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잭슨홀 중앙은행 심포지엄’을 앞두고 위험회피 심리가 짙어지면서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20일(현지시간) 저녁 거래에서 소폭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가 큰 폭으로 조정받으며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주도했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공개될 경제·통화 정책 신호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설로, 투자자들은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수 선물 동향을 살펴보면, S&P 500 선물은 0.1% 내린 6,427.25포인트, 나스닥 100 선물은 0.2% 하락한 23,427.0포인트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선물은 45,000포인트로 변동이 거의 없었다.
■ 기술주 약세, 반도체주 직격탄
전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는 최근 랠리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정부 지분참여설이라는 이중 악재에 노출됐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CHIPS 법(반도체지원법)’ 자금을 받는 기업에 정부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에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인텔(INTC)에 대한 지분 취득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추가 대상 기업으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TSMC(TSM), 삼성전자(005930.KS)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인텔 주가는 해당 이슈로 급락했으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약 20억 달러 규모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엔비디아(NVDA)는 3.5% 하락 마감했고, 애프터마켓에서도 0.3% 추가로 밀렸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빅테크 그룹 전반이 동반 하락하면서 기술주 전반에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전일 S&P 500 지수는 0.6% 내린 6,411.46포인트, 나스닥 종합지수는 1.5% 급락한 21,314.95포인트에 마감했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4,922.39포인트로 거의 보합세를 나타냈다.
시장에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유럽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 잭슨홀 심포지엄의 의미
잭슨홀 중앙은행 심포지엄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행사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관료,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의 발언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사실상의 ‘통화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산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파월 의장은 미국 고용시장 둔화와 물가 완화 흐름을 근거로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을 이어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단서가 드러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가 너무 늦다”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무역관세로 비롯된 공급 측 물가 압력을 언급하며 조기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 소매 유통업체 실적 대기
파월 연설 전까지는 미국 소비 동향을 가늠할 주요 소매업체의 실적 발표가 대기 중이다. 21일에는 TJX 컴퍼니스(TJX), 로우스(LOW), 타깃(TGT)이 6월 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22일에는 월마트(WMT)가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미국 소비가 견조한지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 반도체 설계사 아날로그디바이스(ADI), 회계 솔루션 업체 인튜이트(INTU), 클라우드 HR 플랫폼 워크데이(WDAY) 등도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한다. IT·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의 수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 용어 해설: CHIPS 법
CHIPS법(Chips and Science Act)은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제정한 지원 법안이다. 총 527억 달러 규모의 직접 보조금·세액공제를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유치를 장려하며, 최근 지분 참여 조건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계의 투자 계획에 변수가 생기고 있다.
■ 전망 및 체크포인트
시장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화법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경계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며, 데이터 개선 흐름에도 섣부른 완화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 잭슨홀 연설과 소매·IT 대형주의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