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은퇴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자산을 즐기는 시점이지만, 동시에 투자 전략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재정 전문 매체 GOBankingRates가 금융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많은 은퇴자들이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반복하는 네 가지 치명적 실수가 존재한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REAP 파이낸셜의 크리스 히어라인(Chris Heerlein) 대표와 실리콘비치 파이낸셜의 크리스토퍼 스트라우프(Christopher Stroup) 대표 등 업계 베테랑들의 조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그들은 “은퇴는 투자 종료선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라며, 위험 통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성장 잠재력을 외면하는 행동이 장기적으로 구매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본 기사는 해당 전문가 멘트와 실제 사례, 그리고 기자의 분석을 종합해 ‘보수화 조급증’, ‘단기 소득 집착’, ‘과도한 현금 보유’, ‘세금 부담 과소평가’라는 네 항목으로 나누어 상세히 다룬다. 특히 25~30년 이상 길어질 수 있는 현대의 은퇴 기간을 고려했을 때, 자산 배분·리스크 관리·세무 전략이 왜 여전히 중요하며 어떻게 재설계돼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1. 필요 이상으로 빠른 자산 ‘초(超)보수화’
히어라인 대표는 “퇴직 직후 채권이나 머니마켓 펀드처럼 고정수익 상품에 자산을 몰아넣는 경향이 가장 흔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정성이란 달콤한 유혹이지만, 물가가 연 3%만 상승해도 10년 후엔 실질 구매력이 30% 가까이 줄어든다”며 “전략적 위험자산 비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은퇴는 결승선이 아니라 새로운 경기입니다. 히어라인”
히어라인은 보통 고객에게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를 글로벌 주식·혁신 테마 ETF 등에 배정해 ‘인플레이션 방어막’으로 삼도록 권한다. 이는 단순히 높은 수익률을 쫓는 행위가 아니라, 의료비·장수 리스크 확대 등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응하기 위한 ‘옵션 가치’를 확보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 용어 설명: 고정수익 상품(Fixed Income)은 이자율이 사전에 정해진 채권·정기예금 등을 통칭한다. 변동성이 낮아 안전하지만, 이자율이 인플레이션률을 하회하면 실질 수익률이 음수로 전락할 수 있다.
2. 당장의 현금흐름에만 몰입하는 ‘단기 소득 집착’
히어라인 대표는 “배당·이자 등 예측 가능한 분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자산이 성장할 씨드(seed) 자본이 고갈된다”고 경고했다. 그가 관리하는 성공적인 은퇴 고객 포트폴리오의 공통점은 ‘장기 트렌드를 반영한 20~30% 성장자산 비중’이다. 이를 통해 필요 자금을 인출하더라도 원금을 훼손하지 않고, 경제·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증여나 재투자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시각 : 기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국민연금·퇴직연금 수령 후 별도 투자 없이 생활비에만 사용한 60대 가구의 금융자산 감소 속도는 투자 지속 가구 대비 평균 1.8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 2024). 이는 ‘소득 현금화’만으로는 생활수준을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3. ‘비상금 불안’이 부른 현금 과잉
실리콘비치 파이낸셜의 스트라우프 대표는 “은퇴자 상당수가 ‘혹시 모를 상황’을 이유로 예금계좌에 큰 금액을 묶어두는데, 인플레이션이라는 조용한 세금이 그 가치를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성장성 균형을 위해 △생활비 6~12개월치 현금유보 △나머지는 채권·배당주·대체투자 등으로 분산 편입하는 ‘레이어드 현금관리’를 제안했다.
● 용어 설명: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가 하락해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표면금리가 4%라도 물가가 5% 오르면 실질 수익률은 -1%다.
4. 세금 우발비용을 깜빡하는 ‘세(稅) 사각지대’
스트라우프 대표는 마지막 실수로 퇴직 후 세금 구조 과소평가를 꼽았다. 특히 73세부터 시작되는 의무적 최소 인출(RMD)과 사회보장연금, 투자소득이 중첩되면서 세율 구간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세금 최적화는 곧 수명 연장 전략”이라며, 로스 전환, 세후계좌·세전계좌 인출 시점 조절, 주별 납세 환경 비교 등을 적극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 용어 설명: RMD(Required Minimum Distribution)은 미국 세법상 세전 은퇴계좌에서 일정 나이가 되면 의무적으로 인출해야 하는 최소 금액을 뜻한다. 인출액은 과세소득으로 간주돼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
기자의 시각: ‘안전’과 ‘성장’의 균형이 해답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공통 메시지는 명확하다. “은퇴는 위험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위험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수명 연장·의료비 급증·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면, 현금·채권·주식·대체자산·세무 전략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특히 국내 투자자라면 환 헤지·배당세·종합소득세 구간 등 한국 시장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필수다. 전문가 상담과 세무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느린 속도로 가장 멀리 가는’ 자산증식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수성만으로는 30년 은퇴 생활의 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 자산이 일하지 않는 시간은 곧 실질가치가 감소하는 시간임을 명심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 확보→현금흐름 관리→세금 최적화’라는 세 축(軸)을 균형 있게 운영할 때 비로소 은퇴 후에도 부(富)는 계속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