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 청정에너지 품은 브라질, 암호화폐 채굴업체 ‘블루오션’ 부상

브라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암호화폐 채굴 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지 전력회사들은 비수기·비혼잡 시간대에 남아도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소비해 줄 대형 수요처를 물색해 왔으며,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채굴 기업들이 새로운 ‘큰손’으로 떠올랐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전력공급사 Renova Energia(헤노바)에너지)는 미공개 고객과 체결한 2억 달러 규모(약 2,700억 원)의 암호화폐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북동부 바이아주 풍력발전 단지에서 100메가와트(MW)를 끌어와 여섯 곳의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앞서 Tether가 7월 브라질 진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로이터 취재에 응한 여섯 개 업체는 “소형~중형 프로젝트 여섯 건과 최대 400MW의 대형 프로젝트 한 건”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Tether는 최근 인수한 농업기업 Adecoagro의 사탕수수 바이오매스 전력을 자체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암호화폐 채굴이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거래 검증’ 과정을 대규모 연산 장치(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로 수행해 그 대가로 코인을 보상받는 산업을 일컫는다. 전력 소비가 막대한 탓에 각국 전력망 부담 논란이 이어졌지만, 브라질에서는 오히려 과잉 공급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풍력·태양광 협회인 ABEEólica와 Absolar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브라질 발전소들이 버린 전력량은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의 손실로 이어졌다. 정부 보조로 급증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송전망 확충 속도를 앞지르면서 최대 70%의 발전량이 버려지는 사례도 있다.

Renova의 세르지우 브라질 최고경영자(CEO)는 “

전체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 채굴 사업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 경쟁사보다 확실한 우위를 갖게 된다

”고 설명했다. 그는 채굴 업계를 신규 성장동력으로 규정하며 서비스 영역 확대를 예고했다.

채굴업체의 가변적 전력 수요는 공급 과잉 시간을 겨냥해 ‘스위치 온·오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피크 시간대 송전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전력회사가 오래전부터 찾던 ‘조정 가능한 수요소비처’와 정확히 맞닿는다.

카자흐스탄 기반 채굴사 Enegix의 공동설립자 존 블런트는 “모바일 데이터센터를 개발해 발전소에 직접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북동부 Piaui(피아우이)주 태양광·풍력 전력과의 접점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파라과이 암호화 채굴 허브 출신 기업 Penguin도 브라질 진출 협상을 인정했으나 구체적 내용을 함구했다. 중국 채굴 장비 1위 Bitmain 역시 “기회를 탐색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 에너지사 시각: ‘다이아몬드 같은 고객’

프랑스 TotalEnergies와 손잡은 Casa dos Ventos, 미국계 사모펀드 GIP가 보유한 Atlas Renewable Energy 등 여러 발전사는 로이터에 “암호화 채굴 사업으로 잉여 전력을 현금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프랑스 Engie의 브라질 법인과 캐나다 CPP Investments가 참여한 Auren Energia도 내부 검토 중이지만 공식 언급은 거부했다.

여러 스트럭처링 계약을 자문한 변호사 라파엘 고메스는 “전력사들은 이런 대규모·탄력적 소비자를 다이아몬드처럼 귀하게 여긴다”고 표현했다.

기업들은 셀프 마이닝 모델도 고려한다. 국영 전력사 Eletrobras는 바이아주에 파일럿 프로젝트로 풍력터빈·태양광 패널·배터리를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 안에 ASIC 장비를 설치했다. 줄리아누 단타스 혁신담당 부사장은 “업계 운영 원리를 학습해 차후 데이터센터 사업 진입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청정에너지산업을 키우는 전략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 중이다. 채굴 기업을 통해 축적될 운영 노하우·전력관리 기술이 궁극적으로 클라우드·AI 데이터센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환경·규제 변수
다만 북동부 지역 대부분은 물 부족이 심각해 냉각수 사용량이 적은 공랭·침수 냉각(이머전)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아직 브라질에는 채굴 관련 법·세제·전력요율 규정이 부재해 투자 결정이 느려지는 양상이다.

Penguin의 브루누 바코티 임원은 “400MW급 물량을 찾아 나섰지만 Sisyphean(끝없는) 여정이었다”면서 “시장 잠재력은 분명하나 쉽지 않은 일”이라 토로했다.

ASIC이란? 블록체인 연산 전용으로 설계된 칩으로, 범용 GPU 대비 효율이 월등히 높다. 반면 특정 알고리즘에만 최적화된 단점이 있어, 기술 세대교체에 따른 폐전자폐기물 리스크가 제기된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① 브라질은 전력 인프라 확충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장을 먼저 단행해 ‘송전 병목’이 구조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암호화 채굴은 이 틈새를 메우는 승자가 될 수 있다.
② 글로벌 채굴 시장의 향후 ROI(Return On Investment)는 통화정책·비트코인 가격·전력 요율 삼박자에 좌우된다. 브라질발 모델이 성공하면, 칠레·우루과이 등 남미 다른 국가로 속도전이 번질 가능성이 높다.
③ 한편 가상자산 규제 당국이 수도권 전력 우선공급, ESG 의무보고, 탄소배출권 연계 등을 새로 도입할 경우, 산업 확장 속도는 생각보다 느려질 수 있다.※ 본 단락은 시장 구조 분석이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