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Zara)가 실제 모델의 이미지를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하는 실험을 진행하며 패션 이미지 제작 프로세스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같은 시도는 패션 업계의 제작 관행 변화 속에서 사진 촬영과 후반 작업의 효율화를 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25년 12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스웨덴의 경쟁사 H&M이 올 초 모델의 AI 클론을 마케팅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유럽의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인 Zalando도 이미지 제작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자라의 모기업인 인디텍스(Inditex)의 대변인은 “우리는 인공지능을 기존 과정의 보완 수단으로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변인은 “우리는 존중받는 모델들과 협업하며 모든 사항을 상호 합의하에 진행하고 업계의 관행에 맞춰 보상을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AI가 창작 인력을 대체하기보다는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기업 측 설명을 반영한다.
런던의 경제지 CityAM이 처음 보도한 대목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모델은 자라 측이 AI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편집해 다른 제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승인 요청을 했으며, 해당 작업에 대해 실물 촬영을 위해 이동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말했다. 이 보도는 모델과의 계약 및 보상 관행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
H&M과 Zalando 역시 인공지능을 창의적 팀의 작업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소개하며 사진작가와 사진 제작팀의 역할 축소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선에서 작업하는 사진작가, 모델, 프로덕션팀 관계자들은 AI 도입이 수주(commission)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디텍스 회장 마르타 오르테가(Marta Ortega)는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의 딸로, 패션 사진에 대한 강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녀는 고향인 스페인 북부의 코루냐(A Coruna)에 위치한 자신의 재단 MOP(Marta Ortega Pérez) 재단 갤러리를 통해 2021년 이후 주요 사진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해 왔다.
현재 해당 갤러리에서는 Annie Leibovitz의 패션 사진 전시가 진행 중이며, 과거에는 자라와도 오랜 협업을 해온 Steven Meisel과 Helmut Newton 같은 거장들을 조명한 전시가 열린 바 있다.
오르테가는 자라를 보다 고급화하려는 시도를 해왔으며, 점포 수를 줄이고 보다 넓고 품격 있는 플래그십 매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소비자 경험 개선을 목표로 한다.
런던 사진작가협회(Association of Photographers) 최고경영자 이자벨 도란(Isabelle Doran)은 “AI의 사용은 사진작가, 모델, 프로덕션팀이 수주를 받는 횟수를 줄일 것”이라며 “이는 업계에 이미 자리 잡은 전문가군뿐 아니라 업계에 진입하려는 신진 패션 사진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AI 클론과 인디텍스
AI 클론(또는 디지털 클론)은 실제 인물의 모습과 특성을 기반으로 생성한 디지털 이미지나 3D 모델을 지칭한다. 패션 마케팅에서 AI 클론은 동일한 모델의 표정, 포즈, 체형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상을 시각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실제 촬영의 필요성을 줄이지만, 초상권·저작권·보상과 관련된 법적·윤리적 쟁점을 동반한다.
인디텍스(Inditex)는 자라(Zara)를 비롯한 여러 패션 브랜드를 소유한 스페인 다국적 기업으로, 본문에서 언급된 대로 자라의 모회사이다. 본 기사는 인디텍스의 공식 입장과 업계 반응을 중심으로 보도한다.
산업적·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기술의 도입은 패션 업계의 비용 구조와 창작 생태계에 여러 차례 파급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제작 비용과 시간 절감이 기대된다. 실제 촬영에 필요한 장소 섭외, 인력 동원, 이동·숙박 비용, 촬영 후 보정 및 리터칭 작업 등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으로 추정할 때 이미지 제작 과정에서의 직접비용은 기업별로 10~30% 수준의 절감이 가능한 반면, 고품질 촬영을 선호하는 브랜드의 경우 비용절감 효과는 그보다 적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고용·수입 구조의 변화이다.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 조명·세트팀, 보정 전문가, 모델 에이전시 등으로 구성된 기존 프로덕션 생태계는 프로젝트 단위의 의뢰 횟수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신진 사진작가나 소규모 스튜디오는 실무 경험과 포트폴리오 축적 기회가 줄어들며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이는 패션 콘텐츠 관련 하청업체들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지역 고용에도 파급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가격과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이미지 생산이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일부 기업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신상품을 더 빠르게 선보일 수 있어 판매 촉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적 차별화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AI 이미지로 인한 품질·진정성 논란이 브랜드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로 규제·계약 관행의 변화가 예상된다. 모델과 사진작가의 초상권, 초상 이미지의 AI 변경에 대한 동의 절차, 보상 수준, 데이터 사용에 관한 투명성 요구 등이 강화될 수 있다. 업계 표준과 노동 단체의 대응에 따라 향후 계약서 조항과 보상 프레임이 새롭게 정립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인공지능을 통한 운영 효율화는 단기적으로는 마진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디지털 전환 가속은 온라인 콘텐츠 효율성을 높이고 재고 회전율 개선 등과 결합해 영업이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브랜드별 전략, 소비자 반응, 규제환경 변화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결론 및 전망
자라의 AI 실험은 패션 업계 전반의 제작 방식에 변화를 예고한다. 기업들은 AI를 통해 이미지 제작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창작자와 제작 인력의 역할 재정립, 보상 체계와 법적·윤리적 기준의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이 기대되나,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 크리에이티브 품질, 산업 내 고용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 견해로는 기술 도입이 불가역적이라는 점을 전제로, 기업들이 투명한 동의 절차와 공정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규제 및 사회적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반대로 업계가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AI를 보완적 도구로 활용하면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패션 산업의 콘텐츠 제작 방식과 노동시장 모두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업계 내부의 협의와 법·규제 기관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