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상승 랠리를 이어갈 때는 저평가 종목을 선별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강세장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기업조차 전체 흐름에 휩쓸려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가치 대비 저렴하다’고 판단할 만한 주식을 찾으려면 한층 깊은 분석이 요구된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시장 환경에서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남아 있는 종목이 일부 존재한다. 미국 재테크 전문 매체 GOBankingRates는 V.F. 코퍼레이션(VFC), 트래블주(TZOO), 로버트 하프 인터내셔널(RHI),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 등 네 종목을 예시로 들며 ‘지금 사둘 만한 저평가 후보’로 분류했다.
본 기사는 해당 매체가 제시한 주요 근거와 함께 필자의 시장 해석을 덧붙여, 각 기업의 투자 포인트·리스크 요인·평가 지표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실적·부채·미래 성장성’ 세 측면을 집중 분석해 국내 투자자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1) V.F. 코퍼레이션(VFC)
Vans·North Face·Timberland·Dickies 등 유명 의류·아웃도어 브랜드를 거느린 V.F. 코퍼레이션은 2025년 들어 주가가 40% 이상 하락해 주당 약 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20년 초 기록한 사상 최고가 100.25달러 대비 8분의 1 수준이다.
시장조사 플랫폼 심플리월스트리트(Simply Wall Street)는 ▲높은 부채 비율 ▲보수적인 매출 성장 전망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사는 꾸준한 순이익을 내고 있으며, 할인율을 적용한 공정가치(DCF 기준) 대비 현 주가가 저렴하다고 판단된다.
“부채 부담이 크지만, 브랜드 파워가 견고해 현금창출력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 심플리월스트리트 평가
필자의 분석: 소비 경기 둔화로 단기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하나, 방탄소년단(BTS) 협업 등 ‘컬처 마케팅’이 재개될 경우 브랜드 회복세가 빨라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조달 비용 증가가 마진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므로 배당 안정성을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트래블주(TZOO)
온라인 여행·미디어 기업 트래블주는 2025년 들어 주가가 약 45% 빠져 1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 15년간 주가 추세가 정체됐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지만, 잭스리서치(Zacks)는 “향후 이익 추정치를 감안하면 현저히 저평가”라고 평가하며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다.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하회했으나, 매출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필자는 ‘항공·호텔 예약이 팬데믹 이후 급증했다’는 거시적 흐름을 고려할 때, 광고 매출 비중이 큰 트래블주가 여행 수요 회복의 직접 수혜를 볼 것으로 본다. 다만 변동성이 큰 중소형 기술주인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손절 기준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3) 로버트 하프 인터내셔널(RHI)
로버트 하프 인터내셔널은 인사·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다. 주가는 올해 43% 급락하며 9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매출은 예상을 넘어섰지만, 3분기 EPS 가이던스가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추가 하락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심플리월스트리트는 “현재 주가가 공정가치 대비 4.7% 할인”돼 있다고 분석했다.
필자의 분석: 경기 둔화 국면에서 일시적인 고용 둔화는 피할 수 없으나, 사이버 보안·AI 프로젝트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 투자 접근 시에는 ‘임시직 파견 비중’과 ‘평균 청구 요율’을 체크해 단가 하락 리스크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
4)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실리콘밸리의 대표 IT 기업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는 주당 약 21달러 선에서 횡보 중이다. 잭스리서치는 HPE를 ‘가치 투자자가 눈여겨볼 종목’으로 꼽으며 A등급(Value Grade A)과 ‘매수(Buy)’ 의견을 부여했다. 주요 근거는 주가수익비율(P/E) 대비 견조한 이익 전망이다.
특히 최근 주니퍼 네트웍스 인수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AI 인프라 영역을 강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인수 직후 씨티그룹은 HPE 투자의견을 ‘매수’로, 골드만삭스는 ‘중립’으로 각각 재개시했다.
필자의 분석: 주니퍼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되면 ▲AI 서버 수주 확대 ▲고마진 소프트웨어 매출 비중 증가가 기대된다. 단, 대규모 인수·합병(M&A)은 초기 통합 비용이 높아 순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분기별 FCF(Free Cash Flow)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용어 설명 및 투자 유의사항
공정가치(Fair Value)는 현금흐름 할인모형(DCF) 등으로 산출한 이론적 주가를 의미한다. 컨센서스는 금융정보업체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평균값이며, 일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로 통용된다. 또 P/E(주가수익비율)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해외 주식은 환율·세제·시장 구조가 국내와 달라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각 종목의 부채 구조·현금흐름·배당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산배분·포트폴리오 비중을 통제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 시각
강세장이 이어질 때 ‘소외주’ 혹은 ‘리오프닝 수혜주’를 공략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난다. 위 네 종목은 일시적 실적 부진 또는 구조적 체질 개선 과정에 놓여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시장 지위·기술 역량 측면에서 저평가 여지가 남아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다만 모두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평균 매입 단가를 분산하고, 일정 손절·익절 룰을 설정하는 ‘리스크 관리 기반 투자’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해당 종목들이 ‘당장 급등할 주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DCF·P/E·퍼그레이스(Peg Ratio) 등 다각적 지표에서 할인 구간에 위치한 것은 사실이며, 중장기 안목으로 단계적 매수를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