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 체감경기, 미·일 관세 합의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 기록

[도쿄] 일본 제조업체의 체감경기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는 7월 미·일 관세 합의 이후 무역 불확실성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로이터가 매달 실시하는 ‘로이터 탄칸(Reuters Tankan)’ 조사 결과, 9월 제조업 체감경기지수는 13으로, 전월 9에서 4포인트 상승하며 2022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 통신®칸타로 고미야 기자가 전한 이번 설문은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일본 비금융 대기업 49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238개 기업이 익명을 조건으로 응답했다. 제조업체들은 12월 전망치를 +11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수치는 세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했다.

주요 제조업 지표 세부 내용

주목

9개 제조업 중 6개 업종에서 서브지수가 개선됐다.
자동차·수송기계 업종은 25에서 33으로 뛰어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
반면 섬유, 정유, 정밀기계 업종은 부진.


“해외 주문은 견조하지만, 최근 수개월 국내 생산이 주춤해 수출 감소가 이어졌다.” — 한 수송기계 업체 임원

응답 기업 다수는 주문(orders)이 견조하다고 언급했으나, 국내 생산 감소와 수출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일 관세 합의 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미·일 무역협정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자동차 등 핵심 일본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내용을 공식화했다. 도쿄에서는 관세 이행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기업 심리가 회복됐다는 평이 나온다.

제조업체의 복합적 시각
일부 업종은 반도체와 같은 ‘밝은 지점(bright spot)’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소비 둔화투자 위축을 동시에 걱정했다. 특히 정밀기계 업체 관계자는 “트럼프발 관세로 인해 주문이 정체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목

국내 경제 여건과 전망
물가 상승 지속과 원자재·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며, 제조업 전망치는 다소 보수적으로 제시됐다. 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정치가 연율 2.2% 증가를 기록하며 소비 회복을 시사했으나, 기업들은 아직까지 내수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비스업 지표도 반등
9월 서비스업 체감지수는 27로, 8월 24(9개월 만의 최저)에서 반등했다. 6개 서비스업 중 4개 업종(부동산·소매·운송 등)에서 개선을 기록했으나, 도매와 정보기술(IT) 업종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응답했다.

용어 설명
• ‘로이터 탄칸(Reuters Tankan)’: 일본은행(BOJ)의 분기별 ‘단칸(短観)’ 기업경기조사 방식과 동일한 질문을 사용해, 로이터가 매월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설문. 지수가 0을 넘으면 긍정, 0 이하는 부정을 의미한다.
• ‘서브지수(Sub-index)’: 전체 지수 중 세부 업종별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

배경 및 시사점
전문가들은 미·일 관세 갈등이 완화되면서 일본 제조업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 리스크가 여전해, 체감경기의 지속적 개선을 위해서는 내수 진작과 구조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한 일본은행이 연말까지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 차입 부담은 크지 않지만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원가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결론
결국 9월 체감경기 상승은 관세 합의라는 외부 요인이 큰 역할을 했으나, 근본적 수요 회복기술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수의 추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12월 전망치가 소폭 후퇴로 나타난 점은 이를 방증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일본은행의 정책 방향, 글로벌 경기 흐름, 그리고 일본 정부의 산업정책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