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개막 앞두고 트럼프 그림자…연준 행보에 세계 시장 촉각

글로벌 금융시장 핵심 이벤트, 잭슨홀 심포지엄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주최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이 21일(현지시간) 개막하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석학들이 모인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가 비쳤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의 최대 관심사는 제롬 파월 의장의 22일 연설이다. 이는 그가 의장으로서 참석하는 마지막 잭슨홀 연설이 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가늠할 사실상 ‘마지막 메시지’로 간주된다. 파월 의장은 임기 동안 금리 인하 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압박을 견뎌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설은 자신의 통화정책 유산을 역사에 어떻게 남길 것인지 결정짓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잭슨홀 심포지엄이란? 잭슨홀 심포지엄은 1978년부터 이어져 온 세계적 학술·정책 콘퍼런스로,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매년 8월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 글로벌 거시경제 위험, 금융안정성 등을 논의하며 시장과 소통해 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연단에서 나온 한 마디를 두고 수조 달러 규모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영향력 확대, 연준 독립성 흔드나

이번 행사에 맞춰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화정책 개입이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 미시간·조지아주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했으며,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이 경우 보먼·월러 이사에 이어 최소 네 명의 연준 이사진이 트럼프 지명 인사로 채워지며, ‘비둘기파(완화 선호)’ 성향 강화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올해 초 트럼프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해임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금융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당시는 달러화가 급락했고, 연준 독립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장이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다.


다음 회의 금리 인하 확률 80%…물가 지표는 엇갈려

9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방기금선물 시장이 반영한 0.25%p 인하 확률은 현재 80%로, 전일 84%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는 7월 FOMC 의사록에서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다수 위원은 동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확인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신호가 나오면서도, 물가 흐름은 방향성 혼재가 이어진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트럼프 관세 인상에도 큰 변동이 없었으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상회해 앞으로 소비자물가에 전가(pass-through)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PPI와 CPI 차이점
• PPI는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가격 변동을 측정하며, 기업 원가 압력을 보여 준다.
• CPI는 최종 소비자가 지불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화를 의미한다.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PPI 상승 → CPI 상승 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증시 혼조, 기술주·반도체 업종 변동성 확대

아시아 증시는 잭슨홀 경계심 속에서도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일본 Nikkei 225 지수는 주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추가 조정을 받았고, 한국 KOSPI는 6주 만의 저점에서 크게 반등했다. 월가 기술주 급락에도 불구하고, 일본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Advantest가 니케이지수 최대 상승 기여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미국 행정부가 인텔 지분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 엔비디아·AMD와의 매출 공유 파격 계약 체결 후폭풍 등이 겹치며, 고평가 논란이 재부각된 기술주 조정 배경으로도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언급됐다.


소비지표 촉각…월마트 실적과 잭슨홀 외 경제 일정

21일에는 미국 소매유통 대장주 월마트가 실적을 발표해 미국 소비자 체력을 진단할 주요 지표로 주목받는다. 하루 전 타깃이 내부 승진 인사인 마이클 피델케를 CEO로 임명하고, 5월에 하향 조정한 연간 가이던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 주가가 급락하면서, 유통 업종 투자심리는 다소 위축된 상태다.

이 밖에도 21일(현지시간) 공개될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7월 기존주택 판매, 필라델피아 연은 경기지수 등 거시지표가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유로존·프랑스·독일·영국의 제조업/서비스업 PMI 속보치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글로벌 경기 모멘텀 점검의 날로 평가된다.


시장에 던지는 질문

결국 투자자들의 시선은 ‘9월 FOMC에서 과연 금리가 내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귀결된다.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완화적 시그널을 내놓을 경우, 달러 약세 및 위험자산 랠리가 재차 시도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신중론을 유지한다면, 연준과 시장 간 ‘포지셔닝 충돌’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요인, 경기둔화 우려, 물가 방향성, 실적·소비 데이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시장은 ‘파월의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행사 개막 전날에도 변동성 지수(VIX)는 상승했고, 국채 금리는 박스권을 유지했다. 모든 관심이 집중된 잭슨홀 무대 위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글로벌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