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 끌어올리기 위한 비전통적 방안으로 원유에 주목

도쿄, 3월 26일(로이터) —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비전통적 방안으로 원유 선물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기존의 통화 완화 정책과 언어적 개입(말로 하는 개입)이 인플레이션 압력 앞에서 힘을 잃어가자, 도쿄는 새로운 수단을 모색 중이다.

2026년 3월 2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제한적이나 이 아이디어는 도쿄의 불만과 고민을 보여준다. 정책결정자들은 에너지 가격의 투기적 급등이 달러 대비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으며, 통화 완화와 통상적인 언어적 개입으로는 더 이상 이를 제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중동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유 선물의 투기적 급등이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1.4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원유 선물시장에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억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원유 구매를 위한 달러 수요를 둔화시켜 엔화에 대한 매도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검토되는 방식은 일본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원유 선물 계약을 매도(숏)함으로써 선물가격을 하락시키려는 것이다. 법적으로 일본은 엔화 안정을 목적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해 선물시장에 포지션을 취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다만 이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세 명의 정부 관계자가 이러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단독으로 시행해도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도쿄가 단독 행동만으로 큰 효과를 얻기 어렵고, 다국적 공조가 있어야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제기했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FX 전략가 류 쇼타(Shota Ryu)는 “정부는 이 조치의 효과가 불가피하게 일시적일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이 조치는) 중동 사태가 개선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비전통적 전환의 배경으로는 기존의 엔화 매수 직접 개입(통화시장 개입)이 현재 상황에서는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있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에 대한 안전자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통화 개입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재무장관 가타야마 사츠키(Satsuki Katayama)는 최근 발언에서 외환시장에서의 투기적 거래에 경고를 주기보다 오히려 원유선물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목하며 일본 정부가 언제든지 모든 전선에서 철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입 대상 시장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플랫폼으로는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거래되는 NYMEX, 브렌트 유가가 거래되는 ICE, 아시아 기준의 벤치마크인 두바이(Dubai) 선물 등이 있다. 두 번째 소식통은 통화 개입과 마찬가지로 어느 플랫폼에서든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물 공급과의 연계 필요성에 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도쿄는 이미 공급 차질로 인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공조 및 단독으로 비축유 일부를 방출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도쿄-기반 컨설팅 업체 Yuri Group의 CEO 유리 허머(Yuriy Humber)는 “정부의 전략은 무엇보다도 단기 변동성 완화에 목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리적(실물) 석유 충격을 재무적(금융 공학적) 수단만으로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입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실제 원유 물량의 유입과 국제적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공조 가능성도 거론된다. 백악관의 고위 관리는 3월 5일 미국이 원유 선물시장과 관련한 잠재적 행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당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미 재무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비용·리스크 측면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2024년 일본의 마지막 통화시장 개입에서는 개입 한 차례당 외환보유고에서 100억 달러 이상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의 투자회사 IG의 마켓 애널리스트 토니 사이카모어(Tony Sycamore)는 “효과를 체감하려면 최소 100억~200억 달러를 써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며, 단독 행동과 다국적 공조 여부에 관계없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큰 규모의 숏 포지션을 보유할 경우 시장이 계속 상승할 경우 손실을 초래할 위험도 존재한다.

전문가 분석(해설)

원유선물시장에 대한 직접적 개입은 통화정책 및 외환시장 안정화 수단으로는 전례가 드물다. 전통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중앙은행·재무당국이 직접 외환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환율에 즉각적 충격을 주는 반면, 원유선물 개입은 에너지 가격을 통해 간접적으로 달러 수요에 영향을 주는 우회적 수단이다. 이 방식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엔화 약세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원유는 실물시장과 선물시장이 촘촘히 연결돼 있어 단순한 금융 포지션으로 공급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 둘째, 국제 유가를 좌우하는 요인은 지정학뿐 아니라 수요·공급의 펀더멘털, 달러 강세, 투자자 포지셔닝 등 복합적이어서 단일 국가의 금융 개입으로 장기적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셋째, 대규모 개입은 실패 시 외환보유액 손실이라는 실질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향후 영향 예측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원유 선물시장 개입 검토 소식만으로도 금융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일본의 매도 포지션을 예상하면 선물가격이 일시적으로 눌릴 수 있고, 그 결과 달러 수요가 줄어들면서 엔화에 대한 하방 압력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대체로 단기적·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중기에서 장기적으로는 중동 사태의 전개, 글로벌 수요 전망, 달러의 기조적 강세 여부가 더 큰 결정 요인이 될 것이다.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국제 공조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된다. 단독 개입은 제한적 효과와 높은 비용 리스크를 동반하므로, 만약 일본이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미국 등 주요국과의 동시 다발적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실물 공급을 증대시키는 조치(예: 전략비축유 방출 확대, 대체 공급처 확보)가 병행될 때만 금융적 개입이 실효를 발휘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원유선물 개입 검토는 엔화 약세에 대응하기 위한 비전통적 시도다. 단기적 완충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비용과 리스크가 크며 실효를 거두려면 국제적 공조와 실물 공급 대책의 병행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효과성, 비용, 국제법·국제협력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해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