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개혁 지연으로 우크라이나 재정 격차 확대 전망

키이우(로이터)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전국 각지에서 격렬한 공세를 이어가고 정부가 해외 채권단의 개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막대한 재정 격차가 내년에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 세입의 대부분을 군대 유지와 전쟁 수행에 투입하고 있으며 사회·인도주의 예산은 전적으로 국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가 2022년 2월 전면 침공을 개시한 이후 1,390억 달러의 대외 지원이 유입됐다.

안드리이 피슈니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2026년과 2027년에 각각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650억 달러 중 약 3분의 1만이 현재까지 약속됐으며, 나머지 자금 확보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키이우 소재 싱크탱크 경제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Studies)가 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와 동일한 390억 달러에서 최대 580억 달러까지 내년 외부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원 규모 확정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ICU, 키이우의 투자은행은 연구 노트에서 “정부가 이미 2026년을 위해 약속받은 지원금 외에 추가로 100~150억 달러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핵심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사법부 고위직과 기타 중요 직위 임명 등 대출기관과 합의한 핵심 목표를 놓친 데다, 대통령이 두 개의 주요 부패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협상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해당 조처는 전시 최대 규모의 거리 시위를 촉발했으며, 부패 척결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핵심 조건으로 삼아 온 유럽 각국의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여론이 악화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립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최고위층도 예외 없는 부패 척결 기관의 독립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법안 표결은 현지시간 목요일 늦게 예정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에브제니아 슬렙초바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외면할 가능성은 작지 않지만, 향후 재정·군사 지원은 훨씬 더 정밀한 심사를 거칠 것이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혁 지연(Stalled Reforms)

우크라이나가 EU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다년간 대출 프로그램 다음 분기 지원분을 확보하려면, 최고 반부패법원 판사 증원, 국유화 자산 관리 기관 전면 개편, 경제안보국장 임명 등 다양한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

사정을 잘 아는 두 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올해 1분기에 EU가 지난해 승인한 4년 500억 유로 규모 ‘우크라이나 퍼실리티’ 프로그램의 일부 자금 수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6월에는 2분기에 수령 예정이던 45억 유로 대신 30억 유로를 요청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경제부는 “전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모든 의무 사항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8월 중 약 30억 유로의 분할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14억5,000만 유로 규모의 추가 분할금도 추후 수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별도로 우크라이나는 155억 달러 규모 IMF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신규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도 계획 중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의회 조세·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집권당 의원 다닐로 헤트만세우는 텔레그램을 통해 “미이행 과제 중에는 극도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항목이 전혀 없었다”며 지연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모든 개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일부 복잡한 과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7월 17일 5년 만의 내각 전면 개편을 단행해, 경제전문 관료인 율리아 스비리덴코를 신임 총리로 임명하며 경제 정책을 재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국가경제는 지난해 2.9% 성장했으나, 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견했던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경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 Studies)의 올렉산드라 벳리는 “많은 이들이 2026년이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채굴업과 농업을 경제적 취약 부문으로 꼽았다.

러시아군이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공세를 확대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포크로우스크 시 인근의 국내 유일의 제철용 점결탄 광산을 포함한 핵심 자산을 상실했다. 또한 러시아의 공습은 우크라이나의 가스 생산 시설에도 피해를 입혔다고 벳리는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10~12일 내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하며, 새로운 시한을 제시했다.

분석가들은 설령 올해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가 사상 최대 규모로 국방비를 증액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내년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2조6,000억 흐리브냐*(약 620억 달러)를 국방비로 책정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1%에 해당한다.

* 흐리브냐는 우크라이나의 통화 단위

($1 = 0.8725 유로)


전문가 진단 및 전망

본 기자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재정 격차 문제의 핵심이 외부 지원의 불확실성국내 개혁 지연의 복합 요인에 있다고 본다. 방위비 절감이 불가능한 구조적 한계가 지속되는 한, 국제 금융기관의 공적 자금뿐 아니라 민간 투자 유치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특히 전쟁 장기화 시 에너지·농업 인프라 복구사법 개혁 두 축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