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설 ‘비둘기적’ 해석에 월가 급반등…다우 사상 최고 마감

뉴욕증시가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호재로 받아들이며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했다. 특히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기록한 고점을 일부 반납했음에도 사상 최고치로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2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846.24포인트(1.9%) 급등한 45,631.74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96.22포인트(1.9%) 오른 21,496.53을 기록했으며,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 역시 96.74포인트(1.5%) 상승하며 6,466.91로 장을 마쳤다.

주간 단위 성적표는 엇갈렸다. 나스닥은 한 주 동안 0.6% 하락해 조정 국면을 이어갔으나, S&P500은 0.3%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1.5%나 뛰어올라 대형 가치주의 상대적 선전이 두드러졌다.*1


■ 파월 의장, “균형의 추가 이동…정책 수정 가능성”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인공은 단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다. 그는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Jackson Hole Economic Symposium)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짤막하지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근접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최고치에서 크게 내려왔다”고 진단하면서도 “위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대비 정책금리가 이미 1%포인트 하향된 만큼 “노동지표의 안정세를 활용해 신중히 정책 스탠스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은 이미 제약적 영역에 있다. 그러나 균형 전망과 위험 요인의 변화가 정책 조정을 정당화할 수 있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그는 또한 “통화정책은 사전 설정된 궤도가 아니며, 향후 결정은 경제 데이터와 위험 균형만을 근거로 이뤄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은 이를 ‘비둘기적 전환’으로 해석했다.

CME 그룹의 FedWatch Tool*2에 따르면 연설 직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은 83.1%로 치솟았다. 전일 75.0%에서 단숨에 8.1%포인트나 뛰어오른 수치다.


■ 래리 텐타렐리 “주택·소형주·은행주 수혜 전망”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최고기술전략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예상보다 훨씬 온건적이었다”면서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택건설·소형주·은행 섹터가 금리 하락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 섹터별 흐름: 항공·유전서비스·주택 관련주 급등

이날 업종별로는 항공주가 가장 눈에 띄는 랠리를 펼쳤다. NYSE Arca Airline 지수는 5.7% 폭등하며 약 6개월 만에 최고의 장중 고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과 더불어 원유 시추·장비 업체를 포함하는 필라델피아 유전서비스 지수도 5.1% 뛰어 4개월 만의 최고 종가를 달성했다. 주택 관련주는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주택지수가 4.5% 올라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외에도 네트워킹, 철강, 컴퓨터 하드웨어 등 대부분의 주요 업종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이 위험자산 선호로 기울었다.


■ 해외증시·채권시장 동향

아시아·태평양 증시는 이날도 혼조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 급등했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1% 상승했다. 반면 호주 S&P/ASX200지수는 0.6% 하락했다.

유럽 주요 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프랑스 CAC40지수 0.4%, 독일 DAX지수 0.3%, 영국 FTSE100지수 0.1% 각각 상승했다.

미 국채시장도 파월 연설에 즉각 반응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7bp(0.07%p) 급락한 4.260%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 다음 주 관전 포인트: 엔비디아 실적·주요 지표

다음 주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티커: NVDA)의 실적 발표다. 이와 함께 미국의 신규주택판매, 내구재 주문, 소비자신뢰지수, 2분기 GDP 수정치,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굵직한 거시지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용어해설 및 배경

*1 완만한 하락세 속 대형 가치주의 선전
최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고평가 부담과 차익 실현 매물에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금리 민감도가 높은 경기순환주·가치주가 대형주 지수에 포함된 다우지수는 강세를 보였다.

*2 FedWatch Tool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연방기금선물(Fed Fund Futures) 가격을 실시간 분석해 FOMC 회의별 금리 인상·인하 확률을 산출하는 도구다. 시장 참여자들의 금리 전망을 수치화한 지표로 널리 활용된다.

또한 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 bp)는 0.01%p를 뜻하며, 중앙은행·채권시장 등에서 금리 변화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1982년부터 매년 8월 개최해온 국제 경제·통화정책 회의로,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학계·시장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나온 메시지는 글로벌 정책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단서로 간주된다.


■ 기자 시각

통화정책이 ‘제약적’이라는 파월 의장의 직접 언급은 사실상 추가 긴축보다 완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신호다. 특히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깝다는 평가 속에서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은 연준이 경기 둔화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주가는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이미 새로운 완화 사이클을 일정 부분 선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향후 발표될 인플레이션·고용 통계가 파월 의장의 ‘비둘기적’ 기조를 뒷받침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만일 물가가 다시 고착된다면 시장은 재차 불안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유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