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돔이 보이는 가운데, 2025년 2월 25일 캐피톨 힐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전 보좌관이 정부 효율성부(DOGE) 코커스 로고가 들어간 포스터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Andrew Harnik |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행정개혁 기구였던 정부 효율성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임기 만료 8개월을 남기고 사실상 해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작은 정부 공약을 상징적으로 알렸던 이 조직은 초기에 대대적 홍보를 받았으나, 비판자들은 측정 가능한 절감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연방정부 인사관리처(OPM) 국장 스콧 쿠포어(Scott Kupor)는 이달 초 DOGE의 현황을 묻는 질문에 “그런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DOGE 종료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밝힌 첫 발언으로 평가된다.
쿠포어 국장은 이어 DOGE가 더 이상 “중앙집중적 단일 조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출범한 DOGE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기 몇 달 동안 워싱턴 전역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이며 연방 부처 축소, 예산 삭감, 업무의 트럼프 우선순위로의 재배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는 OPM이 DOGE의 여러 기능을 인수한 상태라고 쿠포어 국장과 로이터가 검토한 문건이 전했다.
국가디자인스튜디오(National Design Studio)라는 새 조직에 전직 DOGE 핵심 인물 최소 2명이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직은 8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신설됐으며,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Joe Gebbia)가 수장을 맡고 있다. 해당 명령은 연방 정부 웹사이트의 심미성을 개선하도록 게비아에게 지시했다.
게비아는 한때 일론 머스크가 이끌던 DOGE 팀의 일원이었다. 또 다른 DOGE 직원인 에드워드 코리스틴(Edward Coristine)은 ‘Big Balls’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국가디자인스튜디오 지원을 독려한 바 있다.
DOGE의 퇴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 각료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을 적극 홍보하던 지난 활동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초기 DOGE 총괄을 맡았던 머스크는 X 플랫폼에서 활동 내용을 자주 알렸고, 한때 정부 일자리 감축을 상징한다며 실제 전기톱을 들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이것이 바로 관료제를 위한 전기톱이다.”
머스크는 2월 메릴랜드 주 내셔널 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전기톱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DOGE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출을 삭감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공시와 회계 자료가 부족해 외부 재정전문가들이 이를 검증하기는 불가능했다. 백악관 대변인 리즈 휴스턴(Liz Huston)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전반의 낭비, 사기, 남용을 줄이라는 명확한 추인을 국민에게서 받았고, 그 약속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행정부의 신호: ‘해체’를 말하진 않았지만 이미 과거형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5월 머스크와 트럼프 간 공개적 불화 이후에도 DOGE의 공식 소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머스크는 그 뒤 워싱턴을 떠났다가, 이번 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여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공개석상에서 DOGE의 종말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초기에 DOGE의 활동 기간을 2026년 7월까지로 못박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던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DOGE를 과거형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보건의료 기술 분야 출신의 에이미 글리슨(Amy Gleason) 당시 권한대행 DOGE 행정관은 3월 법원 제출 문서에 따르면 로버트 케네디 보건복지부(HHS) 장관의 고문으로 공식 보임됐으며, 이후 공개 발언의 초점도 HHS 업무에 맞춰졌다.
아이다호, 플로리다 등 공화당 주도 주정부들은 DOGE와 유사한 지역 차원의 기구를 신설하고 있다. 한편 DOGE의 상징적 조치였던 연방정부 전면 채용동결은 해제됐다고 쿠포어 국장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이민법 집행 및 공공안전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직무를 제외하고는 신규 채용을 금지했다. 이후 대통령은 기타 예외 인력의 채용은 DOGE 승인을 받도록 했고, 부처에는 “퇴직자 4명당 1명만 충원”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쿠포어 국장은 현재 “감축 목표치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해체 이후: 전직 DOGE 인사들의 행보와 기능 분산
DOGE 인력은 행정부 내 다른 직책으로 이동했다.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정부 웹사이트의 시각적 프레젠테이션 개선을 위임받은 조 게비아다. 게비아가 이끄는 국가디자인스튜디오는 워싱턴 DC 경비를 담당할 법집행 인력 채용 홍보 사이트와 대통령의 약가 정책을 알리는 사이트를 출범시켰다. 게비아는 대변인을 통해 로이터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자커리 테렐(Zachary Terrell)은 트럼프 2기 초기 정부 보건시스템 접근 권한을 받았던 DOGE 팀 구성원으로, 현재는 보건복지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재직 중이다. 레이철 라일리(Rachel Riley) 역시 같은 접근 권한을 받았던 인물로 법원 문서에 언급되며, 현재는 해군연구청(ONR)의 수장으로 등재돼 있다.
제러미 르윈(Jeremy Lewin)은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 작업에 머스크 및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관여했던 인물로, 지금은 국무부에서 대외 원조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머스크는 자신이 정부 규제의 ‘산더미를 지운다’는 국민적 추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규제 되돌리기와 인공지능(AI)으로 정부 재설계를 DOGE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고, 연방 일자리 감축과 함께 이를 추진했다.
행정부의 규제 축소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백악관 예산실은 스콧 랭맥(Scott Langmack)에게 미국 규정을 정밀 분석해 폐지 대상을 추려내는 맞춤형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맡겼다. 랭맥은 과거 주택도시개발부(HUD)에서 DOGE 대표로 활동한 이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그의 링크드인 프로필에 기재돼 있다.
한편 머스크는 이번 주 다시 워싱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한 백악관 만찬에 참석했다.
용어 설명과 정책 맥락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트럼프 2기 초반 연방정부 효율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OPM(Office of Personnel Management, 연방 인사관리처)은 정부 인력·인사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은 미국 보수진영의 대형 연례 정치행사로, 공화당 성향 인사들이 주요 메시지를 내는 장으로 알려져 있다. HHS(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보건복지부), USAID(미국국제개발처), HUD(주택도시개발부), ONR(해군연구청)은 각각 보건, 대외원조, 주택·도시정책, 국방 R&D를 담당한다. 백악관 예산실은 연방 규정과 예산의 조정·관리를 수행한다.
분석: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바뀌었나
사실상 해체된 DOGE의 기능 상당수는 OPM 등 기존 관료기구로 흡수·분산됐다. 이는 전면 채용동결 종료와 함께, 초기의 급진적 조직개편 보다는 정책 프로세스 내 제도적 조정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국가디자인스튜디오 출범과 AI 기반 규제 정밀검토 과제는 디지털 전환과 규제 슬림화라는 두 축이 형태만 바꿔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치 검증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DOGE의 성과 평가에 본질적 한계를 남긴다. 공개 회계자료 부재는 정책 신뢰성과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규제정비나 인력정책 추진 시 투명성 강화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반면, 주정부 차원의 유사 조직 확산은 연방 차원의 급제동과는 별개로 정책 아이디어의 파급이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정리하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OPM의 확인으로 DOGE의 중앙 조직은 막을 내렸으나, 웹사이트 개선, AI 규제검토, 인사정책 조정 등 핵심 기능 일부는 다른 궤도로 계속되고 있다. 행정명령 상 존속기한(2026년 7월)을 8개월 앞두고의 조기 종결은 향후 개혁 성과의 제도화 여부, 그리고 연방-주정부 간 정책 분권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