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GALURU] 미국 경제지표는 전통적으로 ‘골드 스탠더드’로 불려 왔으나, 데이터 품질 저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100명의 거시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설문에서 무려 89명이 “우려된다”고 답했으며, 41명은 “매우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을 비롯한 주요 통계기관이 인력 감축·예산 삭감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향후 발표될 고용·물가 통계의 정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결정과 시장 판단의 기준이 흔들리는 구조적 위험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예산 삭감이 핵심 경제조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파월 의장이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지를 관찰해 왔다는 점에서, 통계 품질 악화는 통화정책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설문 결과 세부 내용1로이터 7월 11~24일 조사: Nobel상 수상자, 전직 정책당국자, 미국 명문대 교수, 글로벌 은행·컨설팅·싱크탱크 소속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구성된 응답자 가운데 71명(87명 중)은 “당국이 문제를 충분히 시급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63명(90명 중)은 “고품질 통계 유지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인력 감소의 실태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 당시 230만 명이었던 연방 공무원 수는 2025년 4월 말 기준 260,000명 감소했다. BLS의 경우 최소 15%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BLS는 다음 달부터 생산자물가지수(PPI) 세부 항목 350개를 더는 산출·공개하지 못한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 단계의 선행 인플레이션 지표로, 기업 가격 결정과 중앙은행 물가 예측에 필수다.
“조사 참여율 하락” 역시 심각하다. BLS 대변인은 성명에서 “가계·기업 설문 응답률이 수년째 떨어진다”면서 “응답률 저하·자원 제약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과 인구조사국(Census)도 유사한 예산 및 인력 삭감을 겪고 있다.
에리카 그로셴 전 BLS 국장(2013~2017년)은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하거나 미확인 편향이 보고서에 스며드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치 임명직처럼 변질된 행정 서비스는 대단히 큰 위험”이라고 진단했다.
설문 참여자 3분의 2 이상(66명/98명)은 통계 악화가 Fed의 정책 결정에 직접적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별도의 로이터 조사에서도 “정치적 압력 속에서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답변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왜 통계 품질이 중요한가? 국내 소비자·기업·투자자·정부 모두 공식 지표를 기반으로 가격·투자·고용·예산·금리를 결정한다. 데이터 오류는 정책 오판, 시장 변동성 확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기에 정치권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잠재적 경제 손실이 막대하다고 경고한다.
분석 및 전망: 예산·인력 회복 없이 통계 품질 개선은 요원하다. 디지털 행정 데이터, 민간 빅데이터 도입 등 대체 자료 활용이 불가피하지만, 개인정보 보호·표본 대표성·접근권 문제를 수반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회 차원의 예산 확보와 응답자 인센티브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버드대 카렌 다이넌 교수(前 재무부 경제정책차관보)는 “주요 통계기관 예산은 전통적 통계 범위를 유지하기에도 부족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통계 시스템이라는 미국의 위상 유지가 위태롭다”고 경고했다.
시장참여자 역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전 글로벌 경제조사 책임자였던 에단 해리스는 “통계를 당연시하는 탓에 강력한 로비 세력이 없어 예산 삭감이 쉬운 표적이 된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정확한 지표 생산 인프라는 공공재에 가깝지만, 비용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공황 이후 축적해 온 통계 신뢰 체계가 한 세대 만에 무너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용어 해설
Producer Price Index(PPI): 생산자가 출하·판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선행성이 높아 물가 추세 예측에 활용된다.
Federal Reserve Independence: 통화정책을 정치적 압력에서 분리해 중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 독립성이 흔들리면 물가·금리 안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