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감소·글로벌 제조업 회복세에 힘입어 유가 강세…WTI 2주, RBOB 휘발유 2.5주 만에 최고

WTI 10월물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29% 오른 +0.81달러에 마감하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달물 RBOB 휘발유 선물도 +1.43% 상승해 2.5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랠리는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전날 발표한 주간 재고 감소와 더불어 글로벌 제조업 회복 조짐이 겹치며 나타났다. 특히 EIA 주간 보고서에서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점, 그리고 휘발유 재고 역시 감소한 점이 전반적인 수급 타이트함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같은 날 공개된 S&P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기름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 8월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4.5포인트 급등한 53.3으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 확장·수축의 경계선인 50을 넉넉히 상회했다. 유로존 PMI 역시 예상을 깨고 50.5로 올라서며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제조업 지표가 동반 호조를 보이자 “에너지 수요가 당분간 견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졌다.

지정학적 변수도 상존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대해 러시아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며 일방적 안전보장은 “무의미하다“고 못 박았다. 전쟁 종식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제기되자 공급 차질 프리미엄이 가격에 일부 반영됐다.


OPEC+ 증산 계획이 남긴 부담

그러나 상승폭은 달러 인덱스(DXY)가 1.5주 만에 최고치로 뛰자 제한됐다. 아울러 OPEC+가 9월 1일부터 하루 54만 7천 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한 점도 상방을 누르는 변수다. OPEC+는 팬데믹 기간 단행했던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려 2026년 9월까지220만 배럴/일의 생산을 복원할 계획이다. 7월 OPEC 생산량은 전달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2,831만 배럴/일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잠재적 공급 증가는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부유식 저장량 감소가 가격 상승에 유리하게 작용

영국 선박 데이터업체 Vortexa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해 있던 유조선의 전 세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 줄어든 8,249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현물 시장에서 가용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음을 시사하며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EIA 세부 지표

전날 발표된 EIA 주간 통계는 다음과 같다.

• 미 원유 재고: ▲계절 평균 대비 -5.6%
• 휘발유 재고: ▲계절 평균 대비 -0.7%
•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 ▲계절 평균 대비 -13.0%
• 주간 원유 생산: ▲전주 대비 +0.4%↑, 1,338만 2천 배럴/일

주간 생산량은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 1천 배럴/일)에 근접했으나 아직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리그(시추설비) 동향

베이커휴스는 8월 15일 기준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가 전주와 같은 411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크게 축소된 수치이며, 최근 저점인 410기에서 사실상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유전에서 생산되는 대표적 경질유로,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북미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의 표준 규격이다. PMI는 기업 구매담당자를 대상으로 생산·수주·고용 등을 조사해 제조업 경기를 평가하는 지표다. DXY는 달러화 가치를 6개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산출한 달러 인덱스다.

기자 해설 및 전망

재고 감소와 제조업 반등은 당분간 유가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 다만 달러 강세와 OPEC+의 추가 증산, 미국 시추기 회복 여부가 향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미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 원유 등 달러 표시 상품 가격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외환·원유 동조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면 글로벌 제조업 지표가 확장 국면을 본격화할 경우 수요 견조함이 공급 변수와 상쇄돼 배럴당 90달러를 향한 상승 여력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