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2025년 10월 29일 제기된 신규 소송이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미 노동부(Department of Labor‧DOL)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한층 격화시키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전직 모건스탠리 금융자문인 스티브 셰레스키(Steve Sheresky), 제프리 샘슨(Jeffrey Samsen), 니컬러스 수트로(Nicholas Sutro) 등 3명은 미 노동부가 2024년 9월 9일 자로 발행한 ‘자문의견서(advisory opinion)’가 연방법을 위반한다며 해당 의견의 취소(rescind)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은 모건스탠리가 운영하는 연기(延期) 인센티브 보상제도(deferred incentive compensation plan)가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ERISA, 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of 1974)’상 ‘근로자 복리연금플랜(employee benefit pension plan)’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노동부는 해당 제도가 ERISA 적용 대상이 아니며, 이에 따라 해당 제도와 관련된 중재(arbitration) 청구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고들은 “노동부의 이번 판단은 이미 같은 사안을 두고 ‘해당 플랜이 ERISA 대상’이라고 명시한 연방 법원 판결 두 건과 직접 배치되며,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APA)을 위반한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arbitrary and capricious) 행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원고 셰레스키와 샘슨은 12명의 전직 모건스탠리 자문인이 모건스탠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 시점 누락된 연기 보상 미지급’ 집단중재 사건의 주요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건스탠리가 노동부의 자문의견을 ‘방패’가 아니라 ‘검’으로 활용해, 이미 진행 중인 중재에서 청구가 부당·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소송 비용까지 회수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RISA·APA가 무엇인가?
ERISA는 1974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으로,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퇴직·복리후생 제도의 최소 기준을 정해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퇴직연금, 의료·상해보험, 장애·사망보험 등 광범위한 복리후생 프로그램이 적용 대상이다. 플랜이 ERISA 대상이 되면 신탁(funding)·공시(disclosure)·수탁자 의무(fiduciary duty)·구제절차(remedies) 등 까다로운 요건과 보호장치가 작동한다.
반면 행정절차법(APA)은 연방 행정기관의 규칙제정·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의적·변덕적 행정행위를 금지하고, 행정처분에 대한 사법적 심사를 허용하는 메타법(metatstatute)이다. 따라서 “노동부가 기왕의 법원 판례를 무시한 채 업계 특정 회사의 요청으로 유권해석을 변경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APA §706 (2)(A)에 따라 법원이 행정행위를 취소·무효화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원고 대리인인 모틀리 라이스(Motley Rice)의 변호사 더그 니덤(Doug Needham)은 성명에서 “이번 소송은 노동부의 불법적인 기관 월권(agency overreach)을 차단해, 법원이 자문의견을 철회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PA가 바로 이런 상황을 막도록 고안됐다”며 법적 근거를 재차 상기시켰다.
중재 시장과 월가 인센티브 구조에 미칠 파장
월가 대형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성과보수의 일부를 수 년간 에스컬레이션 비율에 따라 분할 지급하는 ‘연기 인센티브’ 제도를 널리 운용한다. 이는 직원의 이탈 방지(retention)와 장기 리스크 관리, 실적 확정 시점 맞춤 등의 목적을 갖는다. 그러나 직원이 옮겨 갈 경우 미지급 잔액이 소멸·환수되는 방식이어서 퇴사·이직 후 분쟁이 잦다.
노동부가 “해당 플랜은 ERISA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면, 중재 기반 청구를 차단하려는 업계 측 논리가 힘을 얻는다. 반대로 원고 측이 승소해 자문의견이 취소되면, 업계 전반의 퇴직·이직 관련 중재 청구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곧 월가 인센티브 설계와 인력 이동성에 직접적인 선례(precedent)를 남길 전망이다.
사건의 절차적 현황
본 소송은 Sheresky et al v. U.S. Department of Labor et al(사건번호 25-08935)로, 관할은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SDNY)이다. 이번 소송에는 모건스탠리 자체는 피고로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원고들이 행정기관의 의견을 직접 문제 삼은 행정소송(administrative litigation)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와 모건스탠리는 10월 30일 오후 기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관례상 연방 피고는 소장 접수 후 6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후 가처분 신청(Preliminary Injunction)이나 요약판결(Motion for Summary Judgment) 절차로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뉴욕대(NYU) 로스쿨의 데버러 골드스타인(Deborah Goldstein) 교수노동·연금법은 “같은 사안을 두고 2건의 판례가 이미 ERISA 적용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노동부가 판례를 뒤집은 절차·사실관계가 법원 심리에서 집중 조명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노동부가 패소해 의견이 무효화되면,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대형 투자은행들은 사전에 예비 충당금(reserve)을 설정하거나 플랜 구조를 ERISA 친화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기업측 로펌인 폴·와이스(Paul Weiss)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행정부가 산업 전반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유연한 규제를 택한 것이며, ERISA의 ‘선택적 적용 원칙’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즉, 이번 분쟁은 단순히 모건스탠리 vs. 전직 직원 구도가 아니라, 연방 기관의 규제 해석 권한과 사법부가 그 권한을 어디까지 견제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행정법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연방지법 판결은 제2순회항소법원(2nd Circuit)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대법원(Supreme Court)까지 상고될 경우 Chevron deference** 행정기관의 합리적 해석에 사법부가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는 원칙 적용 범위가 다시 한 번 조정될 수도 있다.
금융업계 인사부 관계자는 “인재 유치를 위해 ‘골든 핸드커프(golden handcuff·장기근속 유도 장치)’를 쓰는 회사들이 많다”며 “이번 사건 결과에 따라 장기 인센티브 설계 자체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가 성과보수 구조는 리스크 테이킹 억제를 위해 바젤 위원회·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의 국제 규율에서도 주목받고 있어, 이번 판결이 미칠 국제적 파장 역시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결론
전직 모건스탠리 자문인 세 명이 제기한 이번 행정소송은 퇴직·이직 시 연기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실무적 쟁점을 넘어, 연방 행정기관의 해석 권한과 사법 심사의 한계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의 자문의견이 무효화될 경우, 월가는 연기 보상제도의 구조를 재편해야 하고, 반대로 유지된다면 금융사들은 중재 비용 절감과 법적 리스크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향후 몇 개월간 이어질 법정 공방이 ERISA 적용 범위와 월가 인센티브 생태계를 재정의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