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를 ‘투기적’이라 규정…이란 전쟁이 매도세 촉발

도쿄 — 일본 정부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최근의 엔화 약세투기적 움직임이라고 규정하며 환율 매도 세력에 초점을 되돌렸다. 당국은 유가 급등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의 삼중 매도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2026년 3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엔/달러 환율이 핵심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60엔(USD/JPY=160) 근처에서 머물자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날 데이터에서는 도쿄의 근원물가 상승률이 3월에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약한 엔화로 인한 수입비용 상승이 일본은행(BOJ)에 4월 금리인상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엔화가 달러당 160엔 부근에서 맴돌자 가타야마 사츠키(片山さつき) 재무상은 화요일 의회에서 변동성 있는 움직임에 대해 “모든 전선을 동원한 대응“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녀는 “통화시장과 유가선물시장에서 투기적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이는 중동 분쟁이 시작된 이후 엔화 움직임을 명시적으로 ‘투기적’이라고 규정한 첫 발언이다.

“통화시장과 유가선물시장 모두에서 투기적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다.” —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 의회 발언

가타야마 장관의 발언 직후 엔화는 잠시 강세를 보였으나 곧 달러당 약 159.93엔 수준을 기록하며 여전히 개입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160엔에서 불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과거 일본은 환율 급등락을 ‘투기적이고 지나치게 빠른 움직임’으로 규정하며 외환시장 개입을 정당화해왔다. 이러한 관점은 G7 및 G20 합의에서 ‘기초체력(fundamentals)에서 벗어난 무질서한 과도한 외환 움직임은 성장에 해를 끼친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기초체력의 재점검

NLI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우에노 츠요시(上野剛志)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엔화 약세가 기초체력에서 괴리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하락이 주로 안전자산인 달러를 향한 투자자 수요에 기인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가타야마의 발언을 “강화된 언어적 개입(verbal intervention)의 일부”로 보았다. 우에노는 “만약 엔화가 비교적 빠르게 162엔 아래로 내려가면 다음 관문은 165엔이 될 것”이라며 “그 수준에서 큰 변동성이 발생하고 일본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중 충격(유가·엔화 약세)

금융시장은 이달 들어 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원유 및 가스 흐름의 약 5분의 1을 관통하는 전략적 해로로, 물류 차질은 국제 원유가격을 상승시켰고 결과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은 약한 엔화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맞물려 일본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일본 주식시장에도 반영되어 닛케이 평균주가는 3월에만 11% 이상 하락할 움직임을 보였으며, 과도한 인플레이션 위험은 일본 국채 매도세로 이어졌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월요일에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기무치 미노루(樹村実)의 경제산업상은 화요일 언론에 “통화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수익률의 ‘과도한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딜레마와 향후 전망

일본 내 자산의 삼중 매도 가능성(주식·채권·통화)은 일본은행의 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조기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아니면 취약한 경제 회복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행동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요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도쿄의 연간 근원물가는 3월에 거의 2년 만의 저점으로 둔화했으며, 중앙은행 목표치 아래에서 두 달 연속 머물렀다. 이는 연료 보조금의 영향으로 약화된 측면이 있고, 약한 엔이 원자재 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상쇄했다.

그러나 시장과 다수의 분석가들은 이러한 둔화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전쟁과 지속적인 엔화 약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높일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이 3월 회의에서 심각하게 논의한 위험이라는 점이 보도에서 강조되었다. 실제로 시장은 엔화 재약세와 일본은행의 매파적(긴축적) 커뮤니케이션을 반영해 2026년 4월 27~28일 예정된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약 70%로 반영하고 있다.

“약한 엔화와 유가 급등이라는 이중 충격으로 인플레이션 초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 노무라증권 이와시타 마리, 수석 금리 전략가

노무라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은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비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일본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2차 효과(second-round effects)에 더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2차 효과란 임금 인상이나 물가 상승의 파급으로 소비자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의 추가 설명 및 용어 해설

외환개입(fx intervention) : 중앙은행 또는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직접 외화 매수·매도를 통해 자국 통화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행위로, 일본은 과거 엔화의 급락 때 공개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있다.

스트레이트 오브 호르무즈(Strait of Hormuz) :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해협으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이다. 이곳의 봉쇄 또는 통행 제한은 즉각적인 국제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을 초래한다.

2차 효과(Second-round effects) : 초기 물가 상승이 임금·가격 결정 과정으로 전가되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현상으로, 기업의 가격전가율(pass-through)이 높아질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적·시장적 시사점 및 향후 영향 분석

첫째, 일본의 환율 개입 임계치는 시장 심리에 중요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보도에서 지적한 160엔 수준은 당국의 ‘경계선’으로 인식되며, 162엔·165엔은 추가적 개입 트리거로 제시되었다. 시장은 이 수준을 주목함으로써 단기 트레이딩 패턴과 헤지 수요가 증폭될 수 있다.

둘째, 유가의 추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상방 리스크를 부과한다. 특히 연료·운송비 상승은 제조업 공급망과 최종 소비가격으로 빠르게 전달될 수 있어, 물가상승 기대심리와 임금 요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경로를 더 매파적으로 전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국채 수익률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10년물 금리의 1999년 수준 근접은 장기물 금리 구조와 은행·연금의 포트폴리오 밸런싱에 영향을 미치며, 금융기관의 대출·투자 전략에도 재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넷째,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환율과 유가의 동반 충격이 경기 민감주와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출 중심의 기업(달러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달러 강세의 이익을 일부 누릴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심리 위축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의 언어적 개입 강화는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통화가치와 인플레이션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금리·재정정책의 조합과 국제 협력 등이 요구된다. 향후 수 주 내의 유가 흐름, 엔화의 추가 약세 여부, 그리고 일본은행의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상은 2026년 3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의 내용과 시장 전문가 코멘트를 종합한 정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