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제퍼슨(Philip Jefferson)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이하 연준) 부의장이 부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연준 이사(Board of Governors)로 남을지 여부를 아직 고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통신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한 경제학 콘퍼런스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제퍼슨 부의장은 “현재 맡고 있는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먼 미래 일을 매일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퍼슨 부의장의 부의장 임기는 2027년 9월에 종료된다. 그러나 그는 2022년 5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36년까지 유효한 14년 임기의 연준 이사직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부의장 임기가 끝나도 원칙적으로는 약 9년간 이사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구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재취임 이후 연준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 왔다. 취임 초기부터 금리 인하 요구와 제롬 파월 의장 해임 위협을 공개적으로 거론했고, 최근에는 리사 쿡(Lisa Cook) 이사 해임까지 추진했다. 하급심은 이를 기각했으나, 현재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연준 구조상 대통령이 단기간에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기 어렵다. 7명의 이사는 14년 임기를 갖고, 2년마다 한 명씩 임기가 만료되도록 설계돼 있어 선거 정치의 영향을 최소화한다.
“연준은 선거 주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원칙이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가 과반 확보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점
현재 이사회 7명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1‧2기 재임 기간에 임명한 인사다. 쿡 이사의 해임이 확정되고, 제퍼슨 부의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네 번째 공석은 2028년 1월까지 기다려야 발생한다. 바로 그때 제롬 파월 의장의 이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의장 임기는 2028년 5월 종료). 이는 트럼프 임기의 마지막 완전한 해다.
연준 이사직과 부의장직, 무엇이 다른가?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통화정책을 최종 의결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핵심 기관이다. 각 이사는 임기 중 대통령의 해임 대상이 아니며, 의회 탄핵 외에는 신분이 보장된다. 부의장(Vice Chair)은 이사회 내부에서 선임돼 FOMC와 이사회를 공동 주재하며, 의장을 보좌하고 의장이 부재시 직무를 대행한다. 그러나 부의장 임기는 4년으로 제한되며, 이사 임기와 별개다.
미 연방대법원 역할 설명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은 행정부‧입법부의 결정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최종 판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쿡 이사 해임은 현재 대법원 심리 중이다. 결과에 따라 연준 독립성 및 대통령 권한에 관한 판례가 새롭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과 정책 영향
연준 인사 구성은 금리 결정과 금융규제 방향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파적(긴축 선호) 인사들로 이사회를 재편할 경우,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압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과, 반대로 “친정치적” 결정으로 정책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한다.
필립 제퍼슨 부의장은 학계 출신의 중도 성향 인사로, 2024~2025년 고금리 유지 과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점진적 접근”을 강조해 왔다. 그는 앞으로도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연준 이중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약칭으로, 연준 내 통화정책 결정기구다. 이사회 7명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5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연준의 독립성: 대통령과 의회로부터 상대적 독립성을 유지해 정치적 압력 없이 장기적 경제 안정에 집중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다.
매파·비둘기파: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적이면 ‘매파’, 완화적이면 ‘비둘기파’로 분류한다. 시장에서는 이사진 성향 변화에 주목한다.
제퍼슨 부의장은 끝으로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연준은 법적 책무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장악 시도 속에서도 정책 결정의 연속성과 독립성 유지 의지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