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인더박스 CEO “불확실성 탓에 히스패닉 소비 둔화”…동일점포 매출 7.1% 급락

【샌안토니오·로스앤젤레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잭 인더박스(Jack in the Box)가 히스패닉 고객층의 지출 둔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7월 6일로 끝난 2025 회계연도 3분기에서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기간 회사가 보유한 또 다른 타코 전문 브랜드 델타코(Del Taco) 역시 2.6%의 동일점포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이는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불확실성(uncertainty)’이 지출 축소로 이어진 결과라고 랜스 터커(Lance Tucker) CEO는 설명했다.

터커 CEO는 이날 실적 발표(어닝 콜)에서 “히스패닉 고객층의 위축은 저소득층 전반의 소비 둔화와는 별개의 현상이며, 우리 매출에 유독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잭 인더박스의 핵심 영업 지역은 텍사스·캘리포니아 및 미국 남서부로, 히스패닉 고객 비중이 주요 경쟁사보다 약 두 배라는 점도 지적했다.

‘불확실성’의 구체적 원인에 대해 터커 CEO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강화가 배경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 2기 행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 강제추방을 공언하며 올해 들어 이민 단속을 대폭 확대했다.

“잭 인더박스는 많은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즐겨 찾는 곳이다. 하지만 불법체류 신분의 임시 노동자라면, 길에서 ICE 단속을 마주칠 가능성을 우려해 점심 식사를 포기할 수 있다.” — 리타 페르난데스, 우니도스US(UnidosUS) 이민 정책 디렉터

페르난데스 디렉터의 언급처럼 히스패닉 이주민 사회는 최근 공공장소 이용을 자제하며 ‘은둔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이 외식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저소득층 전반의 소비 위축은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도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터커 CEO는 “히스패닉 고객층의 지출 감소는 연초부터 거의 일정한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인 경제 요인보다 특정 커뮤니티가 직면한 사회·정책적 불확실성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비슷한 시기 윙스톱(Wingstop)의 마이클 스킵워스 CEO도 “히스패닉 및 저소득층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올해 초부터 수요가 약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외식·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서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따른 지역 편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전문가 해설: ‘동일점포 매출’이란?

동일점포 매출(same-store sales)은 일정 기간 동안 이미 운영 중인 매장의 매출 변화만을 집계한 지표다. 신규 출점 효과를 배제해 기존 매장의 실적 추세를 파악할 수 있어, 소비 패턴 변화나 브랜드 충성도 등의 변수를 분석할 때 활용된다.

⏩ ICE 단속 강화의 파급효과

미국 ICE는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 단속 기관이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국경·내부 단속이 고강도로 시행되면서, 취약 계층에 속하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은 외출·소비 활동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현금 기반 일용직 노동 비중이 높다는 점과 맞물려 외식 수요에 구조적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시장·업계 시사점

지역 편중 리스크 — 히스패닉 고객 비중이 높은 매장을 주력으로 둔 브랜드는 단일 커뮤니티의 소비심리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 ② 정책 변수 — 이민·노동 정책은 음식료 서비스업 매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투자자·경영진은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③ 대체 수요 창출 — 배달·모바일 주문 비중을 높여 ‘길거리 단속 리스크’를 우회하는 방안이 단기 해법으로 검토될 수 있다.

터커 CEO는 “히스패닉 커뮤니티 특유의 가족 단위 외식 수요를 고려할 때, 소비 심리 회복 시 매출 반등 역시 클 것”이라며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프로모션(할인·쿠폰) 확대와 메뉴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고객 유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잭 인더박스의 주력 시장이 민주당·공화당의 정책 변동에 모두 영향을 받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 집중돼 있어, 규제·세제·이민정책 변화에 따른 매출 변동성이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히스패닉 소비자층의 지출 위축은 단순한 경기 둔화가 아닌 정책·사회 환경 리스크가 외식 산업에 투영된 사례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문화적 감수성정책 대응 전략을 병행해 ‘리스크 헤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