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정책 우려에 유럽 신약 출시 일부 연기

유럽에서 일부 신약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 제약업계 경영진들과 업계 단체, 시장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약가 인하 압력과 정책 변화가 유럽 출시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6년 3월 31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가 정책 변화가 글로벌 제약사의 출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백악관은 전통적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온 미국의 처방약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압박을 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업계가 미국 소비자에게 불공정하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주장하며, 미국인이 지불하는 가격을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지불되는 가격과 연동하는 최혜국 대우 가격(Most-Favoured-Nation, MFN) 등 국제참조가격제 도입을 모색했다.

제약사들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 때문에 가격이 낮은 유럽 시장에서의 제품 출시를 보류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약 7,000억 달러 규모)의 장기적 가격 수준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에서는 각국 정부가 자국 국민건강보험이 지불할 가격을 협상해 낮은 가격을 유지하지만, 미국은 보험사·약국혜택관리업체(PBM) 등과의 복합적 협상 구조와 리베이트·할인 등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EFPIA(유럽제약산업협회) 산하 단체장인 바이어의 고위임원 스테판 얼리히는 “우리는 유럽에서의 신약 도입 지연의 초기 징후를 보고 있다”며 이는 “미국 가격에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GlobalData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국제참조가격제(일부에서는 MFN으로 표현)를 도입한 2025년 5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유럽 내 신약 출시가 약 35% 급감했다. GlobalData는 저가의 EU 출시를 지연하면 미국에서의 고가 유지 기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프랑스 보건당국(HAS)의 리오넬 콜레트(※HAS는 Haute Autorité de Santé) 책임자는 제약사들이 프랑스의 조기 접근 제도에 대한 결정을 점점 더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공식 승인 이전에 일부 환자가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마케팅 승인 이전의 조기 접근 신청 건수는 지난 1년간 급감했다. 콜레트는 “트럼프의 등장이 회사들의 제품 시장 진입 전략을 바꿔놓았다”며 HAS의 조기 접근 결정 수가 지난해 25건에서 10건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약가가 낮은 시장 중 하나로, 미국 가격의 약 1/3 수준이라고 콜레트는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가격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가격 설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례: 미국 기업 Insmed은 2월에 항염증제 Brinsupri의 독일 출시를 미국 약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 연기했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 윌리엄 루이스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MFN 정책에 대한 명확성이 필요하다”며 “무엇이 될지 알 때까지 보수적으로 보류하는 것이 신중하다”고 말했다. 이 약은 유럽에서 지난 11월 승인받았으나 지역 내 출시를 아직 하지 않았다. 한편 2025년에 승인된 약의 90% 이상이 먼저 미국에서 출시되었고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이용 가능하지 않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MFN 정책 시행과 그에 따른 유럽 시장에 미칠 간접적 영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행위 대변인은 “우선순위는 EU 내 환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의약품에 시기적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유럽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려

스위스의 로슈, 노바티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경영진들은 최근 1년간 유럽의 약가 정책과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에 대해 비판하며 더 많은 지출을 요구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루드 도버 임원은 정부들의 의약품 가치 평가 방식 때문에 유럽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로비단체 EFPIA는 유럽의 의약품 지출이 GDP 대비 약 1%인 반면 미국은 약 2%, 중국은 약 1.8%라고 지적하며 연구개발 투자, 임상시험, 혁신적 치료제 출시에 있어 유럽이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시 철수 사례도 보고됐다. 캘리포니아 기반의 암젠(Amgen)은 콜레스테롤 약물 Repatha를 덴마크에서 가격과 “변화된 환경”을 이유로 철수했으며, Indivior는 항중독제 SubutexSuboxone을 스웨덴 등 일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MFN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 보스턴의 의료법률가 론 랜턴은 미국의 가격 기준과 집행의 불확실성이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사안의 복잡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이 신제품에서 얼마나 벌 것으로 예상하는지 정확히 말해야 하는데, 그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다”며 출시 속도 감소는 예상된 일이라고 진단했다. 랜턴은 출시가 “눈가리개를 쓰고 체스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며 많은 제품의 출시가 느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이번 현상은 단기적으로 유럽 환자의 치료 접근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제약사가 유럽 출시를 지연하면 혁신 신약의 환자 접근은 늦어지고 일부 치료 옵션은 해당 국가에서 아예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임상시험 유치 감소, R&D 투자의 이동, 그리고 제약업계의 투자 우선순위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의 제약 생태계 경쟁력 약화와 관련 산업 일자리·투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국제참조가격을 도입하면 미국 내 약가가 하향 압력을 받을 수 있으나, 제약사들이 의도적으로 유럽 출시를 연기하거나 가격을 높게 책정하려는 전략을 택하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반면 유럽의 국가는 자국 예산 압박으로 인해 더 강한 가격협상을 유지하려는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가격 균형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추가한다.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유럽연합과 개별 회원국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협력적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출시 보류에 따른 환자 접근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임시 프로그램, 혁신 인센티브 재설계, 그리고 글로벌 가격 인덱스에 대한 공동 대응 전략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또한 제약사와의 투명한 대화 채널을 통해 출시 계획과 가격 책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 인용: “우리는 유럽에서의 신약 도입 지연의 초기 징후를 보고 있다” — 스테판 얼리히(유럽제약산업협회장 겸 바이어 경영진)


결론적으로, 미국의 약가정책 변화는 글로벌 제약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내 신약 출시 지연과 환자 접근성 악화, 중장기적으로는 R&D 투자·임상시험·시장경쟁력에 대한 구조적 영향이 우려된다. 유럽 당국과 제약업계는 상호 이해와 투명한 정보공유를 통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