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들이 2026년 1월 1일부로 최소 350개 브랜드 약 품목의 미국 내 목록가(list price)를 인상하기로 계획했다고 의료조사기관인 3 Axis Advisors가 독점 제공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인상 품목에는 코로나19 백신, RSV 백신, 대상포진 백신, 및 블록버스터 항암제 Ibrance 등 주요 백신과 치료제가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약가 인하를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결정이다.
2026년 1월 2일, 로이터통신의 마이클 어먼(Michael Erman)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약값 인상 건수는 작년 같은 시점의 250여 건보다 증가한 수준이다. 2026년의 가격 인상 중앙값(median)은 약 4%로 2025년과 유사한 수준이며, 이 수치는 약국혜택관리자(Pharmacy Benefit Managers, PBMs) 등에 대한 리베이트나 기타 할인 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목록가 기준(list price only)이다.
제약사들은 일부 약제의 가격을 인하하기도 한다. 3 Axis 자료에 따르면 약 9개 품목의 목록가는 인하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공동 판매하는 당뇨치료제 Jardiance와 연관 치료제 3종의 목록가가 40% 이상 인하되는 사례도 포함된다. 양사는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특히 Jardiance는 2026년 메디케어(Medicare) 프로그램 대상 고령자(65세 이상)을 위한 가격 협상에서 정부와의 협상 결과 목록가를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인하(약 66% 인하)한 사례에 포함됐다. 이는 정부의 약가 협상 제도 시행이 일부 고가 약품에 직접적인 가격 하락을 유도한 사례로 해석된다.
“이러한 거래들은 변혁적이라고 발표되지만, 실제로는 미국 처방약의 높은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들에 대해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보건정책연구자 벤자민 롬(Dr. Benjamin Rome)은 지적했다. 롬 박사는 제약사들이 건강보험사 및 PBM 등과는 별도로 협상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가운데 소비자 대상 현금 지불 가격에는 또 다른 목록가를 설정해 가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의 보도는 또한 3 Axis Advisors가 제약사·약국 그룹·건강보험사와 약가 및 공급망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컨설팅 회사이며, 비영리 약가 단체인 46brooklyn과 인력 및 관계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HHS)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주요 제약사별 조치와 특징
화이자(Pfizer)는 약 80여 개의 의약품에 대해 목록가 인상을 발표하며 가장 많은 품목의 인상을 예고했다. 대상 품목에는 항암제 Ibrance, 편두통 치료제 Nurtec, 코로나19 치료제 Paxlovid 및 병원에서 투약되는 모르핀(morphine), 하이드로모르폰(hydromorphone) 등도 포함된다. 화이자의 대부분 인상폭은 10% 미만이지만, 코로나19 백신 Comirnaty는 15% 인상이 예정돼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부 병원용 의약품은 4배 이상으로 대폭 인상된 품목도 있다고 보도는 전했다.
화이자는 성명에서 2026년 혁신 의약품 및 백신의 평균 목록가를 전반적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조정했다고 밝혔으며, “적은 폭의 인상은 새로운 약물 발견과 개발을 지속하고 사업 전반의 비용 증가를 충당하기 위한 필요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럽계 제약사인 GSK는 약 20개 약품과 백신의 가격을 2%에서 8.9% 범위에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SK는 합리적 가격 책정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번 인상이 과학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노피(Sanofi)와 노바티스(Novartis)는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책 배경과 용어 설명
미국은 처방약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환자들이 부담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종종 다른 선진국 대비 거의 3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정치권은 제약사의 가격 인하를 압박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의 메디케어 프로그램과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Medicaid), 그리고 현금 환자(cash payers)에 대한 가격 협상을 통해 일부 제약사와 거래를 체결한 바 있다. 화이자,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노바티스, GSK 등 14개 제약사가 이런 협상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이들 중 일부는 1월 1일부로 일부 품목의 목록가 인상을 예고했다.
여기서 사용된 몇몇 용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목록가(list price)는 제약사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제품의 표면 가격이다. 실제 환자나 보험사가 지불하는 금액은 보험사의 보조금, PBM(약국혜택관리자)의 리베이트, 제약사와의 개별 계약에 따른 할인 등으로 변동되며 이를 순가격(net price)이라고 부른다. PBM(Pharmacy Benefit Manager)은 보험사와 제약사 사이에서 약가 협상과 약국 네트워크 관리를 담당하는 중개기관으로, 대규모 리베이트를 주고받아 실질 약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후 영향과 전문가 전망
이번 목록가 인상은 소비자와 보험시장, 그리고 공적의료지출(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목록가 자체가 오르면 일부 보험 플랜의 본인부담금 구조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상승할 수 있으며, 특히 보험 보장이 약한 비보험자와 고액약을 자비로 부담하는 환자군의 의료비 부담은 즉각 증가할 우려가 있다. 또한 메디케어의 경우 정부가 정한 가격상승 한도보다 빠르게 목록가를 올리면 제재가 가해지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만, 제약사들이 목록가를 조정하고 리베이트 등으로 실질 가격을 통제하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규제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 전반 측면에서는 제약사들의 목록가 인상이 제조업체 매출의 표면적 증가로 이어져 제약 업종의 단기 실적 개선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보험사와 PBM은 추가 비용을 전가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나 보험혜택 구조 조정(예: 본인부담금 상향, 처방약 커버리지 제한)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위험이 있으며, 연방정부의 재정 부담도 증가시킬 수 있다.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정부가 약가 인하를 목표로 하는 여러 방안을 병행해서 운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도출된다. 즉, 목록가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리베이트 투명성 강화, PBM 규제, 메디케어 협상력 확대 등 구조적 개혁이 병행돼야 실질적 약가 인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약사의 R&D 투자 주장을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요구하고, 혁신성과 비용효과를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론
3 Axis Advisors의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초에 발표된 최소 350건의 목록가 인상은 제약업계의 가격 결정 구조와 미국 의료비 문제의 복잡성을 다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의 가격협상과 일부 품목의 대폭적인 가격 삭감 사례(예: Jardiance)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품목이 목록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 완화와 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보다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HHS는 논평을 거부했으며, 제약사들은 각기 인상 사유로 혁신 투자와 비용 증가 등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