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투자 축소가 미 남부의 공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전기차(EV) 관련 투자는 지난 20년 동안 주로 공화당 주도가 강한 지역, 특히 미국 남동부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연방 보조금 폐지로 인해 이들 투자와 관련한 공장 가동계획과 고용 전망이 불확실해졌다.

2026년 2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들은 대략 $2,000억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시설 투자를 약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내에 집행했다. 데이터·정책연구 기관인 Atlas Public Policy는 이 가운데 배터리 투자 중 약 84%가 공화당 주도 지역에, 전기차 제조 투자의 62%가 동일하게 공화당 지역에 배분됐다고 집계했다. 이들 투자는 당초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그 중 77%는 공화당 관할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Atlas는 전체 투자 중 약 40%미국 남동부(Southeastern U.S.)로 유입되었다고 밝히며, 남부가 반세기 이상 자동차 제조의 허브로 자리잡아 온 점을 지적했다. 전기차 전환(이하 EV 추진)은 이 지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유도했으나, 연방 차원의 인센티브가 철회되고 판매가 예상에 못 미치자 기업들은 손실과 감원을 피하기 위해 생산 계획을 변경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Motor Group)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룹은 현대·제네시스·기아 브랜드를 포함하며, 한때 미국 내에서 테슬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기차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고 호세 무뇨즈(José Muñoz) 현대자동차 CEO는 밝혔다. 그러나 연방 보조금 폐지 직후 전기차 판매는 급감했고, 2025년 4분기 기준에는 그룹의 전기차 판매가 50% 감소했다.

현대 메타플랜트(Metaplant)는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 인근에 건설된 $126억 규모의 공장으로, 조지아 역사상 최대 투자로 평가됐다. 이 공장은 원래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로 설계되었으며, 현대는 2031년까지 8,500명의 직접 고용과 인근 공급업체에서 추가로 6,9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6년 1월 기준 실제 고용은 약 1,440명 수준이다.

현대는 연방 EV 세액공제($7,500) 혜택을 받기 위해 메타플랜트 공사의 일부를 앞당겨 아이오닉5(IONIQ 5) 크로스오버 모델을 미국 조립 요건에 맞추려 했으나, ‘One Big Beautiful Bill’로 불리는 입법으로 해당 세액공제는 9월 30일부로 중단됐다. 이에 따라 현대는 메타플랜트에 추가로 $27억을 투입해 연간 생산능력을 20만 대 늘려 연간 총 50만 대를 목표로 하고, 생산 라인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혼합(총 10개 모델)으로 전환했다. 무뇨즈는 향후 판매 비중을 약 EV 30%, 하이브리드·가솔린 70%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감가상각과 손상차손(Write-downs)

투자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투자 자문사 Haig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 존 머피(John Murphy)는 미국 자동차사들이 전기차 투자에 대해 최소 $1,000억 이상의 손상차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며, 이를 “자동차 산업 역사상 단일 최대의 자본배분 실수”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자동차 산업 역사상 단일 최대의 자본배분 실수다.” — 존 머피, Haig Partners

이미 일부 대형 업체는 손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포드(Ford)는 2025년 12월에 전기차 사업 관련해 $195억의 일회성 손실을 반영한다고 발표했고, 제너럴모터스(GM)도 2026년 1월 8일에 $76억의 차손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혼다, 포르쉐, 볼보 등 다국적 업체들도 최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차손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는 이러한 대규모 차손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무뇨즈는 밝혔다. 현대의 핵심 전략은 공장 단일 라인에서 다수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이며, 이는 향후 시장 변화에 따라 빠르게 생산 비중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무뇨즈는 “유연성이 많을수록 환경 변화에 따른 문제가 적다”고 말했다.


공급업체와 2차 효과

자동차 부품·시스템 공급사들도 재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Bosch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공장에 $2.5억을 투자해 전기 모터 부문을 신설했다. 그러나 Bosch의 북미 파워트레인 솔루션 담당 책임자 피터 타드로스(Peter Tadros)는 당초 정부 목표였던 2030년 신차 판매의 50%를 EV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는 2030년 EV 비중 예측치가 약 17%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Bosch가 인력 재배치와 생산 라인 조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타드로스는 “(투자 규모는) 50% 시장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17% 시장을 전제로도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라며 설비 가동률 저하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과 당분간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다만 회사는 기존 장비를 다른 제품군으로 전환해 가동률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손상차손(Write-downs)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가 회수 가능한 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 그 차액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다. 과도한 설비 투자로 인해 생산량이 예상에 못 미치면 설비의 장부가가 현실 가치보다 높아져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EV 세액공제(예: $7,500)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세액 공제로, 차량의 조립 위치와 부품의 미국산 비중 등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지급되었다. 이 제도는 소비자 수요를 촉진하는 핵심 인센티브였으나, 특정 법안으로 해당 공제가 중단되면서 수요 급감의 한 요인이 되었다.


향후 전망과 경제적 영향 분석

전략적 관점에서 이번 EV 투자 축소는 지역 경제와 노동시장, 공급망에 다층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장 건설 및 운영 단계에서 수반되던 건설업·물류·서비스업의 고용 창출은 투자 축소 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세수와 지방 재정, 관련 인프라 투자 기대치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특히 남동부처럼 전기차와 배터리 투자에 크게 의존해온 지역은 단기적으로 경기 충격에 더 취약하다.

반면 기업들이 공장 설비의 다목적화(하이브리드·내연기관 전환 포함)와 모듈화된 생산 체계로 전환할 경우, 설비의 전환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인 가동률 회복이 가능하다. 또한 일부 부품 제조업체는 전기차용 부품에서 기존 가솔린 차량 부품으로 공급처를 전환하여 잔여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지역별로 영향을 차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금융시장과 투자자 관점에서는 대형 손상차손의 현실화가 자동차 업종의 밸류에이션과 자본비용을 재평가하게 만들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향후 자본 배분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과 배터리 벤처의 자금 조달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내연기관 부활 혹은 하이브리드 확대는 정유·부품·정비 시장에 대한 수요를 일정 부분 유지시킬 수 있다.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투자 유치에 의존한 성장 전략을 재검토하고, 전환비용(cost of transition)을 완화하기 위한 직업 전환 프로그램, 재교육, 중소기업 대상 보조금 등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장 설비의 재활용 및 다기능화 촉진을 통해 지역 경제의 충격을 분산시키는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결론

전기차 관련 대규모 투자는 미국 남부 지역에 산업적 활력을 가져왔지만, 연방 인센티브 축소와 수요 둔화는 이들 투자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공장 가동 및 고용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생산 라인의 유연성 확보와 제품 믹스 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려 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와 노동시장에는 단기적 충격과 장기적 재편 가능성이 공존한다. 향후 정책적 대응과 기업의 자본 배분 전략이 지역별 영향의 심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