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월넛크리크의 브로드웨이 플라자에서 2024년 12월 16일(현지시간) 쇼핑객들이 쇼핑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개인소비 지표를 12월 20일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David Paul Morris | Bloomberg | Getty Images
전미소매연맹(NRF)은 6일(현지시간) 올해 연말 쇼핑 시즌(holiday season) 동안 소매업체들의 성수기 임시 채용 규모가 26만5천 명에서 36만5천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5년 이상 중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25년 11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NRF의 매튜 셰이(Matthew Shay)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채용 전망치는 “완화되고 둔화하는 노동시장”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NRF에 따르면 전년에는 소매업계가 성수기 임시 인력으로 44만2천 명을 채용했는데, 올해 전망치는 이보다 크게 낮다.
NR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매튜스(Mark Mathews)는 일부 기업들이 10월의 판촉 행사프로모션를 지원하기 위해 이른 시점에 임시 인력을 뽑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관세 부담 등 비용 상승 압력을 관리하기 위해 소매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지출을 보수적으로 통제해 왔다고 덧붙였다.
고용지표 공백과 민간 데이터 의존
이번 전망은 기록적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실업률·물가 등 공식 경제지표의 공백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이에 따른 공공 데이터 부족으로 기업과 이코노미스트들은 민간 기업·단체가 집계한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같은 날 아웃플레이스먼트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10월 해고 발표가 153,074건으로 9월 대비 183% 급증,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했다고 밝혔다(출처: https://www.cnbc.com/2025/11/06/job-cuts-in-october-hit-highest-level-for-the-month-in-22-years-challenger-says.html). 이는 2003년 이후 10월 기준 최고치이며, 2025년 전체로도 2009년 이후 최악의 해고 발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급여 처리 업체 ADP는 10월 민간부문 순고용이 4만2천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두 달 연속 감소 이후의 반등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출처: https://www.cnbc.com/2025/11/05/private-payrolls-rose-42000-in-october-more-than-expected-and-countering-labor-market-fears-adp-says.html).
소비는 늘고, 채용은 줄다: 연말 소비 전망 ‘사상 첫 1조 달러 돌파’
채용 축소 기조에도 불구하고 연말 소비는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NRF는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연말 쇼핑 시즌 매출이 1조1천억~1조2천억 달러로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대비 3.7%~4.2%YoY 증가로, 작년의 4.3% 증가율보다는 소폭 낮다. NRF의 예측치는 자동차 딜러, 주유소, 레스토랑 매출을 제외한다.
매튜 셰이 CEO는 낮은 소비자 심리, 장기화된 정부 셧다운,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는 관세,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격 민감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예상 밖으로 지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4월 무렵 우리가 예상했던 경로에 비춰보면 이는 다소 놀라운 흐름이었다”고 언급했다.
“가계는 보통 연말을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해, 다른 시기나 다른 예산 항목에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 매튜 셰이, NRF CEO
그는 이러한 역학이 핵심 쇼핑 시즌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즉, 소비는 유지되지만 기업은 채용·투자에는 신중을 기하는 구도가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채용 둔화의 배경: ‘불확실성’과 구조적 요인
NRF의 전망치에는 올해 소매업 채용이 연중 누계 기준으로도 최소 2000년 이후 네 번째로 느린 흐름이라는 사실이 반영돼 있다. 2009년, 2010년, 2012년—즉, 대침체(Great Recession) 직후의 일부 해—만이 올해보다 더 느렸다.
마크 매튜스는 CNBC 인터뷰에서 채용 둔화의 핵심을 한 단어로 요약했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그는 “기업은 불확실한 환경에 처하면 의사결정을 보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기업이 하는 한 가지는, (투자·채용 등) 여러 결정을 일단 멈추는 것이다.” — 마크 매튜스, NRF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그는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경제는 이전만큼의 일자리 창출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 강화 등 인구·정책적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는 경제에 “큰 순풍”으로 작용해 왔다고 그는 평가했다. 동시에 “그 순풍이 일부 균열을 가리는 효과”를 낳고 있을 수 있으며, 기업의 채용·투자 의사결정이 내년의 핵심 선행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 풀이 및 맥락
전미소매연맹(NRF): 미국 최대 소매업계 이익단체로, 회원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말 매출 및 채용 전망을 정기적으로 제시한다. 소매업 전반의 현장 체감과 통계를 연결해 시장의 기대 형성을 주도한다.
성수기 임시 채용(Holiday hiring): 추수감사절부터 연말·신년 세일까지 이어지는 쇼핑 성수기에 맞춰, 소매업체가 주문 처리, 재고·물류, 매장 운영을 보완하기 위해 단기간 고용하는 인력 수요를 말한다. 전자상거래 확대 이후 임시 인력은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주문 처리센터로도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분석국(BEA) 개인소비 지표: 개인소비지출(PCE)을 비롯해 미국 가계의 지출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거시지표다. 연준의 물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PCE 물가지수와 함께 시장의 관심이 높다.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 대규모 인력 감축(해고) 발표를 집계·분석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전문기관이다. 공식 고용보고서 공백 시기에 기업의 구조조정 압력을 가늠하는 참고지표로 활용된다.
ADP 민간고용 보고: 급여처리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되는 월간 민간부문 고용추정치다. 공식 노동부 고용보고서 발표 전 시장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데 이용된다.
대침체(Great Recession):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을 가리킨다. 이 시기 이후 소매업의 채용·재고·가격 전략은 구조적으로 보수화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분석과 전망: 소비의 회복탄력 vs. 기업의 보수적 운영
NRF의 수요 강세 전망과 채용 보수화의 동시 관찰은, 가격민감도 확대와 비용 통제라는 두 축이 현재 소비·고용의 괴리를 설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계는 연말 행사성 지출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다른 항목을 줄여 ‘축제화’를 유지하고, 기업은 관세·임차료·물류 등 비용상승과 수요 변동성에 대비해 유연인력·자동화·생산성 향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AI 관련 투자가 전사적 효율 개선과 고객경험 고도화를 이끌며 단기 인력충원 지연을 가능케 하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매출이 늘어도 고용이 같은 속도로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단면을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다만, 매튜스가 언급했듯 이러한 순풍이 잠재적 취약부(예: 수요의 질 저하, 영업마진 압박)를 가릴 수 있어, 2026년 초 기업의 설비투자·채용계획 발표는 경기의 진폭과 지속성을 가늠할 핵심 신호가 될 것이다.
실무적으로, 소매업체는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임시직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교대 스케줄 최적화·옴니채널 물류 동선 개선·데이터 기반 재고관리로 단위 인력당 처리량을 높이는 전략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품질-배송시간’의 3요소 균형을 점검하며, 할인 폭·적립 혜택·반품 정책 등 정책의 투명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실리를 높인다.
결론적으로, 연말 매출 ‘사상 첫 1조 달러’와 성수기 채용 ‘대침체 이후 최저’라는 조합은, 미국 경기의 수요 버팀목과 기업의 효율 우선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관세 정책, 정부 셧다운 해소, 임금·생산성의 균형, 그리고 AI 투자의 실물효과가 고용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