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가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13일 장 초반 닛케이225지수가 전장 대비 1.4% 급등하며 43,309.62까지 치솟아 사상 처음으로 4만3,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번 랠리는 8월 4일 이후 7.5%의 상승 폭을 기록하며 여섯 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월요일이 일본의 공휴일(산의 날)로 휴장한 점을 감안해도 최근 상승 탄력은 이례적으로 가파르다. 같은 날 토픽스(TOPIX)도 1% 올라 3,097.94라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월가 훈풍, 엔화 강세와 맞물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마감한 것이 도쿄장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안도감’을 제공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미국 CPI 발표 이후 시장 전반에 안도 심리가 퍼졌다. 일본 주식도 한 단계 레벨업한 상황이지만, 단기에 과열된 면이 있어 급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 노무라증권 마키 사와다 주식스트래티지스트
실제로 닛케이의 상대강도지수(RSI)는 75를 넘어 70선 위에서 과열 구간에 진입했다. 비슷한 수준이었던 7월 24일 이후 닛케이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한 전례가 있어 단기 조정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평가다.
엔화 강세, 수출 대형주엔 부담
Fed 완화 기대가 높아지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엔/달러 환율은 이날 142엔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기업의 해외 매출액(엔화 환산 가치)을 감소시켜 주가 상승 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닛케이225 편입 종목 가운데 183개가 상승했고 41개가 하락했으며 1개는 보합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기술주가 강세를 주도했다. 차량용 칩 생산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7% 넘게 급등했고, 어드반테스트는 2% 이상 올랐다. 소니 그룹도 4.6% 상승하며 투심을 끌어올렸다.
용어 한눈에 보기
*RSI(Relative Strength Index)는 주가의 상승과 하락 강도를 0~100으로 수치화한 지표로, 통상 70을 넘으면 ‘과열’, 30 밑이면 ‘과매도’로 해석한다.
*TOPIX(Tokyo Price Index)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전체 상장 종목을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하는 광의(廣義)의 주가 지수다. 닛케이가 대형주 225종목에 집중돼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편 이번 랠리로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들어 28% 넘게 상승해 글로벌 주요 지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장 전문가는 “엔화 약세→수출 실적 개선→해외 자금 유입”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는 한 강한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다만 후행 위험요인으로는 미국 통화정책 변동성, 중국 경기 둔화, 그리고 하반기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가능성이 꼽힌다.
결국 투자자들은 과열 구간이라는 경고음과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성장 모멘텀 사이에서 저울질을 이어갈 전망이다.