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국채금리 상승의 구조적 악순환: 미국 경제·주식·주택·정책의 5대 파장

장기 국채금리 상승의 구조적 악순환
― 재정·실물·자산시장을 뒤흔드는 장주기(長週期) 리스크


글 :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편집 : 2025년 9월 8일


Ⅰ. 프롤로그 – ‘느리게 움직이는 악순환’은 이미 시작됐다

미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5%를 돌파한 순간, 월가 딜링룸에서는 1994년 본드 폭락2000년 닷컴 붕괴 전야가 동시에 소환됐다. 시장은 처음엔 물가·성장을 이유로, 다음엔 공급 부담을 이유로, 이어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를 끌어올렸고, 어느새 수익률 상승 → 재정 악화 → 수익률 추가 상승이라는 순환 고리가 굳어졌다. 필자는 이를 ‘구조적 악순환(Structural Doom Loop)’이라 정의한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3~5년 동안 이 악순환이 미국 경제·자산시장·정책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다섯 갈래 관점에서 심층 분석한다.

주목

Ⅱ. 팩트 체크 – 데이터로 본 ‘금리 점프’의 현실

구분 2023말 2024말 2025.09.06 증가폭(bp)
美 2년물 수익률 4.26% 4.68% 4.89% +63
美 10년물 수익률 3.88% 4.22% 4.54% +66
美 30년물 수익률 3.97% 4.36% 5.03% +106

* 자료 : 연방준비제도(FED), CME, 2025년 9월 6일 종가 기준

  • 30년물은 18년 만의 5%대 복귀.
  • 10년–2년 스프레드는 여전히 역전이지만, 장단기 모두 절대 금리 레벨이 높다.
  • 모기지(30년 고정) 평균금리는 5일 하루에만 16bp 급락했음에도 여전히 6.3%대.

Ⅲ. 파장 ① – 재정·부채 : ‘이자 폭탄’이 가계가 아닌 정부로 향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순이자비용(Net Interest Outlays)은 2022회계연도 4750억 달러 → 2024E 8900억 달러로 2년 새 두 배에 근접했다. 금리가 100bp 추가 상승·장기화될 경우 2026E 1조2000억 달러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이는 국방예산(약 8500억 달러)을 상회하며, 이자 > 국방 > 메디케어라는 기형적 예산 구조를 예고한다.

“재정수지 적자가 안정화되지 않는 한, 장기 국채금리는 결국 ‘부채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 CBO 2025 중기 전망

큰 정부를 선호하는 민주당과 감세·감지출을 외치는 공화당이 2026 중간선거 전까지 세출 구조조정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만기 구조 연장, 국채 발행 집중도 조정, 장기물 바이백 같은 테크닉으로 버티는 동안 금리는 고점 부근에서 ‘완만한 톱니 모양’으로 고착될 확률이 높다.


Ⅳ. 파장 ② – 주택·건설 : 6%대 모기지가 굳어질 때 벌어질 일

5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금리는 6.29%다. 주택구입 가능 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는 2021년 144 → 2025년 99로 급락해 2006년 서브프라임 직전 수준과 같다.

주목
  • 새 주택 착공(Housing Starts)은 금리에 선행해 6~9개월 시차로 꺾인다. 2025년 8월 전년 대비 -10.4%.
  • 기존주택 재고는 역사적 최저이나, ‘록인 효과’(낮은 기존 금리 덕에 이동 회피)로 거래량 회복이 지연된다.
  • 건설업 고용 비중 4.3% → 부동산·가구·소매 등 파생 고용 효과가 컸던 분야에서 파급 예상.

금리가 5%대로 내려앉으면 반등 여지가 있지만, 국채수익률이 4.5~5% 상단에서 고착된다면 모기지 5%대 진입은 쉽지 않다. 즉 ‘주택 소유는 있으나 이동성은 낮은’ 시장으로 장기 체질이 바뀐다.


Ⅴ. 파장 ③ – 기업 밸류에이션 : ‘배당채권’으로 전락하는 고배당주 vs AI 성장주

수익률이 5%에 안착하면, S&P500 배당수익률(1.5~1.8%)이 국채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다. Defensive High Dividend ETF에 몰리던 자금이 채권·머니마켓펀드로 이동할 유인이 커진다. 반면 AI·클라우드·미디어 스트리밍 같은 장기 성장주는 ‘현금흐름 대부분이 10년 뒤’라는 점에서 할인율 상승에 취약하다.

