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 임상시험·규제 제출 문서에 AI 도입해 개발 속도 가속화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의 핵심 혁신물질 발굴에는 아직 한계가 있으나, 임상시험 운영과 규제 제출 문서 작성 등 전통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에서는 이미 효율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AI 기반 툴을 활용해 참가자 모집, 시험 기관 선정, 규제당국 제출용 문서 초안 작성 등에서 수주 단위의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2026년 1월 2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제약업계 경영진들은 최근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AI 적용 사례와 기대 효과를 설명했다. 신약을 시장에 내놓기까지 통상 10년과 2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제약사들의 근거와 함께, 엘리 릴리(Eli Lilly)가 반도체업체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는 등 AI를 통한 후보물질 발굴 개선에 베팅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대형 제약사와 소형 바이오텍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은 규제 제출용 문서 관리의 비효율성이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로슈(Roche), 화이자(Pfizer)와 Spyre, Nuvalent 같은 소규모 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안전성, 제조 기록 등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국가별로 편집·대조·일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외부 계약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많이 들며, AI는 문서 정리·교차검증·템플릿 변환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인력을 절감하고 전체 일정을 단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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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va CEO 리처드 프랜시스(Richard Francis)는 “전체 과정 가운데 핵심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이 가능한 한 효율적이고 작아야 한다. AI와 디지털화, 프로세스 개편은 이 ‘덜 화려한’ 부분에서 실질적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구체적 사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는 2023년 총 1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후기(large-scale) 심혈관 임상 결과(outcomes trial) 시험을 시작할 때 AI를 도입했다. 임상기관(site) 선정에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4~6주가 소요되던 과정이 AI 도입으로 2시간 회의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참가자 등록은 목표치를 겨우 13명 초과한 수준에서 마감될 수 있었다고 노바티스 최고의료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슈리람 아라드예(Shreeram Aradhye)가 전했다. 노바티스 대변인은 AI가 제공하는 시간 절감이 약물 개발 프로그램 전반에서 수개월을 더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GSK는 디지털 및 AI 툴을 혼합 적용해 수작업 데이터 수집과 집계, 시험 등록을 줄이고 모든 임상시험을 평균 약 15%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GSK는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해 천식 치료제 Exdensur의 후기 임상에서 약 800만 파운드(약 1,087만 달러)의 비용 절감을 이뤘으며, 해당 약물은 지난달 미국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환산 기준으로 $1 = 0.7358 파운드라는 점도 기사에 포함됐다.

덴마크 항체 개발사 Genmab는 Anthropic의 Claude 기반 챗봇 형태의 agentic AI를 도입해 임상 개발 우선순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enmab의 AI 책임자 히샴 하마데(Hisham Hamadeh)는 목표가 사후(포스트 트라이얼)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으로, 데이터 분석과 그래프·표·도표·임상시험보고서(CSR) 작성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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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방사성의약품 기업 ITM은 장문의 시험 보고서를 미국 FDA 제출 템플릿 형식으로 변환하는 방법을 AI로 구현해 여러 명의 인력이 수주간 소요하던 작업을 몇 주 단위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배포(배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벤처와 투자, 생산성 전망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의 제이슨 콘데(Jorge Conde)는 약물 개발의 ‘지저분한 중간 단계(messy middle)’를 개선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AI 기반 환자 모집·교육·스크리닝·스케줄링 작업을 지원하는 Alleviate Health에 43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콘데는 임상 등록 과정을 ‘새는 깔때기(leaky funnel)’로 묘사하며, AI가 환자 유지와 접점 관리를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는 지난해 agentic AI(자율적 AI)가 향후 5년간 임상 개발 생산성을 약 35%~45% 높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TD Cowen의 애널리스트 브렌단 스미스(Brendan Smith)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대형 언어모델(LLM)을 포함한 AI의 행정업무 적용이 제약업계에서 꽤 일반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AI가 실제로 신약 개발을 가속화했는지 가시적으로 확인하려면 추가로 1~3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용 절감 효과를 정량화하는 것은 도구의 배치 위치와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Discovery)과의 차이

기사에 따르면 AI는 아직 ‘AI가 창출한 신약’이라는 가장 어려운 과제, 즉 전례 없는 분자 구조를 발굴해 큰 의학적 진전을 이루는 단계에서는 확실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보완적 역할(augmenting intelligence)로서 임상 운영과 규제문서 준비에서 중대한 시간·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암젠(Amgen) 연구총괄 제이 브래드너(Jay Bradner)는 “모두가 기다리는 것은 ‘AI가 만든 약’이지만, 그런 분자들은 현재 파이프라인에 들어와 있을 것”이라며

“What everybody’s waiting for is the AI drug. When do I get the AI drug? I actually think those molecules are in pipelines right now.”

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

Agentic AI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적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임상시험 운영에서는 환자 선별, 스케줄 관리, 문서 템플릿 변환, 데이터 정합성 확인 등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인력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대형 언어모델(LLM)은 방대한 텍스트를 학습해 자연어 생성·이해를 수행하는 모델로, 규제 문서 초안 작성과 기존 문서의 통합·요약 작업에 활용된다. 또한 사이트 셀렉션(site selection)은 임상시험을 수행할 의료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으로, 환자 모집 가능성, 과거 성과, 지역적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해 수주에서 수개월 소요되던 작업이다.

경제·시장에 미칠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AI 도입은 임상 운영비용 절감과 임상 기간 단축으로 제약사의 연구개발(R&D) 투자 효율을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각 신약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자본 회전율을 높여 기업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후기 임상에서의 시간 단축은 승인 후 시장 진입 시점이 빨라져 매출화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런 이익은 도구의 도입 범위와 규모, 규제당국의 수용성에 따라 편차가 크며, 투자자들이 효과를 재무제표에서 확인하기까지는 통상 1~3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개발비용의 하향 안정과 임상 실패 리스크 경감이 관찰될 가능성이 있다. AI가 반복적 행정업무를 줄이면 제약사는 연구자원(R&D)을 더 상위의 혁신 영역에 배분할 수 있어 후보물질 발굴과 혁신적 치료법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과도한 자동화에 따른 규제 리스크(예: 문서 오류·책임소재 불분명)나 AI 모델의 편향성에 대한 감독 요구가 강화되면, 규제준수 비용이 다시 증가할 우려도 존재한다.

종합

결론적으로 AI는 현재 신약 개발의 ‘덜 화려한’ 부분에서 실질적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임상시험 운영과 규제 문서 처리에서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간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업계는 이러한 효율성이 결국 개발 생산성을 개선해 비용을 낮추고 시장 출시 시기를 앞당겨 전체 신약 상용화 사이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실제로 신약 후보를 직접 창출하는 시점과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투자자가 명확히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실증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