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술주,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주로 쏠리면서 전통적 경기민감주(순환주)가 최근 수년간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Raymond James)는 전통 경기민감 업종의 약세 배경과 향후 변수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2025년 12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레이먼드 제임스의 애널리스트 테이비스 맥코트(Tavis McCourt)는 “비(非)AI 관련” 경기민감 업종이 지난 32개월 동안 S&P 1500 대비 약 28%p 포인트의 상대적 저조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맥코트는 이 기간 동안 2023년 3월 은행 유동성 위기가 경기민감주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킨 반면, AI 관련 주가 강세를 보인 점을 중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Since 2022, the equity market has been very biased against traditional cyclicals,”라고 맥코트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2022년 이후 네 차례의 경기민감 섹터 반등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미국 10년물) 하락과 동행하며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좌절되었다고 분석했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가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한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표와 측정: RJ Cyclicality Index
레이먼드 제임스는 경기민감 추세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적하기 위해 RJ Cyclicality Index라는 독자 지수를 만들었다. 이 지수는 건설직 일자리 공석(construction job openings), 대출 성장(loan growth), 주택담보대출 신청(mortgage applications), 트럭 운임 스팟레이트(trucking spot rates) 등 총 20개 경제 변수를 집계해, 기조(trend)가 ‘가속화, 둔화, 횡보’ 중 어느 쪽인지를 판단한다. 지수는 각 변수의 움직임을 종합해 긍정·중립·부정의 신호를 할당하도록 설계되었다.
보고서는 2024년과 2025년에 경기민감 부문이 개선되었으나 ‘회복 속도는 매우 더뎠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지수는 여전히 2019년 수준(완만한 성장기 정상치로 간주)을 밑돌고 있어 광범위한 경제 회복이 아닌 제한적 개선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 2025 시점에서 RJ Cyclicality Index는 51%를 기록했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이 지수가 2026년 상반기(1H26) 동안 55~60% 수준으로 상승해야 경기민감주의 지속적 랠리를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반대로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경기민감 섹터에서 더 많은 ‘허위 신호(head fakes)’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용어 설명: 경기민감주와 S&P 1500
경기민감주(순환주, cyclicals)는 경기 확장기에는 실적과 주가가 상대적으로 크게 개선되지만 경기 둔화기에는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는 업종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산업재, 소재, 에너지, 일부 금융업 및 자본재 관련 기업이 포함된다. 반대로 방어주는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소비필수재, 유틸리티, 일부 헬스케어 등으로 분류된다.
S&P 1500는 미국 주식시장 전반을 포괄하는 광범위 지수로, 대형주와 중형주, 소형주를 합한 지표다. 본문에서는 레이먼드 제임스가 경기민감 업종의 성과를 이 지수 대비 상대적 성과로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시장 메커니즘과 주요 변수
보고서는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가 단순한 섹터 선호의 문제를 넘어서 실물경제 지표의 약화와 연동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즉,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 건설 일자리 공석, 트럭 운임 등 경제활동과 바로 연결되는 지표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민감주가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10년물 국채 금리(추세적 하락)는 전통적으로 성장주보다 가치·순환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금리 하락이 반복된 반등 신호를 촉발했음에도 실물 지표의 약세가 이를 무력화시켰다.
특히 2023년 3월의 은행 유동성 위기는 금융 섹터 및 연관 산업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켜 경기민감주의 상대적 약세를 가중시켰고, 동시에 AI 관련 업종과 기술 성장주로의 자금 쏠림을 촉진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 포트폴리오의 섹터 배분이 기술·성장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통 경기민감주는 장기간의 상대적 저조를 겪었다.
향후 전망과 시나리오 분석
레이먼드 제임스의 분석을 토대로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베이스 시나리오(지수 55~60% 도달): RJ Cyclicality Index가 1H26에 55~60%까지 상승하면 건설·운송·제조를 포함한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며 지속적인 섹터 랠리가 가능하다. 기업 이익의 펀더멘털 개선과 함께 상대적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자본재·산업재·소재 섹터의 모멘텀을 강화시키고, 밸류 중심 포트폴리오(가치주)로의 자금 이동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약화 지속 시나리오(지수 50% 내외 혹은 하락): 지수가 50% 안팎에 머무르거나 하락하면, 경기민감주의 임시 반등은 반복되는 허위 신호(head fakes)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각종 선행 지표의 개선을 확인할 때까지 섹터 비중을 확장하지 않을 것이고, 자금은 계속해서 기술·성장주, 특히 AI 관련 섹터에 더 높은 가중치로 배분될 전망이다.
정책·외부 충격 변수: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혹은 보합), 국채 금리의 급등·급락, 또는 금융시장 스트레스(은행 유동성 문제 재발) 등은 경기민감주 수익률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예컨대 10년물 금리의 하락은 이론적으로 경기민감주에 우호적이나, 실물 경제 지표 부진이 동행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투자자 시사점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펀더멘털(실물 지표)과 모멘텀(금리·유동성·섹터 자금 흐름)을 동시에 관찰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단기적 반등 신호만으로 섣불리 비중을 확대하기보다는 RJ Cyclicality Index와 같은 복합 지표의 추세 확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회복인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지수가 목표 수준에 도달한다면 경기민감업종의 장기 투자 기회가 강화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허위 랠리’로 인한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레이먼드 제임스의 분석은 전통 경기민감주가 최근 수년간 왜 시장 대비 저조했는지에 대한 구조적 설명과 함께, 향후 반등이 현실화되기 위한 구체적 수치적 조건(RJ Cyclicality Index의 55~60% 도달)을 제시한다. 투자자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러한 지표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며, 펀더멘털이 동반되지 않는 기술적 반등에 대한 경계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