섹터 WACC 변화(Δ100bp) DCF 가치 훼손률
유틸리티 ▲0.7% -8%
은행 ▲0.9% -5%
IT 하드웨어 ▲1.2% -12%
클라우드 SW ▲1.5% -18%

그러나 브로드컴 사례처럼 AI CapEx 체력을 보유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가격 전가 능력를 갖춘 기업은 ‘금리 면역주’로 재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요컨대 금리·성장 스프레드로 개별 종목 밸류에이션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될 것이란 뜻이다.


Ⅵ. 파장 Ⅳ – 금융시스템·규제 : 연준·재무부·FDIC의 3각 방화벽

2023년 SVB·Signature Bank 파산은 ‘HTM(만기보유증권) 평가손’이 촉발했다. 이후 연준의 BTFP(은행기간대부프로그램)가 완충 역할을 했지만, 2025년 3월 만기 연장·조건 변경이 예정돼 있다. 장기금리가 고점에서 장기화되면 :

  1. 지방은행의 증자·M&A 압력 가중.
  2. 기업 대출 가산금리(프라임–SOFR 스프레드) 상승.
  3.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NY 오피스, Sunbelt 멀티패밀리) 재조정 라운드 본격화.

연준이 2026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150bp 인하하더라도, 장기물 수익률이 3.5% 밑으로 내려가려면 ‘경기 급랭’ or ‘양적완화 재가동’ 같은 극단이 필요하다. 규제 당국은 SLR·금리리스크 관리 지침을 추가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Ⅶ. 파장 Ⅴ – 지정학·통화전쟁 : 달러·엔·위안의 힘겨루기

일본 30년물 수익률이 15년 만에 2%를 시도하자, 일본 생·손보사가 ‘미국채 스티프너 거래’를 축소하며 엔화 환헤지 비용을 대폭 낮췄다. 중국은 국채 보유 잔액을 줄이며 위안 약세 방어용 달러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채 해외 투자 비중이 2021년 33% → 2025년 28%로 내려왔고, 국내 기관(연기금·머니마켓펀드)의 ‘의무적 흡수’ 부담이 커졌다.

달러 인덱스가 105선 부근에서 강세를 유지하면 : ①수입 물가 하방 압력 → 연준 인플레 고민 완화, ②신흥국 통화방어 비용 증가 → 글로벌 변동성 확대라는 상충적 효과가 나타난다.


Ⅷ. 투자 전략 – ‘장기금리 고착 시나리오’ 대응 4단계 로드맵

  1. 듀레이션·베타 쌍방 헤지

    개인 투자자는 2·5년 단기채 Ladder로 인컴 확보, 포트폴리오 듀레이션 3년 이하.

  2. 금리 면역주 vs 배당채권주 분리

    ROIC>WACC 기업, 가격 전가력 보유 여부를 체크. 유틸리티·통신 고배당주는 ‘주식형 채권’으로 간주해 총체적 금리 민감도를 재산정.

  3. 주택 관련 ETF 옵션형 접근

    모기지 금리 5.5% 진입 시점, ITB·XHB 스프레드 매수. 단, 스트래들 전략으로 변동성 헷지 병행.

  4. 글로벌 ‘금리 분산’ 채권 바스켓

    일본 JGB 10년·호주 10년·독일 Bund 30년 혼합을 통한 상관계수 0.4 미만 포트 구축.


Ⅸ. 정책 제언 – 부채 한계 시대통화·재정 미세조정

  • 재무부 : 장기물 발행 비중을 단기에 19% → 17%로 축소, Screen Buyback 파일럿 확대.
  • 연준 : QT 속도 / RRR 인하 / BTFP 만기 연장 세트로 ‘타깃형 완화’ 제시.
  • 의회 : PAYGO 폐지 대신 ‘금리 자동안정장치’(이자비용 초과분 비상세입) 도입 검토.

Ⅹ. 에필로그 – 악순환을 끊는 해법은 시간의지

장기 국채금리의 상승은 물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인구학·재정정치·글로벌 유동성 패턴이 겹쳐 만들어낸 ‘느리지만 무거운 파도’다. 시장은 부채와 금리라는 짝꿍을 다시 학습해야 하며, 정책 당국은 서로 다른 시간표(금리 즉시, 재정 수년)를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속도다. 금리 상단 고착이 짧고 날카롭게 끝나면 ‘리밸런싱 기회’로 기억될 것이다. 반대로 길고 완만하게 이어지면, 2030년 중반까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0.5%p 이상 잠식하는 ‘새로운 저성장 함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 2025년 9월,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