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조사 “조종사, 덜 손상된 엔진 차단”…명백한 증거 확인

[서울] 제주항공 B737-800 여객기가 지난해 12월 무안공항에 사고 착륙하며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과 관련해, 조종사들이 새 충돌 직후 더 적게 손상된 좌측 엔진을 끈 정황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내부 제보가 나왔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대한민국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ARAIB)는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 ▲비행자료 기록 장치(FDR) ▲잔해에서 회수된 물리적 스위치 등을 토대로 조종사가 비상 절차 수행 과정에서 우측이 아닌 좌측 엔진을 차단했다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을 직접 파악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조사팀이 축적한 음성·컴퓨터·물리 자료가 서로 일치한다”며 “이번 결론은 변동 여지가 없다”고 로이터통신에 익명으로 밝혔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두 엔진 모두 사고 전에는 결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고 개요 및 피해 규모

해당 사고는 2024년 12월 29일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LJ812편이 무안공항 활주로를 지나 항행 지원시설 제방에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기내에는 승객 173명과 승무원 8명, 총 181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사망자 179명, 생존자 2명으로 한국 내 단일 항공사고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사고 직전 조류와의 충돌(Bird Strike)로 엔진이 손상됐다는 사실은 1월 발표된 예비보고에서 확인됐다. 다만 보고서는 양쪽 엔진 모두에서 오리 사체가 발견됐다고만 서술했을 뿐, 어느 쪽 손상이 더 컸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새 충돌(Bird Strike)이란?

조류 충돌은 항공기가 저고도로 접근·이륙할 때 새 떼와 부딪혀 엔진 또는 기체 일부가 손상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항공기 엔진 내부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 압축기 블레이드 파손, 연료계통 장애 등으로 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전 세계 상업비행의 65% 이상에서 경·중도 조류 충돌이 보고되고 있다.


피해 가족들의 반발

ARAIB는 7월 20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엔진 분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 측 반대로 자료 배포를 돌연 중단했다. 유가족 법률대리인들은 “조사위가 다른 원인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조종사 책임을 지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조종사 노조 역시 “양쪽 엔진 모두에서 새 잔해가 발견됐다는 점을 무시한 채 좌엔진에 ‘문제가 없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는 행위”라며 “단일 엔진만으로도 착륙이 가능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조종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계 기관·기업 입장

“사고는 다수 요인이 중첩되어 발생하며, 최종 보고서는 통상 1년 이내 발표된다.” — 국제 민간항공 규정

ARAIB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보잉은 모든 문의를 조사기관으로 돌렸고, 엔진 제조사 CFM 인터내셔널(GE·사프란 합작)도 즉답을 피했다. 제주항공은 “조사위와 적극 협조 중이며 공식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만 밝혔다.

한편, 항공사·제조사·정비업체·관제 당국 등 조직적 책임에 관한 질문에 대해 조사위가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선 “인재(人災)와 시스템 오류가 복합된 특성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 진단과 전망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지목한다. 첫째, 조종사가 왜 좌측 엔진을 끄도록 판단했는가이다. FDR 로그에 따르면 새 충돌 시 우엔진 진동·온도 수치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사고 당시 활주로 끝단을 보호해야 할 제방 구조물이 탑승객 치사율을 높였을 가능성이다.

전 ICAO 검사관 출신 이경훈 박사는 “엔진 페더링(Feathering) 스위치가 물리적으로 좌측 위치에서 OFF로 고정돼 있었다면, 조종실 혼란·경고음 과다·시각 자료 오류 등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문제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조사는 ▲조류 충돌 대비 공항 주변 서식지 관리 ▲엔진 내 조류 탐지 레이더 도입 ▲제방·활주로 설계 기준 개선까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는 국내 항공법·시설 기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ARAIB 최종보고서의 한 줄 한 줄이 산업·정책 전반의 직접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산업적 파급 효과

이번 사고 이후 보잉 주가(BNYSE:BA)는 3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했고, 엔진 파트너사인 사프란(EPA:SAF) 주가도 소폭 눌렸다. 전문가들은 “민·형사 책임은 물론, 항공사·제조사·정비사 간 배상 비율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최종 비용 부담이 극적으로 달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또한, 사고 장면이 전 세계로 중계되면서 제주항공 이미지 타격이 컸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전반의 안전투자 압박도 고조됐다. 한 자본시장 애널리스트는 “추가 보유기종 정비비 증가와 보험료 상승은 단기 수익성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당국 움직임

국토교통부는 8월부터 무안공항을 포함한 전국 15개 공항에 대해 새 퇴치용 레이저·음향 장비 배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활주로 말단 안전구역(RESA) 확장 권고를 각 공항공사에 전달한 상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ARAIB 최종보고서 발표 직후 청문회를 열어 시스템·감독 책임을 짚겠다”고 밝혀, 제도 개선 논의가 정기국회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 용어 해설
CVR(Cockpit Voice Recorder): 조종실 대화·경고음을 저장하는 장치.
FDR(Flight Data Recorder): 비행 고도·속도·엔진 출력 등 수백 개 매개변수를 기록한다.
Feathering: 프로펠러기 기준, 추력 감소를 위해 블레이드를 유선형으로 돌려 공기저항을 줄이는 작업. 제트기에서도 관용적으로 ‘엔진 출력 차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