요구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는 공화당 내 표결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변곡점으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사생활 보호, 수사 기밀, 제3자 권리 등 법적 제약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들의 전면 공개 요구는 책임 규명과 진상 확인이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사회적 공익을 주장한다. 반면 법무부와 행정부의 초기 저항은 문서 속 수사기법, 미공개 증언, 민감한 인적 사항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일 수 있다. 의회 감독과 사법당국 독립성 사이의 균형 설정은 향후 논쟁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용어 설명 및 배경
– PSA(공익광고)Public Service Announcement: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정 사안에 대한 인식 제고나 행동 촉구를 목적으로 제작·배포되는 비영리 광고를 말한다.
– 법무부(DOJ): 연방 차원의 수사와 기소, 법 집행을 총괄하는 부처로, 각종 연방 범죄 수사를 지휘하며, 기밀 문서와 수사파일 관리 책임을 진다.
– 하원 조치안(measure): 하원이 표결을 통해 정부 기관에 특정 행동을 촉구하거나 강제하는 결의·법안·감독 명령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번 건은 엡스타인 수사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성격을 띤다.
– 엡스타인 사건: 억만장자 금융인으로 알려진 제프리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성착취 관련 혐의로 2019년 7월 체포됐고, 같은 해 8월 뉴욕 맨해튼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그의 오랜 측근이자 공범으로 지목된 기슬레인 맥스웰은 피해자 알선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망
하원의 표결 결과에 따라 엡스타인 파일 공개의 범위와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찬성’ 신호는 공화당 의석 다수라는 현실과 결합해 조치안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공개 이후에는 문서 해석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피해자 보호 및 사법적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듯, 남은 문서 공개는 오랜 공백으로 남아 있던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