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기술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경영진들의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한파와 정치적 긴장, 인공 지능(AI)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기업 리더들은 기술의 확산이 오히려 고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6년 1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보스 회의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와 산업 리더들은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한 AI를 구조조정의 ‘구실’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Nvidia)의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AI의 확대가 배관공, 전기공, 제강 노무자 등 전통적 직종에도 임금 상승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CEO는 회의에서 “에너지 부문이 일자리를 만들고, 반도체 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인프라 계층이 일자리를 만든다“며 “Jobs, jobs, jobs“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전반에는 무역 갈등 우려도 감돌았다. 다보스에서는 한때 무역 마찰 우려가 확산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린란드 문제로 유럽과의 안보 분리(보안 디커플링)를 막기 위한 합의를 도출하면서 긴장이 완화됐다.
그러나 AI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참석자들은 챗봇(chatbot)이 소비자에게 정신병적 증상이나 자살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논의했고,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최근 기술 진보로 인한 비용 분배 문제를 제기했다. 전세계 2천만 명 규모의 노동조합 연합인 UNI 글로벌 유니온의 사무총장 크리스티 호프먼(Christy Hoffman)은 “AI가 생산성 도구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종종 더 적은 노동자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인터뷰와 현장 발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CEO 매튜 프린스(Matthew Prince)는 다보스 인근의 한 산장 식당에서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AI의 진전은 지속될 것이며, 창의적이고 민첩한 개발자들이 자금 또는 시장의 일시적 충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린스는 다만 AI가 향후 지나치게 지배적이 되면 소규모 사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gents)가 소비자의 쇼핑 요청을 대행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은 2022년 ChatGPT로 시작된 AI 열풍을 어떻게 상업적으로 활용할지 고심해왔다. IBM의 최고상업책임자 롭 토머스(Rob Thomas)는 AI가 이제 투자수익(ROI)을 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업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컨설팅업체 PwC는 최근 조사에서 CEO 8명 중 1명만이 AI가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AI의 막대한 비용을 메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금융권과 IT 분야의 성과 사례
BNY(뱅크 오브 뉴욕)의 최고상업책임자 카틴카 발스트롬(Cathinka Wahlstrom)은 AI 도입으로 미국 은행의 신규 고객 온보딩 시간이 이틀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시스코(Cisco)의 사장 지투 파텔(Jeetu Patel)은 최근 19인년(man-years)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 도전적으로 보였던 프로젝트들이 AI 도입으로 몇 주 만에 완료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코드 작성 방식이 실제로 재고되었다”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생산성뿐 아니라 장기적 관련성 유지를 위해 AI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인력 전략
블랙록(BlackRock)의 최고운영책임자 롭 골드스타인(Rob Goldstein)은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지난해 순신규 고객 자산(net new client assets)이 거의 7천억 달러(약 7,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히며, AI를 인력 감축보다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성장을 지속하면서 인원 수는 유지(헤드카운트를 평탄하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마존(Amazon.com)은 사내 소식통에 따르면 약 3만 명의 본사(기업) 인력을 감축하는 광범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다음 주에 두 번째 감원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의 고용 불안이 여전히 현실적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노동계의 우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의 사무총장 뤽 트리앵글(Luc Triangle)은 노동자들이 AI 도입 과정에서 발언권이 거의 없을 경우 AI를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참여와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기술 도입은 고용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빌 게이츠와 일자리 지원 방안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이자 자선가인 빌 게이츠(Bill Gates)는 AI가 가져올 기회와 혼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경제가 더 생산적이 된다면 이는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말하며,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AI 활동에 대한 과세를 제안 가능한 아이디어로 언급하고 정치권이 기술을 더 잘 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AI의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모두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보스에서의 마감과 엘론 머스크 발언
다보스 회의는 목요일 대부분 마감된 가운데 스페이스X 창업자이자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문명 보호와 지구를 넘는 인류의 행성간 이주 목표를 언급하며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머스크는 한 회의장에서 “삶의 질을 위해서는 비관적으로 옳은 것보다 낙관적으로 틀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주최 측의 안내로 주방을 통해 퇴장해 취재진을 피해갔다.
용어 설명
여러 전문 용어가 기사에 등장한다. ChatGPT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한 예로, 2022년 이후 AI 관심을 촉발한 대표적 사례다.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gents)는 사용자의 목표를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 혹은 로봇을 뜻한다. Man-years(인년)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일하는 노동량을 기준으로 한 작업량의 단위이다. 온보딩(onboarding)은 신규 고객이나 직원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서비스 이용을 시작하도록 하는 절차를 말한다.
전문가적 분석 및 전망
다보스에서 드러난 논의는 AI가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높이고 일부 직종의 고용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공통된 전제를 확인시켜준다. 기업 사례(예: BNY, 시스코, 엔비디아)는 AI가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를 효율화해 단위 시간당 산출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PwC의 조사 결과와 노동조합의 우려는 AI의 비용 대비 수익 실현이 보편적이지 않으며, 기술 확산이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금융·IT·인프라 관련 업종에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자동화의 혜택이 직무의 성격을 바꾸어 특정 전문기술과 현장 기술(예: 배관, 전기, 제강 등)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자와 비숙련 노동자에게는 단기적 구조조정 압력이 가해질 위험이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의 재교육(리스킬링)·재배치 정책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업의 인력 전략 측면에서는 블랙록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가 AI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도 헤드카운트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일부 대기업(Amazon 등)은 비용 구조 조정을 위해 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어 업종과 기업별 전략 차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적으로는 빌 게이츠가 언급한 대로 AI 관련 활동에 대한 과세 가능성,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범 정비, 그리고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투자 확대가 주요 논의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결론
다보스의 논의는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서 경제·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경영진들은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지만, 노동계와 일부 조사 결과는 기술 확산의 수혜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향후 AI의 경제적 영향은 기술 자체의 발전 속도뿐 아니라 기업의 도입 방식, 노동자 참여 수준, 정부의 정책 대응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