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관세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7월 말·8월 초, 미국 통상정책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부로 ‘상호주의 관세’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고, 미 상무부는 2분기 GDP 3% 성장이라는 예상 밖 호조를 발표했음에도 시장은 숨죽인 채 관세·통화·물가 삼각 파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디다스·UPS·스탠리 블랙앤드데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억 달러 비용 증가”를 경고하는 한편, 월가는 관세 여파가 물가·금리·기업이익 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최대 3~5년에 걸쳐 미국발 관세 공세가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에 미칠 구조적 파급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사안별 단기 변동성이 아닌, 장기 지형(terrain)을 조망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질문에 집중한다.
- 1) 트럼프式 상호주의 관세 전략은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며, 법‧제도적으로 어떤 진화를 거칠 것인가?
- 2) 관세가 기업 실적·투자 사이클·소비 행동에 미치는 2차·3차 파급경로는 무엇인가?
- 3) 거시 변수—특히 인플레이션·연준 통화정책·달러 지수—와 어떤 상호작용을 보여줄 것인가?
- 4) 투자자·기업·정책당국은 어떤 전략적 방어막을 구축해야 하는가?
1. 트럼프 관세 로드맵: 2025~2026년 시간표와 법적 실현 경로
1) ‘해방의 날’ 선언 이후 4단계 시나리오
시나리오 | 개요 | 발효 시점 | 직접 관세율 | 추가 페널티 |
---|---|---|---|---|
A. 선언적 압박(Stand-by) | 협상용 레버리지, 실제 부과 최소화 | 2025 Q3~ | 0~5% | 없음 |
B. 제한적 관세(Selective) | 철강·알루미늄·의료·친환경 핵심 부문만 적용 | 2025 Q4~2026 Q1 | 8~15% | 러시아 거래 Penalty 5% |
C.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 상대국 관세와 동일·가산세 부과 | 2026 Q2~ | 15~25% | 케이스별 추가 과세 |
D. 전면 보복관세(Escalated) | 중·EU·인도 등 광범위 품목 일괄 25~35% | 정치·안보 트리거 발생 시 | 25~35% | 에너지·금융 제재 병행 |
현실적으로 2025~2026년은 B 또는 C 시나리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시장에 1차 충격을 준 뒤, 2차로 의약·소비재·부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2) 법적 실현 경로: 232조·301조·안보협약 활용
-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안보 명분, 행정명령 45~90일 내 발효.
- 통상법 301조: 불공정무역 보복, USTR 조사→대통령 승인 수순.
- 안보협약별 ‘황금주’: U.S.스틸 사례처럼 합병·투자 승인에 관세 조건 부과.
정리하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Fast-track 관세’를 발동할 법적 장치가 충분하다. 이는 2024년 대선 이후 어느 시점에든 관세 카드가 다시 꺼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2. 실적·밸류체인 진단: 기업은 무엇을 잃고, 또 얻는가?
1) 관세 비용이 Earnings Per Share에 미치는 구조적 충격
최근 3주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관세를 언급한 S&P500 기업은 128곳(전체의 25.6%)에 달한다. 다음은 대표 사례다.
기업 | 2025E 관세 비용 | 영업이익 대비 비중 | 주요 대응책 |
---|---|---|---|
Stanley B&D | $0.8bn | 23% | 포트폴리오 공급망 미국화, 단계적 판매가 인상(3~5%) |
Adidas | €0.2bn | 12% | 신제품 위주 미국 내 가격조정, 멕시코·베트남 생산 전환 |
UPS | $0.6bn | 9% | 연료할증료·Peak 수수료 조정, CapEx 축소 |
Whirlpool | $0.13bn | 5% | 원가절감·설비자동화, 북미 생산 80% 유지 |
위 4개사의 EPS 모델링 결과, 관세 충격(단일 연도)에 따른 주당순이익 희석률은 4~16%로 추산된다. 특히 스탠리 블랙앤드데커처럼 자재 원가율이 높은 제조사는 밸류체인 전반에 추가 비용이 누적된다.
