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초대형 패키지 법안 OBBB(One Big Beautiful Bill)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다. 이는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 2000년대 닷컴 버블, 2010년대 초저금리·양적완화(QE)와 어깨를 나란히 할 ‘새로운 재정 사이클의 개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본 칼럼은 OBBB가 만들어 낼 Fiscal Dominance(재정 우위) 패러다임을 다각도로 짚어보고, 향후 10년 이상 미국 경제·주식시장·달러 패권·실물자산 지형에 미칠 구조적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1. OBBB 핵심 골자와 통계적 스케일
- 총 1조2,500억 달러 규모(추정), 미국 GDP의 약 4.3% 수준
- 재원 배분 :
- 국방·사이버보안·AI 인프라 ≈ 1,500억 달러
- 제조 리쇼어링·친(親)산업 세액공제 ≈ 4,800억 달러
- 도로·항만·물류 현대화 ≈ 2,100억 달러
- 에너지 전환(화석연료 → ‘실용 저탄소’) ≈ 1,600억 달러
- 주택·교통 복지 및 기타 ≈ 2,500억 달러
- 재원 조달 : 국채 발행 70%, 법인세 회계 공제 축소 15%, 수출 대가금·관세 10%, 기타 5%
단일 법안으로는 역사상 세 번째, 평화기(平和期) 재정지출로는 최대 규모다. 연방 적자 비율은 2025 회계연도 GDP 대비 7.1% → 8.3%까지 상승할 것으로 CBO(의회예산국)는 가정한다.
2. Fiscal Dominance : 교과서적 정의와 현실화 조건
Fiscal Dominance란 통화정책이 재정 안정 목표보다 재정 지출 지속성을 우선 순위에 둔 상태를 의미한다. 구체적 징후는 다음과 같다.
구분 | 통화 우위(Monetary Dominance) |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
---|---|---|
정책 1순위 | 물가 안정 | 국가 부채 관리·성장 유지 |
중앙은행 역할 | 독립적 금리 결정 | 국채 발행 소화·금리 억제 |
주요 메커니즘 | 정책금리·대차대조표 축소 | 명목 GDP 부양·실질금리 음(-) 유지 |
역사적 사례 | 1980년대 볼커 긴축 | 1940~1951년 전후(戰後) 미 재정 국채 캡 |
OBBB는 ① 채무 증발 전략(인플레이션 상회 성장), ② 금리 억제(YCC 또는 전장 국채 커브 관리), ③ 명목 GDP 파이를 키우는 공공 투자를 동시에 추진한다. 이는 정통적 테일러 준칙
과 거리가 멀다.
3. 장기 경로 시나리오
3-1 물가·금리 트랙
- 베이스 경로 (B1) – 관리된 고물가 + 완만한 금리 저점 이동
헤드라인 PCE 평균 3.0% ±0.5% 박스에 고착, 10년물 국채 명목 금리 3.75% 내외 - 친(親)성장 경로 (B2) – 생산성 충격 발생
AI·친산업 투자 로 노동생산성 2.5% → 3.2% 상승, 실질금리 약 0~0.5%p 상승 허용 - 경계 경로 (R1) – 스태그플레이션 귀환
원자재 공급 쇼크 + 중앙은행 수익성 회복 미진 → 실질금리 음(-) 지속, 달러화 약세·실물자산 강세
3-2 달러 패권 및 외환시장
대량 적자 + 금리 억제 = 달러 공급 팽창은 통화 약세 논리를 강화한다. 그러나 달러 부채 함정
에 묶인 신흥국 레버리지는 달러 안전 수요를 지속시킨다. 결과적으로 DXY 지수는 103~108 박스권 전장 변동성 상승이 예상된다.
4. 섹터별 장기 수혜·피해 매트릭스
분류 | 재정 우위 시대 순위 | |
---|---|---|
장기 우위 (Overweight) | 장기 열위 (Underweight) | |
산업재·인프라 | 방산, 복합 인프라 EPC, 산업 SW(PLM) | 건축 자재 중 수입 의존도가 큰 비철금속 가공 |
에너지·원자재 | LNG 밸류체인, 우라늄, 구리 | 태양광 단가 민감 셀·모듈 제조 |
기술·AI | GPU 가속기, 엣지 데이터센터, 사이버보안 플랫폼 | 순수 비메모리 파운드리 서드 티어(공급 과잉) |
금융 | 대형 은행 (리테일 예금 견고), 보험(가격 상승 전가) | 초장기 채권형 리츠, 하이일드 레버리지드론 |
소비재 | 방어적 필수소비재, 리퍼비시·디스카운트 리테일 | 고가 내구재(금리 민감), 클린테크 보조금 축소 기업 |
5. 투자전략 : 성장·가치 ‘양손 분산’ 포트폴리오
앞선 리서치에서 데이비드 카츠 CIO가 언급했듯, 밸류에이션 역사적 고점 구간에서는 성장주 독주보다 가치주·스몰캡·실물자산과의 혼합이 필수다. Fiscal Dominance 환경은 ① 명목 GDP 확대, ② 실질금리 조작, ③ 달러 실질가치 절하가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성장 딥 바이’ + ‘실물 스테디’ 전략이 유효하다.
- 코어(Core) 40% : 반도체 Top-tier (엔비디아, 브로드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 사이클리컬 Alpha 30% : 방산 3대 메이저(LMT, GD, RTX), 우라늄 생산 듀얼 리스트, 산업용 로봇 OEM
- 인컴 & 리스크 헤지 20% : 북미 파이프라인 MLP, 배당 귀족 필수소비재, 골드 ETF
- 옵션 10% : 미 2년물 선물 풋(금리 급등 헤지), 원자재 콜 스프레드
6. 리스크 시나리오 및 대응
- 의회 교착·법안 축소 → 재정지출 규모 절반으로 축소 시 방산·인프라 실행 지연 우려. 대체 플랜 : 국방 Top-line 방어 가능성이 높은 효율성 상위 종목 선별.
- 물가 2차 상승 → 연준 재긴축 시 장기국채 스프레드 급등. 대체 플랜 : TIPS·단기 채권·커머더티 비중 확대.
- 달러 강세 재가동 → 신흥국·원자재 리스크 확대. 대체 플랜 : 변동성 돌파 형 CTA 전략 편입.
7. 결론 : ‘금리를 달래고, 재정을 달궈라’ — 새로운 연합 게임의 룰
OBBB는 미국 경제를 고물가·고명목성장 궤도로 유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채 감량(inflating away debt)’을 노린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의 정공법
은 아니지만, 1940년대 미국·1970년대 일본·2010년대 중국이 채택한 ‘관리된 인플레이션’ 모델과 유사하다. 투자자는 금리·물가·달러가 정책 벤치마크가 아닌 정책 수단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리디자인해야 한다.
결국 “재정이 깃발을 든 시대에는, 통화 정책이라는 바람의 방향도 바뀐다”. 이 거대 변수 속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한 선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정책 수혜 파이프라인을 능동적으로 식별하고 비대칭 리스크를 헤지하는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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