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최근 엔화의 급격한 변동과 관련해 정부가 투기적 또는 비정상적 시장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발언은 엔화의 급락과 반등이 이어지며 통화 개입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왔다.
2026년 1월 2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후지TV가 방송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최근의 국채 매도와 엔화 약세 흐름에 대해 질문을 받고 “특정한 시장 움직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정부는 투기적이거나 매우 비정상적인 시장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로이터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일본 채권(국채)과 엔화는 다카이치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리다는 우려로 매도 압력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엔화는 달러당 160엔 전후의 심리적 분기점을 중심으로 큰 폭의 움직임을 보였다.1
특히 엔화는 심리적 중요 지점인 160엔 선 부근에서 하락하다가, 뉴욕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점검을 실시한 직후 금요일에 갑작스러운 반등을 보였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 같은 급등이 미·일 간 공동 통화 개입 가능성을 높인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통화 개입은 정부 또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나 자국 통화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조치이다.
정책 배경과 최근 조치
다카이치 총리는 생활비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 패키지를 마련해 왔다. 이 패키지에는 식품 판매에 대한 8%의 세율(부가가치세 성격의 소비세)을 2년간 보류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의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은 채무 증가 우려를 불러일으켜 채권 수급에 영향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국채 수익률(금리)이 상승해 일본의 막대한 공공부채 조달 비용이 커지는 효과를 낳았다.
용어 설명
여기서 독자가 생소할 수 있는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화 개입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직접 매입·매도를 통해 환율 변동을 억제하는 조치이다. 국채 매도(채권 매도)는 투자자가 국채를 팔아 채권 가격을 낮추고 수익률(금리)을 올리는 행동을 의미한다. 또한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가 신규로 채무를 조달할 때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나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이번 발언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을 촉구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투기적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개입 의지를 표명하면 시장 심리에는 일정 부분 안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 개입 수단과 시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통화 개입의 경우 단발성으로는 환율을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근본적 요인(예: 정책 리스크, 금리 차, 경상수지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변동성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글로벌 통화정책과 비교해 느리다면 금리 차에 의한 자본 유출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 이는 엔화의 추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에 추가적인 상향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병행하고 일본은행이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통화정책 신호를 보인다면 채권시장과 환율 시장의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가계와 기업에 주는 영향
약한 엔화는 수입 원가를 높여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 등 필수재 가격 상승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저하시키며, 생활비 보조를 위해 마련한 재정지출이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 기업 측면에서는 수출 기업이 환율 혜택을 보는 반면,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비용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업종별로 영향의 편차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적 시사점
정부와 중앙은행은 단기적 시장 혼란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중장기적 신뢰 회복을 위한 정책 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재정정책의 투명성 제고, 채무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 제시, 그리고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단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신호 등이 결합되어야 한다. 국제 공조(예: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협의)는 단기적으로는 환율 급변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구조적 요인을 다루는 데 있다.
결론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구체적 조치의 부재와 근본적 요인의 지속은 향후 환율과 채권시장 변동성을 여전히 높게 만들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단기적 충격관리뿐만 아니라 장기적 정책 신뢰 회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몇 주간의 시장 반응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의사표명이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1 심리적 분기점은 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는 가격대이며, 해당 지점을 기준으로 자동 매매·헤지 포지션이 쏟아질 수 있어 변동성이 확대되기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