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렸지만,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국가계정 자료에 따르면 ICT 투자 비중은 2023년 국내총생산(GDP)의 4.9%에서 2024년 5.3%로 상승했다. 또한 컴퓨터 서비스(소프트웨어 포함) 수입은 지난 10년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2026년 1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내각부는 2023년 소프트웨어 지출을 22조2천억 엔(¥22.2tn)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전의 12조 엔(¥12tn) 추정치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해당하며, 이 회계상의 변경만으로도 명목 GDP 수준을 약 1.7% 끌어올렸다. 내각부의 이러한 수정은 최근 몇 년간 일본이 G7 국가 가운데 ICT 장비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치가 곧바로 일본이 디지털 경제의 선도국이 되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Capital Economics의 분석가들은 통계상의 투자 확대와 실질적인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기별 산출 자료에 반영된 수정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아, 2025년 이후 ICT 투자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인 성장 경로와 생산성 반영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
핵심 요지: 강한 ICT 지출이 반드시 우수한 생산성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 자료를 보면 ICT 투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개선이 관찰되지 않았다. OECD 국가들을 종합해 보면, ICT 투자 비중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빠른 노동생산성 증가로 연결되는 명확한 상관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지수(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Index)에서 일본은 69개국 중 30위를 기록해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Capital Economics가 산정한 AI 경제 영향 지수(AI Economic Impact Index)의 평가와도 대체로 부합한다. 반면 OECD의 Going Digital 지표 일부에서는 양호한 성과를 보이지만, 혁신 역량(innovation) 관련 항목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과거 10년간의 추세를 보면 근로자 1인당 산출(output per employee)은 정체 상태였고, 시간당 GDP(GDP per hour worked)는 평균 근로시간이 감소하면서 연평균 약 0.7% 상승에 그쳤다. 이는 OECD 평균인 연 1.0%보다 낮은 수준이다.
Capital Economics는 AI 전환(AI shift)이 202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근로자 1인당 산출 증가율을 연간 약 0.7%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같은 기관은 다른 선진국들이 대체로 이보다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정리)
정보통신기술(ICT)는 정보기술(IT)과 통신기술을 통괄하는 개념으로, 하드웨어(서버·PC 등),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인프라, 클라우드·데이터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기사에서 언급한 ‘컴퓨터 서비스 수입’은 주로 해외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의 구매를 의미한다.
IMD 세계 디지털 경쟁력 지수는 각국의 디지털 인프라, 인적 자원, 기술 채택, 제도적 환경 등을 종합해 디지털 경쟁력을 순위화한 지표이다. OECD Going Digital 지표는 디지털 전환의 진척도를 측정하는 여러 항목(접근성, 디지털 기술의 사용, 규제·정책 환경 등)을 포함한다.
GDP per hour worked(시간당 GDP)는 노동생산성의 한 지표로, 총생산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같은 산출을 더 짧은 시간에 달성한 경우 이 수치가 오를 수 있다.
분석: 왜 투자 규모 확대가 생산성 개선으로 직결되지 않았나
통계상 ICT 지출 증가가 반드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경제학적·구조적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 ICT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도입만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즉각 발생하지 않는다. 기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조직의 운영 방식 개편, 노동자의 재교육(스킬 업그레이드), 프로세스 재설계 등 보완적 투자(complementary investment)가 수반되어야 한다.
둘째, 혁신 생태계의 취약성이다. 기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일본은 일부 디지털 지표에서는 양호한 성과를 보이나 혁신 역량 지표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는다. 이는 기초연구·스타트업 생태계·벤처투자·규제 유연성 등에서의 제약이 기술의 상업화(commercialization)와 생산성 전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통계 개편으로 인한 명목 GDP의 일시적 확대는 거시지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나 실질 경제활동의 질적 변화를 즉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지출의 회계상 처리 변경(내각부의 상향 조정)은 GDP 수준을 끌어올렸지만, 이는 사실상 통계상의 재분류에 가까워 장기적 성장 동력과는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정책·시장 영향 전망
단기적으로 이번 통계 수정은 명목 GDP 성장률 개선으로 연결되어 재정건전성(예: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과 시장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정부 재정 통계를 기준으로 하는 여러 지표가 개선되면 국채 시장과 신용평가 지표에 일부 완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실질적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이익률 개선이나 잠재성장률 제고로 연결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ICT 관련 기업의 투자·가치평가(밸류에이션)는 장기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에도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명목 지표의 개선이 물가·생산성의 실질 개선과 동행하지 않을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긴축 판단이 복잡해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ICT 투자를 생산성 증가로 전환하기 위한 경영혁신, 노동 재교육, 규제개혁, 벤처생태계 활성화 등이 병행될 때 비로소 실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인공지능)와 같은 신기술의 확산이 본격화되면 자동화·업무재설계·신사업 창출을 통해 생산성 개선 효과가 확대될 수 있으나, Capital Economics가 지적한 것처럼 일본보다 빠르게 AI를 흡수·활용하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 성장률은 낮게 나타날 여지가 크다.
결론
요약하면, 일본은 최근 ICT 투자 비중을 대폭 확대했고 통계상의 소프트웨어 지출 상향으로 명목 GDP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이 투자 확대가 곧바로 디지털 선도국다운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분기별 개정치 공개와 2025년 이후의 실제 투자 흐름, 그리고 기술 도입 이후의 조직·인력 측면에서의 보완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향후 일본의 디지털 전환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