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총리 다카이치, 인플레이션 대응 위해 13.9조엔 이상 대규모 경기부양책 준비

【도쿄】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취임 직후 가계의 물가 부담 완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최소 13조9,000억 엔(약 921억 달러)을 웃도는 대규모 경기부양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2025년 10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패키지는 다카이치 총리가 21일 취임한 이후 내놓는 첫 번째 핵심 경제 정책으로, 그녀가 선거 과정에서 강조해 온 “책임 있는 적극적 재정정책“의 방향을 구체화하는 조치다.

정부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패키지는 인플레이션 대응, 성장 산업 투자, 국가 안보라는 세 개의 축으로 짜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목

“규모는 지난해 92억 달러(13조 9,000억 엔)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는 설명이다.


증시·환시 즉각 반응

보도 직후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하락분을 지우고 강세로 돌아섰고, 엔화는 오전 한때의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하며 보합권에 머물렀다. 시장은 세계 최악 수준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의 추가 지출 여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핵심 내용: 인플레 부담 완화

다카이치 행정부는 가솔린 한시세율(임시세)즉각 폐지해 서민 연료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임금 인상 세제 혜택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정부 보조금 규모를 확대한다. 이는 경제 전체의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패키지에는 인공지능(AI)·반도체성장 유망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의 공급망 강화”도 명시해, 기술력과 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

추가 예산·국채 발행 가능성

사츠키 가타야마 신임 재무상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모든 정책을 충당할 만큼 충분한 규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3월 말 종료되는 현 회계연도 안에 추경을 편성해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지출이 당초 전망을 넘어서면 적자국채(Deficit-covering Bonds) 발행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이는 “성장과 재정규율을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라는 오랜 과제를 다시 부각시킨다.


전문가 시각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담당 나가이 시게토 소장은 “이번 계획은 집권당 대표 경선에서 다카이치가 제시했던 공약과 일관된다”며 “Abenomics(아베노믹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전 정부들도 높은 물가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취약 계층 지원에 투입해왔기 때문에, 기초재정수지 흑자(Primary Fiscal Surplus) 달성 목표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BOJ와의 미묘한 긴장

시장에서는 “다카이치의 재정 확대 기조가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일정을 늦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21일 총리 선출 직후 엔화 가치와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다. 다카이치는 22일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정부가 책임지는 거시경제정책의 일부이지만, 구체적인 수단은 BOJ가 결정할 사안”

이라고 언급해 중앙은행과의 역할 구분을 명확히 했다. BOJ는 10월 29~30일 차기 정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용어 해설

*Abenomics: 2012~2020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한 과감한 통화완화·기동적 재정지출·구조개혁 3대 화살 전략을 일컫는다.

*기초재정수지(Primary Balance): 국채 이자비용을 제외한 정부 수입과 지출의 차이로, 흑자 달성이 재정건전성의 대표 척도로 쓰인다.

*추경(補正予算, Supplementary Budget): 회계연도 중 추가 지출 또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편성하는 예산.

*적자국채: 세입 부족 시 재정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로, 향후 이자·원금 상환 부담이 증가한다.


전문가 통찰

이번 패키지는 소비자 물가의 고공행진 속에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동시에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복합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GDP 대비 국가부채가 이미 26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추가 차입이 국채 금리·엔화 가치·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 향후 재정준칙구조개혁을 병행하지 못할 경우 시장 불안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이 정책의 최대 리스크로 지적된다.

또한 단기 유가·식료품 가격 지원이 종료되면 물가 부담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완충 장치, 임금·생산성 연계 정책, 지방 소멸 대응” 등을 연계한 다층적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일정

정부는 패키지 세부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을 확정한 뒤 내달(11월) 중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곧이어 열릴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처리하고, 연내 집행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10월 29~30일 열리는 BOJ 정책회의 결과, 국채 시장 반응, 그리고 12월로 예상되는 신규 성장 전략 공개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