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일본의 새 총리 타카이치 사나에가 집권 직후 첫 정책 카드로 전년 13조9천억 엔(약 920억 달러)을 웃도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실질 구매력이 낮아진 가계의 부담을 완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결합된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10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패키지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물가 부담 완화(Inflation Relief), 둘째 성장산업 투자(Investment in Growth Industries), 셋째 국가안보 강화(National Security)가 그것이다. 이는 타카이치 총리가 취임 직후 내세운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를 구체화한 첫 예산 편성 움직임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체적인 총액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내달 중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규모가 커질수록 물가·국채시장·통화정책에 미칠 파급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재무성·총무성·내각부 등 관계 부처가 막판까지 세부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타카이치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국가는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정책’이란?
직역하면 ‘Responsibly Proactive Fiscal Policy’로, 단순 지출 확장과 달리 장기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서도 즉각적 경기 대응을 주저하지 않는 전략을 뜻한다. 일본 재무성은 1990년대부터 심화된 디플레이션 트랩을 탈피하기 위해 확장 재정을 반복해 왔으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60%를 넘어선 상황에서 ‘책임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필수어로 자리 잡았다.
■ 성장산업 투자 계획
정부 소식통이 밝힌 성장산업의 우선 순위는 반도체·차세대 배터리·인공지능·친환경 에너지다. 특히 반도체는 국가안보와도 맞닿아 있어, 미국·대만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국가안보 강화와 예산 증액*※
국방비 증액은 이미 기시다·스가 내각에서 예고됐던 사안이다. 타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며, 미·일 동맹 강화 및 주변국 경계 강화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이번 패키지에 사이버 방어·우주 안보 등 첨단 영역 예산이 추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물가 압력 완화 메커니즘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3년 4분기부터 2%대를 꾸준히 웃돌았다. 정부는 직·간접 보조금, 에너지 요금 상한제, 저소득층 현금 지원 등을 동원해 실질 소비 둔화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행(BOJ)은 2023년 이후 완화적 금융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재정과 통화가 동시 이완되는 형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 전년 패키지와의 비교
지난해 13조9천억 엔 규모 패키지는 코로나19 회복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반면 올해안 패키지는 생활비 압력·성장동력·안보라는 세 갈래로 초점이 이동했다. 이는 팬데믹 여파가 잦아든 대신, 글로벌 공급망 교란·우크라이나 전쟁·중국 경기 둔화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 시장 전망과 리스크
도쿄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재정지출 확대가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면서도,국채 수급 불균형·엔화 약세 심화를 부작용으로 지목한다. 다만 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유지할 경우 국채 금리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일반 독자가 알아두면 좋은 용어
스티뮬러스 패키지(Stimulus Package)는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재정지출·세제 지원·보조금 등의 묶음 정책을 말한다.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정책은 재정건전성과 경기 대응 간 균형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 특유의 표현이다. 성장산업은 고부가가치·첨단 기술 분야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영역을 의미한다.
■ 전망
총리 관저는 「국민이 결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집행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계획이 예정대로 발표·집행되면, 2025 회계연도 중반까지 총 15조~17조 엔 수준까지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2009년 리먼쇼크 대응책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향후 세부 지출 항목과 조세정책 방향이 확정되면, BOJ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도 변수가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무엇보다 엔화 가치·일본 국채 수급·물가 목표(2%) 달성 여부가 시장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