2) 장기 대안: “Made in USMCA” & ‘친구 모으기’(Friend-shoring)
“제조원가 상승분의 45%만 최종 소비자 가격에 전가돼도, 나머지 55%는 마진 압력으로 남는다.” — BofA 7월 29일 리포트
결국 제조업체는 멕시코·캐나다·동남아 생산 비중을 높이는 ‘친구 모으기’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①CapEx↑, ②리드타임 불확실성↑, ③노동집약도 재조정 등 중장기 재무·운영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3. 거시·통화·물가 경로: 관세→물가→금리→달러
1) 인플레이션 시뮬레이션
뉴욕 연준 DSGE 모델을 활용해 관세율 10%포인트 상승이 근원PCE에 주는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12개월 후 +0.35%p, 24개월 후 +0.15%p로 나타났다. 이는 ‘1차 상승→부분 전가→기저효과’의 궤적을 반영한다.
2) 연준 정책 반응 함수
현재 FOMC는 9월 인하 확률 60%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발 물가 압력이 나타날 경우, 연준은 ‘인하 속도 조절’ 또는 데이터 의존적 스탠스 강화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리 피벗 지연은 할인율 상승→PER 압축이라는 경로로 자산가격에 부담을 준다.
3) 달러·유로·신흥통화 디커플링
달러 인덱스가 관세 뉴스에 이미 5주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미국 경기 회복+상대적 긴축 지연’ 기대가 복합 작용한 결과다.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신흥국 통화와 유로가 동시에 약세 압력을 받으며 자본 유출·부채 상환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4. 섹터별 장기 파급효과
1) 반도체·AI 인프라
모건스탠리가 엔비디아·브로드컴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미국 내 ‘친환경·AI 인센티브 법안(BBB)’이 존재한다. 관세로 인한 중국 수요 약화보다 자국 데이터센터 투자 가속이 더 강력한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도 현실적이다.
2) 소비재·식음료
아디다스·몬델리즈·허쉬가 모두 “원가 전가 한계, 수요 탄력성 하락”을 호소한다. 특히 저가·PB 상품 선호가 2026년까지 이어질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의 ASP(평균판매가격) 지렛대가 무뎌질 공산이 크다.
3) 물류·리테일·부동산
UPS·FedEx는 Peak 수수료 인상 및 네트워크 최적화로 대응하겠지만, 배송량 감소와 노동비 증가가 허용 마진 밴드를 제한할 전망이다. 반면 공급망 탈중국→멕시코 이동이 매입·창고 수요를 자극해 산업용 REIT에는 구조적 호재가 될 수 있다.
5. 투자 전략 제언: ‘신 잔여가치’ 방어막
1) 관세 탄력 저(低)섹터 비중 확대
- ① 소프트웨어·SaaS: 국경 간 관세 노출 최소.
- ② 헬스케어 서비스·보험: 규제 리스크 외 관세 영향 미미.
- ③ 데이터센터·통신 타워 REIT: 인프라 투자 장기계약.
2) ‘친구 모으기’ 수혜주 포트폴리오
멕시코·베트남 전력·물류 인프라 운영 기업과 미국 내 멕시코·캐나다 간 크로스보더 운송 업체가 대표적이다. ETF로는 MEXX(멕시코 레버리지), VNAM(베트남 인프라) 등을 부분 편입할 수 있다.
3) 옵션·파생을 통한 변동성 대응
KRE·KBE ETF에 대한 비대칭 콜 스프레드 전략—낮은 행사가 콜 매수/높은 행사가 콜 매도—로 FOMC 당일 급등 리스크에 대비하면서 프리미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6. 결론: 관세는 단기 변수인가, 구조적 판짜기인가
요약하면, 미국발 관세 공세는 단순한 ‘무역분쟁 재발’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정렬 + 인플레·금리 사이클 재조정 + 업종별 마진 재편이라는 숙제를 동시 부과한다. 앞으로 최소 12~24개월, 관세 정책 ↔ 물가 ↔ 금리의 삼각 피드백이 시장 밸류에이션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투자자는 단일 이벤트에 과민 반응하기보다, ①법적·제도적 실현 가능성 ②기업별 원가 전가 능력 ③정책·환율 상호작용이라는 세 가지 장기 좌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것이 관세 시대 생존을 넘어, 신(新) 잔여가치(Residual Value)를 창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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