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편입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 규모가 2025년 기준 $1조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몇몇 종목이 포트폴리오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들어 S&P 500 지수 구성 종목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은 총 $936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 이는 올해 들어 8% 이상 상승한 S&P 500 지수의 강세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2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Apple)이 지난 5월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우버(Uber) 역시 이달 초 $200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배당(dividend)과 마찬가지로 자사주 매입 역시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식이다. 매입이 진행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되고, 경영진이 자사 주가의 상승 잠재력을 확신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배당보다 유연성이 크다는 점도 장점이다. 재무설계사이자 SGH 웰스 매니지먼트 창립자인 샘 후즈초(Sam Huszczo)는 “배당은 일단 올리면 줄이기가 어렵지만, 자사주 매입은 필요할 때마다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을 줄이면 시장이 부정적으로 해석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그때그때 조정이 가능하다” — 샘 후즈초, CFP
제프리스의 스크리닝 기준
제프리스는 시가총액 50억 달러 이상, 최근 12개월 기준 자사주 매입 수익률(buyback yield) 4% 초과,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로 배당과 기존 매입 규모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미국 상장사를 선별했다. 여기에 2025~2026년 EPS 연평균 성장률과 최근 3개월간 실적 전망치 상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종목만을 포함했다.
1) 테넷 헬스케어(Tenet Healthcare)
병원 및 의료시설 운영사인 테넷 헬스케어는 2025년 들어 주가가 42% 급등했다. 지난달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월가 예상을 상회했으며, 연간 조정 EPS 전망치를 $11.99~$13.12에서 $15.55~$16.21로 큰 폭 상향했다. 이는 팩트셋(FactSet) 컨센서스인 $12.85를 웃도는 수준이다. 회사 이사회는 $15억 달러 추가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으며, LSEG 기준 24명의 애널리스트 중 19명이 매수 또는 강력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현재가 대비 8%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을 가리킨다.
2) 마텔(Mattel)
바비(Barbie)와 핫휠(Hot Wheels) 브랜드로 유명한 장난감 업체 마텔은 올해 주가가 보합세다. 그러나 LSEG 집계 14명의 애널리스트 중 11명이 매수 의견을 내놨고, 목표주가는 40% 이상의 상승 여지를 제시한다. 회사는 지난달 2025년 자사주 매입 목표 $6억 달러를 재확인했으나, 연간 EPS 전망치는 $1.66~$1.72에서 $1.54~$1.66으로 다소 하향 조정했다. D.A.데이비슨의 키건 콕스(Keegan Cox)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관세 부담을 기존 예상 $2억7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크게 낮췄다”며, 미국 내 가격 인상 효과로 비용을 상쇄할 것으로 평가했다.
3) 퀄컴(Qualcomm)
반도체 설계사 퀄컴은 회계연도 3분기에 주주에게 $38억 달러를 환원했으며, 이 중 $9억6700만 달러는 현금배당, $28억 달러는 자사주 매입이었다. 지난 20년간 꾸준히 배당을 증액해 온 역사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주가는 AI 테마 수혜가 컸던 동종업체와 달리 거의 횡보 중이지만, LSEG 기준 42명의 애널리스트 중 22명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15% 가량의 상승 여력을 제시한다.
용어 해설 및 투자 시사점
자사주 매입 수익률(Buyback Yield)은 시가총액 대비 최근 1년간 소각·보유 목적으로 매입한 자사주 금액의 비율이다.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자본적 지출(CapEx)을 차감한 금액으로, 기업이 부채 상환·배당·M&A·자사주 매입 등 모든 주주환원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 여력을 나타낸다. 따라서 FCF 수익률이 높아야 자사주 매입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활발할수록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에서의 매입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기업의 매입 단가, 목적 및 재무 건전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또한 세제 측면에서 배당보다 유리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가 자사주 매입세(Buyback Tax)를 인상할 경우 기업 정책이 변동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제프리스가 제시한 세 종목은 모두 견조한 현금흐름과 밸런스 시트 안정성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매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연준(Fed)의 통화정책 경로, 소비 경기 및 산업별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FCF로 뒷받침되는 자사주 매입은 변동성을 완충할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