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쿠슈타드의 글로벌 편의점 확장 야망에 제동

토론토에 본사를 둔 알리멘테이션 쿠슈타드(Alimentation Couche-Tard, 이하 ACT)가 460억 달러(약 63조 원)에 달하는 세븐앤아이 홀딩스(Seven & i Holdings) 인수 시도를 철회하면서, 캐나다 편의점 거인의 ‘글로벌 초대형 리테일 제국’ 구상에 현실의 벽이 드러났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CT는 1년여에 걸친 공세 끝에 “조직적인 정보 흐림(obfuscation)과 지연”을 이유로 인수 제안을 거둬들였다고 발표했다. 세븐일레븐 운영사로 알려진 세븐앤아이 측이 창업주 이토(伊藤) 일가의 미온적 태도를 포함해 충분히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도 철회 배경으로 명시됐다.

ACT는 2024년 8월 처음으로 인수 의사를 공개했다. 당시 세븐앤아이는 자산 매각과 핵심 사업 집중을 요구하는 주주 압력에 직면해 있었다.

일본 리테일 전문 컨설팅 업체 재팬컨슈밍(JapanConsuming)마이클 코스턴은 “ACT가 세븐앤아이가 가장 약했던 시점에 정확히 맞춰 베팅했다”라고 평가했다.


일본 소비자 정서와 규제 장벽

‘주먹밥(오니기리)’로 대표되는 세븐일레븐의 즉석 식품은 일본 소비자에게 강한 애착 대상이다. 인수설이 불거지자 현지에서는 “신선식품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고, 동시에 외국계 기업의 일본 기업 인수에 대한 개방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편의점은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 시 필수 보급 거점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사회 인프라적 성격은 세븐앤아이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됐다. 세븐앤아이는 2024년 9월 자사 사업을 경제안보 관련 ‘코어(core)’ 분야라고 자진 분류해, 인수합병 심사 시 더 엄격한 국가 심사 대상이 되도록 조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3명은 “세븐앤아이가 정부 당국에 자사의 경제안보 중요성을 비공식 강조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가격 인상과 맞대응

ACT는 2024년 10월 제안가를 상향 조정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같은 달, 세븐앤아이는 비핵심 자산 분리 계획과 북미 사업부 상장 추진을 발표해 ‘방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닝스타(Morningstar)로레인 탄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 시도가 경영진에게 오히려 적극적 구조조정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규제 장벽도 난관이었다. 스마트카르마(Smartkarma)에 리포트를 게재하는 애널리스트 트래비스 런디는 “ACT는 세븐 측이 먼저 합의한 뒤 세부 사항을 정리하기를 원했지만, 회사는 규제 리스크를 더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협상 장기화와 시장 환경 변화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창업주 이토 가문이 2025년 2월 자체적으로 세븐앤아이 인수(매니지먼트 바이아웃)를 시도하다 자금 조달 실패로 무산됐다. 이 사건은 ACT가 다시 고무되는 계기가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ACT 역시 미국 소매 소비 위축과 자사 주가 하락이라는 불리한 환경에 직면했다.

미쓰비시UFJ e스마트증권가와이 다쓰노리 수석 전략가는 “협상 장기화와 불확실한 사업 전망에 비해 인수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ACT가 자각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2025년 7월 17일 자정, ACT는 공식적으로 인수 철회를 선언했고, 같은 날 캐나다 증시에서 자사 주가는 8% 급등했다. UBS가자하야 다카히로 애널리스트는 “더 끌었을 경우 ACT의 자체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븐앤아이의 향후 과제

세븐앤아이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맥쿼리 캐피털나쓰코 더글러스 애널리스트는 7월 17일 리포트에서 종목 평가를 ‘아웃퍼폼’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며 “북미 상장 계획의 실질적 이익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처칠 캐피털톰 레스케 이사는 “상장은 쿠슈타드를 떼어내기 위한 방어적 선택지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진의 진심은 비상장 유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세븐앤아이가 수십 년간 치열한 일본 내수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강점으로 꼽는다. 앞서 언급한 코스턴은 “세븐이 체계를 정비하면 전 세계 경쟁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어와 배경 설명

알리멘테이션 쿠슈타드Circle-K, Couche-Tard 등 다수 브랜드를 보유한 북미 최대 규모 편의점 체인 중 하나다. ‘Couche-Tard’는 프랑스어로 ‘늦게 자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경제안보(Core) 분류는 일본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심사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코어’로 지정되면 외국 자본의 기업 지분 취득에 대해 더욱 엄격한 승인 절차가 요구돼, 사실상 인수 방패로 기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례는 일본 기업 지배구조가 해외 인수 시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동시에 글로벌 편의점 시장 패권 경쟁에서 규제, 소비자 정서, 경제안보 이슈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