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통화 이중 악재에 놓인 일본 국채시장, 이번 주 최대 고비 맞는다

도쿄발 — 일본 국채(Japanese Government Bond, JGB) 시장이 한층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라는 이중 변수에 직면했다. 장기물 금리는 이미 사상 최고 수준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단기물 금리도 수개월 만에 고점을 경신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집권 자민·공명 연립 여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잃은 직후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정책 공백’과 ‘재정 포퓰리즘’ 위험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 야당이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감세를 주장하면서, 재정 보수주의를 내세워 온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특히 오는 8월 15일 종전 80주년 기념식을 전후해 단행될 수 있는 자민당 내 새 당대표 경선이 시장에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전 경선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근소하게 패했던 타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다시 도전장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강력한 완화’에 우호적인 리플레이셔니스트(reflationist)로 평가돼 채권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정치 격변이 촉발한 금리 급등

참의원 선거 직후 30년·40년물 JGB 수익률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시장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가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야당과 손을 잡거나 연정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장기물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한편 2년물과 5년물 등 단기물 금리는 미국과의 무역 합의 타결 직후 빠르게 상단을 넓혔다. 해당 합의로 인해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 재개’를 가로막던 대외 불확실성 요인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주 BOJ 회의가 던질 힌트

7월 31일 예정된 BOJ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는 즉각적인 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시장은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이미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BOJ 분기 전망 보고서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수위가 금리곡선 전반을 좌우할 전망이다.

BOJ가 채권 매입 축소(양적완화 정상화) 기조를 이어간다면, 재무성(FinMin)취약한 수급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카토 가쓰노부 재무상은 7월 28일 기자들과 만나 “BOJ가 비워 두는 자리를 메울 새로운 JGB 매수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재무성은 지난 5월 만기 구조 조정—즉 단기물 발행 확대—을 통해 변동성을 완화했으나, 선거를 앞둔 매도 압력은 그것이 근본 해법이 아님을 시사한다.


글로벌 변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불확실성

세계 최대 국채시장인 미국에서 미 국채 수익률이 움직이면 전 세계 채권 가격이 흔들린다. 7월 30일 개최되는 연준(Fed) 회의에서는 동결이 예상되지만, 이사회 내부 분열이 관전 포인트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제롬 파월 의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그와 미셸 보우먼 이사가 ‘선제적 금리 인하’ 의견을 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위험의 본질은 통화보다 정치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면서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파월 후임으로 ‘통화 완화론자’가 임명된다면 단기 금리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재정지출 기대준비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 약화장기물 매도를 유발해 수익률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연준을 전격 방문한 뒤 “파월을 해임할 필요가 없다”는 온건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그간의 전례로 볼 때, 관전 포인트는 ‘말 바꾸기’ 가능성이다.


용어 풀이 및 시장 시사점

JGB는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 표시 국채를 의미한다. 만기 구조가 다양하며, 10년물은 정책금리 가이드 역할을, 30·40년물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반영한다.

리플레이셔니스트(reflationist)는 경기 부양과 물가 상승(리플레이션)을 목표로 적극적 재정·통화정책을 지지하는 인물을 가리킨다. 채권시장에선 리플레이션 정책이 명목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금리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된다.

결국 이번 주 일본 국채시장의 향방은 ① 이시바 총리 거취, ② 7월 BOJ 회의 메시지, ③ 7월 FOMC 결과라는 세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10년 JGB 수익률이 1% 선을 상향 돌파할 경우 재무성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 의견: 필자는 BOJ가 이번 주 ‘스탠스 유지’를 택하더라도, 10월 인상 전망은 되레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정치 불확실성이 재정 확대를 부추긴다면, 장·단기 금리의 동반 상승을 막기 위해 BOJ는 예상보다 빠른 통화 긴축 카드를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몇 주간 엔화 강세와 일본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동반한 ‘금리발 리스크 오프’ 국면이 전개될 소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