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의 IPO 일정·밸류에이션·시장 영향 총정리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가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공모 희망가 범위를 $24~$26로 상향 조정하며, 최대 $30억 8,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불과 며칠 전 제시된 $17~$19 범위보다 크게 올라 증시 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음을 방증한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제미니는 이번 미국 기업공개(IPO)를 통해 총 1,667만 주를 발행‧판매해 $4억 3,330만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가가 최상단인 $26에 확정될 경우, 목표 조달액과 몸값이 모두 상향되는 구조다.
또한 나스닥은 이번 상장과 동시에 $5,000만 달러어치 주식을 사모 방식(private placement)으로 취득하기로 미리 합의했다. 이는 거래소 자체가 암호화폐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1
IPO 시장 회복세 속 제미니의 전략적 타이밍
올해 가을 들어 미국 신규상장(IPO) 시장은 장기간의 부진을 딛고 모처럼 회복 국면에 돌입했다. 최근 S&P 500 지수가 연중 고점을 재차 시험하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 조절 시그널을 보내면서 ‘자금조달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가 확산된 덕분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조달비용이 줄고 주가 밸류에이션은 높아진다. 이는 IPO 심리에 명백히 긍정적”
— 캣 류(IPOX 부사장)
시장 분석업체 IPOX의 부사장인 캣 류(Kat Liu)는 위와 같이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공모주 투자자들은 ‘금리 피크아웃’·‘경기 연착륙’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면서 성장성이 높은 기술·핀테크·암호화폐 섹터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 상장 러시… 제미니의 차별점은?
암호화폐 산업 전반을 보면, 규제 환경 완화 조짐·현물 ETF 유입 증가·기관투자자 수요 확대 등 세 가지 요인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간극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대출사 피겨 테크놀로지스(Figure Technologies) 역시 같은 날 공모가 범위를 상향하며 공모 물량까지 늘렸다.
제미니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이는 코인베이스(Coinbase)—S&P 500 지수 편입으로 상징성을 확보한 1호 암호화폐 거래소—및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 직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던 불리시(Bullish)에 이은 ‘세 번째 상장 거래소’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상장 티커는 “GEMI”로 확정됐으며, 북빌딩(수요예측) 단계에서 골드만삭스·시티그룹이 공동 주간사를 맡고 있다. 공모가는 현지시간 목요일(9월 11일) 밤에 최종 확정될 예정으로, 이르면 다음 주 초부터 일반투자자 매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윙클보스 형제, 소셜미디어 논쟁에서 ‘크립토 아이콘’으로
제미니는 카메론(Cameron)·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levoss) 쌍둥이 형제가 2014년 설립했다. 두 사람은 2008년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의 법적 분쟁 합의금으로 큰 주목을 받은 후, 해당 자금을 비트코인·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에 재투자하며 ‘크립토 개척자’로 변신했다.
특히 제미니는 미국 내에서도 KYC(고객확인)·AML(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기관투자자 친화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러한 ‘규제 준수’ 이미지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가점을 확보하는 한편,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풀이
ETF(Exchange-Traded Fund)는 특정 자산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로,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거론되면서 암호화폐 생태계 자금 유입 촉매제로 주목받고 있다.
사모 배정(Private Placement)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제한된 투자자에게 별도로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 사례처럼 거래소가 직접 사모 물량을 인수하면 유동성·시장 신뢰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북빌딩(Bookbuilding)은 IPO 주간사가 기관투자자 수요를 사전에 조사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절차다. 수요가 예상치를 상회하면 공모가 밴드 상단 또는 그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되기도 한다.
기자 시각: 성공 가능성과 잠재 리스크
제미니의 상장 시점은 시장 회복기와 맞물려 ‘타이밍’ 측면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금리 하락 기대·ETF 승인 모멘텀·규제 명확화 흐름은 모두 암호화폐 거래소 실적에 우호적이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경우 거래 수수료 기반 매출도 덩달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다.
또한,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 기조가 예고 없이 강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윙클보스 형제가 강조해 온 ‘컴플라이언스 준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방파제 역할을 하겠지만, 정책 리스크는 상장 후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금융기관의 파트너십 확대, 나스닥의 자금 참여, S&P 500 편입 전례(코인베이스) 등을 종합할 때, 제미니 IPO는 암호화폐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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