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도쿄발 – 일본 정부와 주요 완성차·부품 회사들이 베트남 정부에 2026년 중반부터 하노이 도심에 휘발유 오토바이 진입을 금지하는 방침이 시행되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 상실과 4억6천만 달러(약 6조3천억 원) 규모 시장의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5년 10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하노이의 초미세먼지(PM2.5)를 포함한 대기오염이 세계 최악 수준으로 치닫자 베트남 정부가 내놓은 강경책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졸속 시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일본 대사관 ‘로드맵 재검토’ 요구
일본 대사관은 9월께 베트남 교통부 등에 서한을 보내 “충분한 준비 기간과 단계적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돌발적 금지는 부품 공급업체와 딜러 등 주변산업 고용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서한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사관 관계자는 “전동화 로드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 제조사들 “2~3년 유예 없으면 파산 위험”
베트남 외국계 오토바이 제조사 협회(VAMM)는 7월 정부에 보낸 별도 서한에서 혼다·야마하·스즈키 등 회원사가 ‘생산 중단’ ‘공급망 파산’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한 사본을 로이터가 열람한 결과, 협회는 2,000여 개 딜러와 200개 부품업체가 연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 2~3년의 전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요구다. 충전 인프라 구축과 안전 기준 정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곧장 금지령을 내리면 전기 이륜차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 베트남 정부, 아직 입장 불변
정부 소식통 3명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은 현재까지 일본 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가 ‘대기질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추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 휘발유 오토바이 천하의 중심, ‘혼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다. 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25년 시장 가치는 46억 달러로 추정된다. 등록 차량 수는 인구(1억 명)의 80%에 육박해 사실상 ‘모든 가구’가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혼다는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혼다’라는 브랜드명이 ‘오토바이’의 동의어로 쓰일 정도다. 혼다는 베트남에 4개 공장을 두고 있으며, 2024년 판매량은 260만 대였다. 이 중 대부분이 휘발유 엔진이며, 자사 전동 모델 CUV e:와 ICON e:는 아직 소수다.
7월 금지령 발표 직후 혼다의 베트남 월간 판매량은 22% 급감했다. 8·9월에도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졌다. 회사가 전기차 전환 부담으로 자동차 부문이 위축된 상황에서, 오토바이 사업은 사실상의 ‘캐시카우’다. 한 관계자는 비공식 회의에서 “생산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혼다 본사는 “공장 폐쇄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 전기 오토바이 급부상 중인 빈패스트
반면 빈패스트(VinFast)는 나스닥 상장 후 공격적으로 전동 이륜차를 확대 중이다. 2025년 2분기 전기오토바이 및 e바이크 판매량은 1분기 대비 55% 증가한 7만 대에 달했다. 아시아플러스(Asia Plus) 9월 소비자 조사는 하노이 금지령 이후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 자동차 시장도 ‘관망’ 모드
휘발유 오토바이 금지 기조가 자동차 시장에도 파급되고 있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VAMA) 회원사의 9월 내연기관 승용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다. 도요타는 9월 전체 승용차의 4분의 1을 판매하며 선두를 지켰지만, VAMA는 “일부 소비자가 정부 발표 이후 차 구매를 주저한다”고 밝혔다.
■ 용어·배경 설명
Mordor Intelligence는 시장조사 전문 기관으로, 글로벌 산업·소비재 데이터를 제공한다.
나스닥(Nasdaq)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전자식 주식 거래소로 테크·신생기업 상장이 많다.
■ 기자의 시각
현재 베트남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전동화 시간표와 일본 측이 요구하는 ‘2~3년 유예’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충전 인프라, 안전 규제, 보조금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혼다·야마하 등 전통 강자의 시장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빈패스트 등 토종 전기 모빌리티 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향후 베트남 정부가 “단계적 시행 vs. 즉각 시행” 중 어느 쪽으로 선회하느냐에 따라, 동남아 모터사이클 산업 판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