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연구원들, “메타, 아동 안전보다 가상현실 수익 우선” 미 의회에 폭로

【워싱턴 D.C.】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가 자사 가상현실(VR) 서비스의 수익을 아동 보호보다 우선시했다는 내부 고발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전(前) 사용자 경험 연구원 케이시 새비지(Cayce Savage)와 제이슨 새티자흔(Jason Sattizahn)은 9일(현지시간) 미 상원 개인정보·기술 소위원회에서 증언하며, 메타가 내부 연구 결과를 은폐했고 아동들이 성적 노출·괴롭힘·협박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2025년 9월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Reuters) 보도에 따르면, 이들 고발인은 “메타는 제품 안전성보다 가상현실 플랫폼의 수익 극대화를 먼저 고려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회사 내부 정책 문건에서조차 아동 보호 조치가 부실했다는 점이 다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1Meta cannot be trusted to tell the truth about the safety or use of its products,”— 케이시 새비지

새비지 연구원은 메타 리얼리티 랩스(Meta Reality Labs)에서 근무하던 2022~2023년 사이, VR 챗룸과 게임 환경에서 10세 전후 아동이 노골적인 성적 대화와 콘텐츠에 노출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관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연구팀은 데이터를 수집해 개선책을 제안했지만, 경영진은 ‘법적 책임을 피하려면 문제를 일부러 들여다보지 말라’며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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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티자흔 역시 “회사는 아동 안전 연구를 ‘리스크가 큰 영역’이라 규정하고 예산·인력을 회수했다”라며 “내부 토론 게시판에서 VR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할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묵살됐다”고 밝혔다. 그는 메타가 사내 보고서를 외부 감사팀에 제출하지 않은 채 ‘문제 없다’고 발표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투명성 결여가 상시화됐다고 비판했다.


● 챗봇 논란 재점화
메타는 최근 로이터 단독 보도로 “챗봇이 미성년자에게 연애·성적 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내부 문건이 공개돼 거센 역풍을 맞았다. 테네시주 공화당 마샤 블랙번(Marsha Blackburn) 상원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회사가 그런 챗봇을 허용한 사실이 놀라운가”라고 물었고, 새티자흔은 “전혀 놀랍지 않다”라고 답했다.

메타 대변인 앤디 스톤(Andy Stone)은 서면 입장문에서 “이번 주장들은 선택적으로 유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한 허위 내러티브”라며, “아동 대상 연구를 금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로이터가 보도한 부적절한 챗봇 사례는 정책과 일치하지 않아 이미 삭제했다”고도 강조했다.

● ‘키즈 온라인 안전법’(KOSA) 재부상
블랙번 의원은 “오늘 고발은 의회가 키즈 온라인 안전법(Kids Online Safety Act·KOSA)을 통과시켜야 할 당위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말했다. KOSA는 2024년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연령 확인 의무, 위험 알고리즘 차단, 아동 맞춤형 보호 도구를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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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정책 싱크탱크인 센터 포 디지털 정책의 애널리스트 리사 추(Lisa Choo)는 “청문회가 플랫폼 책임 강화 흐름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녀는 “메타뿐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도 VR·AR·AI 챗봇에서 동일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산업 전반의 자율 규제 한계를 입증한 사례로 평가했다.


◆ VR·챗봇 용어풀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은 특수 헤드셋을 통해 3차원 디지털 환경을 체험하는 기술이다. 메타의 ‘퀘스트(Quest)’ 기기가 대표적이다.
챗봇(Chatbot)은 자연어 처리(NLP)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대화형 응답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최근 생성형 AI(GenAI) 기술이 탑재돼 사람과 유사한 ‘감정 표현’이 가능해졌지만, 콘텐츠 통제 실패 시 부적절한 대화를 생성할 위험이 있다.

또한 메타 리얼리티 랩스는 메타의 VR·AR 연구개발 부문으로, 2024 회계연도에만 약 160억 달러(약 21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서는 ‘수익성 개선’과 ‘규제 리스크’ 사이의 균형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 향후 전망 및 전문가 진단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청문회가 메타의 법적·재정적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23년 초부터 메타의 아동 프라이버시 준수 여부를 검토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사 범위가 VR 서비스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 관측통들은 “만약 의회가 강력한 아동 보호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메타의 VR 사업 성장 속도가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신뢰 회복이 결국 수익 극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메타 주가는 청문회 전날 나스닥에서 0.8% 하락 마감했으며, 이날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 추가 하락세를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면서도,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반등 여력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로이터 원문 2025-09-09 22:48:25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국내 독자를 위해 핵심 용어 해설과 시장 전망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