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본 자산운용 규모가 총 300조엔(약 2조 달러)에 달하는 10개 주요 생명보험사가 2025 회계연도 하반기(2025년 10월~2026년 3월) 동안 엔화 표시 채권 가운데 수익률이 낮은 구(舊) 발행물을 매도하고 수익률이 더 높은 신규 발행물로 교체(rebalancing)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초장기물(30년·40년·50년물) 일본국채(JGB) 수요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2025년 10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로이터가 니폰생명·다이이치생명·메이지야스다생명 등 10개 국내 생보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대형 보험사들은 “전반적인 엔화채 보유 잔액은 감소할 것”이라며 “투자 초점은 단순 확대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질(質) 개선”임을 강조했다.
올해 5월 말 이후 장기·초장기 구간 금리(수익률)가 급등하면서 일본국채 시장은 변동성이 확대됐다. 전통적 매수 주체인 생보사·연기금 등의 매입세가 약화했고, 일본은행(BOJ)이 국채 매입 속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한 것도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잠재적 재정 건전화 지연(국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국채 발행·소화 여건이 악화됐다.
▶ 용어 설명: 일본국채(JGB)
JGB는 Japanese Government Bond의 약자로,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뜻한다. 만기가 10년을 초과하면 ‘장기’ 또는 ‘초장기’ 국채로 분류되며, 보험·연금 등 장기 부채를 지닌 기관투자가가 자산·부채 듀레이션(만기) 관리 차원에서 주로 매입한다.
생명보험업계는 과거 책임준비금 적립 규제 충족을 위해 초장기 JGB를 대량 매입했으나, 이미 대부분의 요건을 충족한 상태라 추가 매입 필요성이 낮아졌다. 올해 초 장기금리가 급등하자 보험사들은 평가손(含み損) 리스크를 줄이고 이자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채권을 팔고 신채권을 사들이는 ‘스왑 전략’을 가속화했다.
주식 비중 축소도 주요 전략으로 제시됐다. 니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초로 5만 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일본 증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 근처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니폰생명은 9월 말 기준 국내주식에서 9조5천억엔(약 630억 달러)의 미실현이익을 기록 중이다. 같은 회사의 재무기획 부문을 총괄하는 쓰즈키 아키라 집행임원은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됐으므로 과대평가 종목을 매각·교체하고 있다”면서 “주식 매각으로 실현한 차익이 채권 교체에 따른 손실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 금리 전망과 투자 스탠스
다수 보험사는 30년물 JGB 수익률(현재 약 3.05%)이 연말에도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이이치생명 관계자는 “금리가 부채 비용을 커버할 정도로 올랐으나, 서둘러 매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 역시 새로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재정정책 방향과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를 지켜보며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시각 및 함의*
*필자 견해
① 국채 수급 불균형 심화: BOJ가 단기·중기물 매입을 줄이면서 장기·초장기물 금리는 구조적으로 상방 압력이 존재한다. 보험사 수요 감소는 이 같은 금리 상승세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②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 IFRS17·솔번시Ⅱ 등 국제 회계·건전성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장부가 변동성 관리가 중요해진다. 올 하반기 보험사들의 ‘교체 매매’는 그 선제 대응으로 해석된다.
③ 엔화 약세와 해외투자: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에 머무르는 가운데, 해외채 투자(특히 미국 Treasuries)의 환헤지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 이에 보험사들은 국내채 내에서 상대 수익률 제고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 참고: 일본 생보사들의 자산 구성을 보면 채권(특히 JGB)이 60% 이상, 주식과 대체투자가 20% 내외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의 매매 패턴은 일본 채권·주식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금리·환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 = 150.78엔, 2025년 10월 29일 기준 환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