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전망] ‘1950년대식 긴축 사이클의 끝’이 온다: 연준 조기 금리 인하, 달러 패권, 그리고 미국 자산의 대전환 시나리오

머리말: 0.25%p 라는 작은 변화, 10년을 바꾼다

미국 경제사를 길게 보면, 연준(Fed)의 첫 번째 금리 전환은 단순한 통화정책 이벤트가 아니다. 1950년대 전후 대전(大戰) 복구기, 1982년 볼커 긴축, 2001년 IT 버블 붕괴, 2008년 GFC, 2020년 팬데믹 이후까지, ‘첫 번째 인하’는 항상 자산가격·환율·글로벌 자본 흐름의 구조적 분기점이었다. 2025년 9월 초, 우리는 또 하나의 전환점 위에 서 있다. ① 7월 JOLTS 구인 공고가 720만 건 아래로 내려앉으며 노동수요 균열이 확인됐고, ② 달러 인덱스는 104선에서 100선 초반으로 밀리며 2개월 연속 약세를 보였으며, ③ 연준 내부 핵심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9월 첫 인하→데이터 따라 속도 조절”을 공개 천명했다. 시장은 이미 CME 페드워치 기준 9월 25bp 인하 확률 92%, 10월 추가 인하 확률 51%를 가격에 반영했다. 본 칼럼은 이 ‘조기 완화’ 시그널이 장기(5~10년) 경제·자산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데이터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 왜 연준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가?

1) 노동시장 균열의 가속
팬데믹 이후 1200만 개 일자리 회복, 구인/실업 비율 2.0 이상—연준이 긴축을 유지했던 논거였다. 그러나 2025년 7월 JOLTS는 718.1만 건으로 팬데믹 초기 이후 두 번째로 낮았고, ①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건설업 구인이 전월 대비 –11%, ② ‘자발적 퇴사율’이 4.0%대에서 2.4%로 급락, ③ 평균 구인 공고 기간이 23일→36일로 급증했다. 이것은 임금-물가 압력을 유발하던 초과수요가 구조적으로 해소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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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세·재정 불확실성과 금리의 정치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면 관세(평균 관세율 15.2%로 상승)와 리사 쿡 Fed 이사 해임 시도는 국채금리에 ‘정치 프리미엄’을 가산했다. 10년물 수익률이 4.50% 위로 치솟았던 7월 말, 국채 입찰 실패(투자자 모집률 2.35배로 5년 평균 2.55배 하회)는 연준에 채권시장 안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정치화된 긴축’이 연준 독립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3) 재정 부담의 기형적 확대
국채 잔액 34.1조 달러, 연간 순이자비용 1.4조 달러로 국방예산(9,120억 달러)을 추월했다. 10년물 금리가 25bp 상승할 때마다 향후 10년 누적 이자비용은 2,700억 달러 증가한다. “금리는 인플레이션만이 아니라 재정지속성에 대한 세율”이라는 월러의 발언은, 파월 시대 이후 연준이 부인해 왔던 ‘암묵적 재정 우회 지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2. 세 가지 장기 시나리오

구분 정책 경로 실질금리 달러 지수(DXY) 미국 주식(총수익,연율) 금(Gold, 연율)
① 순차 완화(중앙) 25bp 인하 × 3회 후 속도 조절 0.5% → –0.1% 100→93 +8% +12%
② 빅컷+재정 부양(완화) 연내 100bp 인하+인프라 법안 0.5% → –1.2% 100→88 +12% +18%
③ 변동성 재점화(긴축역주행) 물가 재가속·인하 중단 0.5% → +0.8% 100→105 +2% +4%

필자는 ① 순차 완화를 60%, ② 빅컷 25%, ③ 역주행 15%로 가중치를 둔다. 핵심 근거는 ① 주거 임차료·자동차 보험 등 고점 통과 신호, ② 해외 성장 둔화로 수입물가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되는 구조, ③ 정치 일정상 ‘골디락스 경기’ 유인이 강하다는 점이다.


3. 자산군별 장기 영향 분석

1) 국채·회사채
10년물 수익률은 2026년 말 3.3%±30bp로 안정될 전망이다. 듀레이션 6년 이상 장기채는 연 4~5% 가격상승+2% 쿠폰을 기대할 수 있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국채가 주식 대비 위험조정수익률에서 우위를 회복하는 세대 교체가 시작된다. IG 스프레드는 80bp→75bp로 축소 예상, 정크본드(BB 이하)는 부도율 4.5%→6%로 반등 가능성, 따라서 듀레이션 롱·크레딧 숏이 구조적 승자가 될 공산이 크다.

주목

2) 달러와 외환
달러 인덱스는 2025~2027년 평균 92~95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 시대(2014~2022)의 종언이자, 엔화·유로화·위안화의 상대적 랠리를 의미한다. 일본 30년물 JGB 3.3%, 독일 20년물 국채 2.8%로 ‘금리 격차 좁히기’가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일본 기업 EPS는 달러 약세 시 연 5~7% 상향 여력이 존재한다.

3) 미국 주식
‘완만한 인하’는 P/E 확장보다 실적 사이클 바텀아웃 효과가 크다. IT·커뮤니케이션 대형주는 여전히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수급을 유지하지만, 스몰캡·고배당·리츠·전통 인프라로 섹터 로테이션이 본격화된다. 2026년까지 S&P 500 이익 기여도는 ① AI 반도체·클라우드 35%, ② 리츠·인프라 20%, ③ 경기소비재 15% 순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인하→모기지금리 약세→주택 착공 회복은 건자재·가구·홈리모델링 업종에 구조적 수혜.

4) 원자재·귀금속
실질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결합은 금·은·구리·리튬의 구조적 강세를 촉발한다. 이미 금은 3,500달러로 사상 최고, 은은 온스당 50달러를 넘나든다. UBS는 2026년 6월 금 목표가 3,700달러를 제시했지만, 시나리오②라면 4,000달러도 가능하다.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귀금속 5%·배터리 금속 3%·우라늄 2% 비중을 권한다.

5) 부동산·리츠(REITs)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맨해튼 오피스 5.4억 달러 투자, 일본·영국 장기국채 금리 급등으로 ‘해외 환산 수익률’이 높아진 점은 글로벌 기관의 미국 프라임 오피스 재매입이 재개될 신호다. 리츠 지수(FTSE Nareit) 배당수익률 4.8%는 국채 대비 160bp 스프레드, 완화 사이클 초기에 리츠 총수익률이 S&P 500을 6~8%포인트 아웃퍼폼했던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4. 리스크 요인: ‘장밋빛’에 드리운 세 가지 그림자

① 서비스 인플레이션 재점화
모기지 인하→주택가격 반등→임차료 지수 재상승, 자동차 보험료·학자금 대출 재개, 의료 서비스 CPI 반등 가능성. 물가 목표 2% 도달 전 인하 가속은 2027~2028년 ‘리인플레이션’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② 정치적 독립성 훼손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인사 개입, 의회 재정 갈등, 리사 쿡 해임 소송 등으로 ‘금리=정치 프리미엄’ 내재화 우려. 이는 장기금리 하락 속도를 둔화시키고,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③ 글로벌 동조화 실패
유럽중앙은행이 에너지·임금 압력으로 완화에 소극적, 일본은행이 인플레 3%·JGB 변동성으로 추가 QT 불가피. 글로벌 완화 불일치는 환율·자본 이동의 비대칭성을 키워 정책 효과를 상쇄할 위험이 있다.


5. 투자 전략: ‘금리 1%p 다운, 포트폴리오 3D 업그레이드’

1) Duration-Driven : 과거 50년간 첫 인하 시점에서 24개월 동안 미 국채 장기 ETF(TLT)의 평균 총수익은 +18%. 듀레이션 15년 이상 채권 ETF와 국채-인프라 혼합 포트폴리오를 코어로 편입.

2) Dividend-Defense : 금리 피크아웃 이후 3년 동안 배당귀족 지수(S&P 500 Dividend Aristocrats)는 S&P 500 대비 1.3배 초과수익. 친환경 인프라·파이프라인·데이터센터 리츠·헬스케어 리츠를 중심으로 4%+ 현금흐름 확보.

3) Disruptive Growth : 금리 인하→할인율 하락, AI 인프라·생성형 검색·제로트러스트 보안·희귀질환 치료제 같은 고ROIC 혁신 기업의 밸류에이션 재평가. 알파벳·엔비디아·노보 노디스크·TSMC·웨스턴디지털 등이 후보.

4) Defensive Commodities : 금·은 5%, 구리·리튬 3%, 석유·가스 로열티 2% 비중을 7년 이상 유지해 화폐가치 하락·지정학 리스크·전환금속 수요에 대비.

5) Dollar Diversification : 달러 약세기에 대비해 ECB·BOJ·RBA 고퀄리티 회사채, 독일·일본 국채, 해외 인프라 리츠, 유럽 고배당 ETF를 단계적으로 매수.


결론: ‘1950년대식 긴축 사이클의 끝’—금리, 달러, 자산 지형의 리셋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연준은 12개월 만에 200bp를 인하하며 장기 금리 하락+달러 약세+성장주 랠리+귀금속 강세라는 조합을 만들었다. 2025년 우리는 비슷한 ‘완만한 완화, 급격한 자산 재분배’ 국면에 진입한다. 달러는 더 이상 싱글 플레이어의 ‘킹 달러’가 아니며, 미국 자산 내부에서도 빅테크 과점→다중 균형으로 이동할 것이다. 투자자는 단기 기술적 랠리에 현혹되기보다 듀레이션·배당·혁신·원자재·환 헤지로 입체적 방어막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금리 1%p 내려갈 때 포트폴리오 10년을 살리는 법”이다. — 이중석, 미국 주식·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